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는 작년부터 시작됩니다. 작년, 저는 직장에 1년 계약직으로 하나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들어갑니다.
기존 직원 7년차 A와 3년차 B가 있었고, 업무 보조직원 C가 저와 함께 채용 되어 직장에는 저 외의 직원이 모두 3명 있게 되었습니다.
(A,B,C 3명 모두 정규직, 저는 프리랜서와 비슷한 계약직)
그리고 지난 1년간 있었던 세세한 일들은 다 말하지 않겠습니다.
직장내 텃세도 경험했었고, 저에게 일을 가르쳐줘야 할 입장인 B는 아예 업무를 하나도 일러주지 않았고,
덕분에 저는 온갖 삽질을 다 했으며 그 때문에 개인적인 친분이 있어 저를 불렀던 오너는 정말 온갖 인간적인 수모를 다 주었습니다. 네, 오너의 인격 모독은 백번 양보하여 제가 일을 못했으니 할 수도 있는 거라 칩시다.
하지만, 직장을 떠나 개인적인 친분 때문에 저는 그만둘 수 없었고(미련하게도 말입니다.)
중간에 (약 6-7월 경) 한번 그만 뒀다가 그 더런놈의 친분 때문에, 이 미련한 책임감 때문에 하루만에 다시 돌아갔구요.
그게 저의 원죄가 되어, 7월 이후로는 저 혼자도 스스로 다짐했고 ABC에게도 말하기를, 오너가 나가라고 하지 않는 한 무슨 일이 있어도 12월 계약 기간은 마치겠다 했구요.
프로젝트는 12월, 제 계약기간이 끝날 때까지 결말을 보지 못했습니다.
결과물이 나오지 않던 12월까지, 제가 무슨 인격 모독을 다 겪었는지는, 여기서 말씀드리자면 스크롤 압박이 너무 심해질 것 같아 말씀 못드리겠습니다. 11월에 저는 스트레스로 병원 입원을 해서 수술을 해야 할 정도였다고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저의 스트레스의 원인은 오너가 50% 나머지 50%는 말하기도 참 미묘하게 저를 엿먹이던 B로 인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12월, 서로가 다 재계약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고,
저는 불감청이언정 고소원입니다 하고 털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1월 2월 그쪽으로는 쳐다도 보지 않았구요.
그쪽은 제 대신 일을 해 줄 사람을 뽑아서 1월 2월 일을 진행해 보았지만 잘 되지 않았고,
2월말 오너가 연락이 와서 네가 하던 일이니 일주일(토일 포함한 7일)만 나와서 마무리만 해 달라, 1월 2월 동안 다른 사람들이 웬만큼 일을 진행해 두었으니 너는 일주일만 와서 최종 마무리를 해 주면 된다, 딱 일주일만 도와달라고 사정사정 했습니다.
네, 다시한번 그 더런 친분 때문에, 게다가 제가 하던 일이었고, 딱 일주일만 해 주면 된다는 말에 미련하게도 다시 나갔습니다.
그리고 상황은 똑같았어요. 제가 그만둔 후 1월 2월동안 진행된 일은 하나도 없었고(적어도 제가 보기에)
B의 사람 엿먹이기는 똑같았으며,(아마 B는 자기가 언제 그랬느냐고 말하겠지요.)
오너의 인격 모독은 수위가 더 높아져 있었습니다.
네, 다시 나갔던 제가 일단 미친 바보 맞지요.
사흘(정확히는 이틀 반) 일을 진행했습니다. 사흘째 아침, 오너는 다시 미친듯이 화를 내었고, 일은 진행이 되지 않았고,
저는 그날 오너에게서 문자 메시지를 하나 받게 됩니다.
"애썼는데 이대로는 똑같은 결과의 되풀이가 될 것 같다, 새로운 방식을 생각해 보고 다시 연락하겠다, 정말 애썼는데 미안" 이라고 왔습니다.
