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getit 선생님, 안녕하세요? 남편을 통해 오유를 알게 된 지 몇 년 되었고, 그 동안 가입은 하지 않은 채 게시글을 읽기만 했던 사람입니다. 오늘 선생님 글을 읽고 처음으로 저도 글을 남겨봅니다. 시사 게시판에 글을 남기고 싶었으나 처음이라 댓글 제한이 있고, 이곳에 교대 임용과 관련하여 글을 올리신 분들도 많아 멘붕게시판에 씁니다.
저 또한 지방 교대 출신 초등 교사이고, 우선 전남 벽지(하루에 버스가 5대도 다니지 않는 곳입니다.) 에서 6년 근무, 벽지보다 조금 더 큰 면학교에서 2년 근무, 남편 따라 교환으로 경기도 큰 학교에서 1년 근무한 경험이 있음을 말씀드립니다. 현재 소속은 전남 소속이고 육아휴직이 끝나면 복귀 예정입니다. 서울교대에는 다녀본 적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습니다.
제가 이렇게 먼저 말씀드린 이유는 지금 시위하는 서울교대 및 광역시 소재 교대 학생들이 적은 티오를 받고 오로지 지방 임용이 싫어서 투쟁을 하고 있음을 지적하시는 선생님의 글과 꿀빠는(?) 교대 임용 경쟁률에 대해 성토하는 댓글을 읽고 속상한 마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1. 우선 임용 경쟁률을 지적하시는 분들중에 교대 임용 경쟁률이 다른 기업체 취업 경쟁률이나 공무원 경쟁률보다 낮은 건 사실이지만 교대 졸업자들이 다른 기업에 취직하기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학원강사는 하기 싫어서 그런 거 아니냐? 라는 분들...네, 학원 취직조차 어렵습니다. 제가 학원에 강사로 취업하고자 했을 때 교대 출신이라는 이유로 몇 차례 거부당해봐서 그 이유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지요. 교대 특성상 과라는 것은 일주일에 몇 시간 더 심화수업을 받을 뿐 사실 전공은 모두 같은 초등교육인데 외부에서 보기에 윤리, 음악, 미술, 체육, 실과 교육과는 해당 과목 전공자라고 생각하시는 바람에 학원 취업이 극히 어렵습니다. 기업 취업은 더 어렵지요. 교대에서 배우는 것은 초등학교 수업에 특화된 것이기 때문에 아예 기업 채용과는 동떨어진 전공이니까요.
2. 시골을 기피하는 니네 탓이다라고 하신다면...일반적으로 대졸자 혹은 대학원졸업자가 왜 대기업을 선호하나요? 복지나 급여, 여러가지 처우 문제 때문 아닐까요? 교사는 성직자가 아닙니다. 도시를 선호하는 것은 지방교육청의 열정 페이(?) 깉은 무조건적인 교사 희생 강요도 한몫을 하지요. 전남 벽지 근무 6년 중에 4년은 허물어져가는 폐가 한옥 수준(천장에서는 쥐가 뛰어다니고, 화장실 구석 에서는 뱀이 나오며, 방에는 창문이 없어 환기가 어렵고, 부엌에는 지네가 매일 나옵니다.) 관사에서 살았습니다. 작은 학교라서 신축 관사 건의는 할 수도 없고 한다 해도 들어주지도 않습니다. 시설 환경개선 건의를 하면 흙벽에 벽지는 발라주더군요. 집을 구하고 싶어도 마을에서 방을 구할 수가 없습니다. 이런 환경도 동기들 중에는 중간축에 속했습니다. 마냥 니네가 교사니까 열정으로 참아라? 저는 후배교사님들께 참고 견디라고 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건 교육청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지 개인이 몇 년씩 참고 견딜 문제가 아니니까요. 무엇보다 화가 나서 계속 건의하고 싸웠던 문제는...교사를 소모품으로 여겼던 관리자와 교육청 관계자들의 언행이었습니다. 이런 문제는 지방보다는 경기도가 확실하게 적더군요. 사람을 사람 대우해줍니다. 일 힘들지요. 하지만 일보다 더 힘든 건 사람과 환경이라는 것. 취업하신 분들은 대부분 공감하시는 문제 아닌가요? 밥그릇 싸움이다? 다른 직업군에서는 중요한 밥그릇. 격려받는 그 밥그릇이 왜 교사만 안되나요? 더 나은 환경에서 근무하고 싶어하는 게 그렇게도 욕을 먹을 일인가요?
3. 도시는 시골보다 근무여건이 무조건 좋다? 어떤 환경에서도 완벽한 곳은 없습니다. 다만 각각 만나고 해결해야 할 문제가 다를 뿐이지요. 경기도 큰 학교에서도 1년 근무해보았지만 그곳 나름대로 마음 아픈 학생들이 많고, 치열한 현장 문제들이 많습니다. 시골에 있는 작은 학교보다 도시 큰 학교가 학생들이 사용하는 시설이나 여러 공용물품이 매우 열악해서 놀라기도 했고요.
저는 다시 전남으로 돌아갈 예정입니다. 그리고 지난 몇 년간 힘들고 괴로웠지만 우리 아이들 사랑합니다. 매일밤 울고 다음날 사표 써야지 생각하다가 아침에 아이들이 한 번 웃어주면 세상 다 얻은 것 같이 기쁘니까요. 물론 진상을 떨어대는 학부모와 관리자는 그 사랑에서 별개지만요.
자신이 겪어보지 않고 가지 않은 길에 대해서 이렇다 저렇다 평가하기는 쉽습니다. 그러나 세상 어디에도 쉬운 일은 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돌을 던지시기 전에 그 이면에 숨겨진 이야기도 조금은 알아주셨으면 해서 두서없이 댓글 달아보았습니다. 급하게 모바일로 쓰다보니 매끄럽지 못한 글이어서 죄송합니다.
글쓰신 선생님, 다가오는 2학기도 치열하게 잘 보내시길 바라며 다른 분들도 무더운 여름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