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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어두운 공원 풀 숲에 있던....
게시물ID : menbung_4692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누가나불렀니
추천 : 3
조회수 : 521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7/05/17 06:31:12
밤에 강아지랑 공원 산책하러 나가서

핸드폰을 보며 걷고 있었는데 

앞 서 가던 강아지가 갑자기 멈춰서서 

덤불 숲을 뚫어져라 응시하길래 

'고양이니? 나 고양이 무서워, 가자가자 고양이 무서워' 

(오해 하실까봐 사족-저 고양이 엄청 좋아합니다 근데 제 개가 고양이한테 다가가면 고양이 겁먹을테니 가지 말라고 일부러 그렇게 말하는 거예요 제 개가 무서워 라는 단어를 알아 듣거든요) 

하고 그 쪽을 힐끗 봤는데

머리털이 쭈뼛 곤두서는 느낌을 받았어요 

제가 눈이 나빠서 10m 이상 떨어진 건 흐릿하게

보이거든요? 촛점도 잘 안맞고... 

언뜻 느낀 건 사람 얼굴 하나...
   
순간 느낌이 너무 안좋아서

하지만 서둘지 않고 태연한 척 다른 곳으로 가니 

배드민턴을 치는 남자 둘이 있는 거예요 

안도하며 그 쪽으로 후다닥 가던 도중 

'이 사람들 있으니 겁먹지 말고 다시 가서 뭔지 확인해볼까? 괜히 오해하고 집가서 찝찝하긴 싫은데' 

라는 생각이 들어서 뒤를 돌아보니 

덤불 숲에서 나오는 머리부터 발 끝까지 검은 남자 둘의 실루엣.. 

앉아서 이야기 나눴을 수도 있지? 

그 남자들이 앉아 있던 그 곳은 사람이 들어갈 이유가 전혀 없는, 들어가기도 힘든 그런 곳인데다 바로 앞 멀쩡한 벤치 놔두고 뭐하러 거기 있었을까요 

게다가 조명도 비치지 않는 완전히 어두운 곳이었습니다 

 
그 공원이, 지역주민들도 잘 모르는 후미진 공원이예요 
거의 매일 그 공원 가는데 몇 년 만에 배드민턴 치는 사람 처음 봤을 정도로 (제겐 행운) 사람이 잘 안오는 인적 드문 곳이죠

공원 구조가 좀 특이한데

큰 공원 좀 떨어진 곳에 세개의 길로 들어올 수 있습니다 

입구1 회사에서 공원으로 난 길-성인 두명 지나갈 수 있는 조명 없는 으슥한 골목

입구2 성인 한 명 건널 수 있는 폭의 풀 숲 사이 건널목

입구3 큰 공원 화단이서 산 쪽으로 난 조명 하나 없는 깜깜한 산길 (길로 안보임)

입구 1에서 느낌 이상한 남자 둘이 들어오는 걸 보며 

(사람한테 무관심한 타입인데 왠지 보자마자 촉이 나쁘게 오더라구요) 
  
 '와.. 머리부터 발끝까지 까만 사람들이네 얼굴 밖에 안보여' 라는 생각을 했었고, 그들이 절 보며 속닥이는 듯한 제스쳐에 기분이 이상하더라구요

한국사람 아닌 느낌도 들고.. 부랑자 같기도 하고..
 
여튼 들어온 건 봤는데 공원 안에서 마주치질 않아서

(공원이 원형이라 안에 있는 사람은 계속 마주치게 됩니다)  다른 입구로 나갔다 보다하고 한시간 가량을 더 있었는데

그 남자 둘은 그 깜깜한 풀 숲 속에서 그 시간 동안 뭘 하고 있었던 걸까요? 

그 쪽은 좀 더 후미져서 발걸음이 안 갔다가 

공원 나가기 전에 한바퀴 크게 돌아야지 하고 갔었던 건데 배드민턴 치던 분이 그 넓은 공원에서 마침 거기에 있어 줘서 너무 안도 되었어요 

그러보고면 그 남자 둘 배드민턴남 둘 저 하나 개 하나 

있었네요 씨씨티비 한 대 없는 공원에... 

당분간 그 공원은 가지 말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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