문자메세지를 받고 저는, 이게 그만두라는 소리구나로 해석했습니다. B에게 그 메세지를 보여주었을 때 B의 해석 역시 같았습니다. 세상에 자존심 없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내가 일하게 해 달라고 매달린 것도 아니고,
일단 그날 오후 퇴근을 하고 주변에 이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다들 '그만 두란 소리네.' 라며, 잘됐다 그만 둬라 라는 반응이었습니다. 11월 수술의 후유증(? 약을 먹는데 그 약의 부작용)으로 제가 부정출혈이 있는데, 사무실에 나가던 날부터 그 부정출혈이 다시 시작되어 하혈이 점점 심해지고 있었구요.(이걸 B도 알고 있었구요.)
그래서 그날 마음 정리를 하고, 이건 정말 안되는 일이구나 생각했고, 제가 그 자리에 계속 나가는 것이 오너를 오히려 더 힘들게 하는 일이구나 생각하고 그만둘 마음을 먹었습니다. 다시 나간지 사흘째 되던 날이었어요.
그런데 그날 저녁 B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내일부터 다른 형태로 다시 작업을 해 보자고 오너로 부터 연락이 왔다구요.
그래서 저는 안나가겠다고 말을 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내 능력 밖의 일이고, 이 일이 절대로 일주일 안에 끝날 수 있을 것 같지 않은데 내가 약속한 7일을 지킨다고 한들, 오히려 시간 낭비만 하고 내게 걸리는 일이 더 많아져서 그때 그만두면 모두에게 더 피해가 있을 것 같다, 그러니 그만 두겠다, 물론 B가 오너에게 말을 전달하려면 민망할 테니, 말은 내가 하겠다 라고요.
하지만 B는 일주일만 도와달라, 제발 부탁한다라고 말을 했고, 저는 안되겠다, 내 능력 밖의 일이다, 라고 반복했어요.
그리고 B는 일방적으로 "내일 사무실에서 함께 대기하고 있겠다고 회신하겠다" 라고 제게 말을 했고, 저는 답을 보내지 않았어요.
그리고 그날 밤, 정말 깊이깊이 생각해 보고, 남편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1주일이라는 시간을 지속하는 것, 아니 한달이라는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서로에게 의미가 없겠다는 결론에 도달(거기에 플러스, 제 몸이 망가지겠다는 걱정에 오너가 나이가 좀 많은 분인데 제게 화를 내다가-그 화의 수위가 보통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는 수위가 아닙니다.-건강을 해치겠다 싶은 생각/그 화를 자제하지를 못하시더라고요/사실 저는 그렇게 화를 낼 일인지도 모르겠지만 등등의 걱정으로.)
어제 아침 일찍(8시 이전) 오너에게 문자 메세지를 발송합니다.
"생각 많이 해 보고 연락 드리는 거다, 화가 나서 이런 말 하는 것이 아니다, 생색 내겠다는 것이 아니라 저는 정말 최선을 다했다, 정말 애를 많이 썼고, 이보다 더 잘할 수 있는데 안한게 아니다. 그럼에도 한참이나 기준 미달이라 오너도 나도 건강을 해칠 것 같아 걱정이다. 일주일이라는 약속 기간을 채우는 것이 의미 없을 것 같다, 귀한 시간을 더 많이 빼앗고 싶지 않으니 이제 그만하겠다."
라고 메시지를 보내고 폰을 꺼 두었습니다.
제가 비난받을 일이 있습니까? 제가 그만두는 한이 있어도 그 1주일의 약속을 지켰어야 합니까?
추가 : 12월 초순경 프로젝트가 계속 지지부진 난항을 겪고 있을 때 B는 저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네가 7월 그때 나가서 그냥 끝냈었다면 오히려 이 일이 끝나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땐 다들 너를 잡았고 너 역시 책임감 때문에 돌아온 건 알고 있지만, 일이 이렇게 되고보니 그러는 게 나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라구요. 제가 어제 그만둔 건 그 말의 영향도 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