행님
나 솔직히 행님 잘 따랐지
첨 봤을땐 유들유들한 성격에, 준수한 외관, 늘씬한 키
그래서 많이 따라다녔고 행님이 일본어 잘해서 일본도 같이 여행 갔다왔지
내심 행님 단점들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굳이 말 안했잖아
행님이 나보다 회사 선배니까 내가 굳이 말 안하고 입닫고 있었는데
상황을 보니까 너무 심하더라고
행님 나 입사전부터 여직원들 사이에는 이미 행님 소문이 파다했어
일하기 싫어하는 뺀질이 변태 아저씨라고
행님이 말했지?
나는 그저 후배 여직원 한명하고 술만 같이 마셨는데 변태 아저씨 되어있었다고
근데 당사자 여직원한테 들어보니까 행님이 아무것도 안한건 아니더라고
가볍게 술 한잔 할 수도 있는데
거기서 이상형은 왜 물어보고 행님이 이상형이라면 사귈래 같은 헛소리는 왜 했어?
그래서 내가 행님하고 술마실때 말했잖아
같이 일하는 사람에게 그건 큰 부담이 될 수도 있다고
정말 정말 진짜 내 마음이 가는 사람이 생겼을때, 그건 딱 한 사람에게만 아무도 모르게 하라고
근데 그게 많이 힘들면 그럴때만 우리에게 얘기해도 된다고
근데 내 말은 깡그리 무시했더라?
자기가 출근하기 싫어서 사내캠페인, 봉사활동, 교육활동 참가하려면 혼자 하던가 우리랑 가면 되지
거기에 상관없는 다른 여직원은 왜 집어넣었어?
그건 명백히 행님이 잘못한거고 꼬실라는게 눈에 훤히 보이잖아
그런데 왜 매번 자기는 잘못한게 없는데 왜들 그러는지 모르겠다는거야?
커피 한잔만 한거다?
행님이 진짜 커피 한 잔만 하고 서로 얘기만 했으면 별 탈 없었을걸?
커피 한잔 했으니 이제 술 한잔하는건 어때?
그렇게 슬쩍 진도 빼려는데 너무 눈에 보여
여자들도 다 알아
그래서 그렇게 이 여자 저 여자 막 찔러보고 다니다가 사내성추행, 성희롱으로 찔렸으면 좀 닥치고 있었으면 좋겠어
나는 그저 여직원하고 커피 한잔했을뿐인데~ 왜 내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네~
행님 나 행님이 사내직원 모인 회식자리에서
특정 여직원에게 밖으로 나와보라고 전화 열몇통씩 하는거 다 봤어
여직원 핸드폰이 계속 울리는데 그게 선배 이름이더라고
그래서 내가 행님 그걸로 계속 놀려먹었지?
나는 행님이 깨달았으면 하는 마음에 놀려먹은거야
제발 그러지 말라고
근데 행님은 그걸 깨닫지를 못하더라
요번에 신입 들어왔어~ 봤냐? 걔 24살이래~ 죽이지 않냐~
행님, 행님 몇짤?
행님 33짤이야
행님 아무리 외롭고 허전하고 여자가 고파도
9살차이는 힘들고 욕먹을 짓이고
게다가 행님이 여태까지 쌓아온 이미지로는 들이대지도 못해
마지막으로 충고 한마디만 할게
행님 33짤에 연봉이 그정도밖에 안되
게다가 행님보다 후배가 요번에 승진했잖아 왜 그러겠어?
행님, 여자보다 대인관계를 중요시 생각하고 출근했으면 일을 좀 해
아무런 인사고과도 없는 행님을 윗사람들이 그저 짬순으로 진급시켜줄거같아?
행님은 진짜 너무너무 나잇값 못 해
난 행님 충신인데
이제까지 내가 했던 말들 깡그리 무시하고 자기 자존심 앞세워서 그렇게 나가는거
이제 나도 용납못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