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회의를 끝내고 퇴근준비를 하려는데 언니한테 카톡이 와있었다.
엄마 잠깐 쓰러지셨다고.
언니한테 답변을 하려는 찰나 회의에서 이야기 했던 부분중 내 일거리였던 것에 대해
사장님께서 잠시 말을 시키셨다. 머리속이 뭐가 뭔지도 모르겠는 상태에서
그냥 영혼없이 네, 네, 하고 되뇌었다. 아직도 무슨말인지 기억이 안난다.
무슨 생각했던지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울음을 억지로 삼키고 퇴근했던거 같다.
퇴근길에 엄마한테 전화했다. 아무일 없다는 듯이 전화를 받기에 추궁했다.
이야기 다 들었다고 병원이지 않냐고.
했더니 지금은 깨어났고 그냥 어지러워서 링겔만 맞았단다.
오늘은 가게를 쉬어랬더니 엄마는 그럴수 없다며 가게로 돌아가는 길이란다.
별거 아니라고 걱정 말란다. 엄마가게이니 하루 이틀쯤은 문을 닫아도 되련만.
이와중에 아빠는 밉게도 어디 나가있단다. 엄마가 가게를 하는동안 특별히 도와주는것도 없이
음료박스도 엄마가 다 들게하는 아빠는 (본인의 힘은 한계가 있어서 들수 없단다) 뭐가 잘났다고 가게 매출의 절반을 내놓으라 하는건지.
일을 못하면 힘이라도 쓰던지. 힘을 못쓰면 일이라도 하던지. 나보다 약할까. 엄마한테 소리지르고 위협할 힘은 넘치나보네.
손님이 와도 멀뚱멀뚱 한자리 차지해놓고 기타나 치고 자기 책들이나 펼쳐놓고 있는 아빠는
자기 친구들이 와서 맨날 먹어주니까 지분이 있단다. 말이니 방구니. 그때마다 아빤 엄마 일 안돕고 친구들이랑 같이 술마시잖아.
여기가 아빠 아지트야?
엄마한테 난 식올릴때 아빠 손 안잡고가도 되니 제발 지금이라도 이혼해라 해도
엄마는 걱정말란다. 아빠가 미워도 그럴순 없단다. 나 식올리면 이혼하겠단다.
엄만 아마 이혼 못하겠지. 매번 이랬으니까.
너희가 대학 갈때까지, 너희가 취직할때까지, 너희가 결혼 할때까지. 매번 기간을 늘려왔던 엄마니까. 아마 이혼 못하겠지.
아무튼. 엄마가 쓰러졌다는 카톡에 나는 서울에서 KTX를 타고 지방으로 가게되면
내일 근무가 어떻게 되는지를 열심히 머릿속에서 짜맞추고 있었다.
업무 특성상 CS가 일부 동반되는지라 직원들의 근무는 스케쥴표에 의해 결정된다.
그런데 머릿속으로 아무리 근무표를 조합해봐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인원이 넉넉한 회사가 아니라 정말 딱 필요한 만큼의 인원만 있기때문에.
(한명이 빠지면 다른 한명이 12시간을 근무해야할지도 모른다.)
필요한 인원이 필요한 만큼의 휴무가 보장이 되기에, 무턱대고 쉴수는 없는 노릇이였다.
그런 내가 너무 미워졌다. 일단 서울역으로 향하는 도중 엄마와 통화를 하고
어쨌든 심각한건 아니라고 언니도 엄마가 이젠 괜찮다 말했으니, 괜찮겠거니 하고 집에 왔는데도
머리가 멍하다. 내가 밉다. 그냥 달려가면 되는걸 이와중에 KTX 비용과 내일 출근일정을 열심히 짜맞추고서는
엄마는 괜찮다는 말몇마디에 달려가지 못하는 내가 너무 밉다.
그냥 다 싫다. 나는 똥멍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