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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듣던 일을 내가 겪은게 멘붕.....
게시물ID : menbung_4554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루우키노
추천 : 13
조회수 : 686회
댓글수 : 25개
등록시간 : 2017/04/13 13:40:21
다짜고짜 음슴체
 
 
 
 
3년여를 암으로 투병하시던 시어머님께서 얼마전에 돌아가셨음.
장례식을 마치고 가족들이 모두 어머님 댁에 모여있었음.
 
 
어머님 댁은 "리" 단위의 아주 작은 시골이고, 앞집이며 뒷집, 옆집 모두가 30년 이상을 함께 지내신  동네인지라 마을분들 얼굴은 가족들이 모두 알고있음.
그리고 어머님 집은 차가 다닐정도의 적당한 크기의 골목 길가에 담이 없는 집이고 개방형 마당엔 10여평의 텃밭이 있음.
담이 없다뿐이지 밭 경계에 호박 덩쿨이 같은게 올라 갈 철망도 쳐 있고 누가봐도 이집 마당이라는걸 알 수 있음.
 
여하튼 대낮이었지만 장례를 마치고 모두 피곤에 쩔어 상복도 못 벗고 이방 저방에서 쓰러지듯 잠들어있거나 쉬고 있있음.
나도 좀 쉬고 있다가 갑갑해서 마당이 보이는 마루에 나와 앉았음.
그런데 누가 우리 어머님 밭에서 뭔가를 캐고 있는거임.
 
순간 나는 마을 어르신인가 했음.
근데 아님.
그 동네는 평균연령이 70대가 넘어갈만큼 젊은 분이 드문 동네인데 그 아줌마는 누가 봐도 50대 초반임.
하긴 마을 어르신들이라면 애초에 남에 밭에서 말도 없이 무얼 캐거나 하시지도 않음.
 
당황한 나는 마당으로 나가 그 아줌마께 뭐 하냐고 물음.
 
 
 
아줌마 - "고들빼기좀 캐고 있어"
 
나 - "여기 개인 땅이예요. 허락도 없이 그렇게 캐 가시면 안되죠"
 
 
아까도 말했지만 선산에 어머님 모시고 내려온 직후라 난 상복차림이었음.
보통의 사람이라면 그런 차림의 사람이 얘기 하면 미안하다고 사과는 할줄 알았음.
 
아줌마 - "아 뭐 길 밖에서 캐는데 뭐가 어때서 그래?"
 
아줌마는 내 생각보다 훨씬 더 뻔뻔했음.
 
담이 없는 마당이라고 하지 않았음?
발은 도로에 붙이고 쪼그리고 앉아 팔만 밭으로 뻗어 캐는건 된다고 생각했나 봄.
 
 
나 "아줌마, 내가 아줌마네 집 창가에서 팔만 뻗어 아줌마네 집 물건 들고 가면 그건 도둑질 아니예요? 동네분도 아니신거 같은데 좋게 말할때 그냥 가세요"
 
 
그 아줌마는 예상대로 시골 인심이 박하다는둥 젊은게 말을 싸가지 없게 한다는 둥 남에 땅인지 몰랐다는 둥 궁시렁 거리더니 캔 고들뺴기는 알뜰히 다 들고 가버렸음.
 
나 안 어림.
40대 초반임.
맘 같아서는 쫒아가서 머리채라도 잡고 싶었지만 날도 날이고 피곤한 가족들 깰까 싶어 참았음.
진짜 세상은 넓고 상상 이상의 미친 사람이 많은 거 같음.
노란 점퍼의 아줌마 잊지 않겠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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