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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일하고 퇴사한 첫직장
게시물ID : menbung_5361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tillluvu
추천 : 11
조회수 : 2862회
댓글수 : 31개
등록시간 : 2017/09/20 11:4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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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직장인분들의 열받는 얘기를 보다가 급 저의 첫직장이 떠올랐어요.

무려... 8-9년전 이야기네요...
얘기가 길어지니 음슴체로..

대학 졸업반. 뭣도 모르면서 그냥 저도 남들 따라 이력서를 이곳 저곳에 막 넣기 시작
그러던 중에 해외 브랜드 신발을 수입해서 온라인에서 파는 작은 회사에서 면접을 보러 오라함.

분명 공고에는 30명 정도 되는 규모라고 했는데 ㅋ
막상 면접을 가보니 10명도 채 안되는 회사고
여자 사장은 무척이나 까칠했고 내 이력서 가지고 흠만 잡고 돈도 바라는 수준에서도 한참 밑으로 부름 ㅜㅜ

사장이 워낙 부정적인 반응이길래 될 거라 생각 안했는데 담날 전화와서 출근 하라고 함. 
좀 황당했음.
뭐야 그렇게 까대더니..
느낌이 안좋아서 고민하다가.. 따질때가 아니다 어디라도 다녀야한다는 압박감에 출근을 했음.


첫째날,

회사 인원 30명은 무슨...
사장 +여자직원 1,2,3 + 그리고 나 이게 사무실 인원 끝이었고
배송팀에 두명의 알바가 실체

1.출근하니까 나를 제외한 1,2,3셋중에 막내였던 직원3이 찬송가를 엄청 크게 틀어놓음. 아주 정신 나갈정도로 쩌렁쩌렁
사장의 지시라고 함.
심지어 사장은 출근도 안했는데... 
사장이 듣던말던 무조건 아침에 틀어야놔야 한다고 함.
이때부터 쎄한 느낌이 몰려옴..........


2.사장은 보통 10시-11시에 출근하고 점심시간 지나 올 때도 있다고 하는데
사장이 도착하기 10분전쯤 사무실에 자기 도착한다고 전화를 걸면
막내 직원3이 커피머신을 작동시켜서 커피를 내림
근데 그 커피는 직원들은 마시면 안된다고 함ㅋㅋㅋㅋㅋㅋ 사장만 마실 수 있는 커피 ㅋㅋㅋㅋㅋㅋㅋㅋ
직원들은 믹스커피..........ㅋㅋㅋㅋㅋ
무슨 대단한 머신으로 뽑은것도 아님. 줘도 안마셔 퉤퉤
아무튼 커피를 후레쉬하게 내려서 한컵을 따라서 사장 책상에 올려놓아야 함.
무슨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편집장인줄......


3. 이게 진짜 거지같은데.....
사장이 점심시간에 밖에서 못나가게 함. 무조건 사무실 안에서 먹어야 함.
왜냐면 문의전화가 계속 오니까 사무실에서 밥먹으면서 전화를 계속 받으라고.
혹시나 사장이 점심시간까지 출근을 안했을때는 불시에 전화를 한다고 함.
직원들이 밖에 나갔나 안나갔나 확인하려고.
당연히 첫날이니까 아무 준비 없이 갔고 밖에서 사먹지도 못하니 컵라면 사와서 먹었고
그마저도 전화벨이 울리면 뛰쳐가서 받아야 했음


4. 그리고 업무
앞선 에피소드를 보면 당연히 엉망일거란 감이 오겠지만 ㅋㅋㅋㅋ
첫날 출근해서 교육 같은 거창한 건 바라지도 않았음 근데 인수인계 뭐 그런거 하나 없이 무조건 전화를 받으라고 함.
시킨대로 일단 전화를 받으니
대부분 이 회사가 판매를 위탁하고 있는 온라인 업체 상담 직원들이 고객 질문에 대답해주려고 세부 내용 확인하는 문의 전화
근데 질문할때 보통, 
예를 들어 어떤 신발A가 있다면 관리를 위해서 공통으로 쓰는 품명코드라는게 있었음.
ABCD123이요 이렇게 얘기를 시작하는데
나는 출근해서 한시간도 안지났고 그런 품번을 알려준 이도 아무도 없고 그 내용 또한 당연히 모름;;;;
그건 경력자가 와도 첫날엔 모름...........
그러다보니 옆에 앉은 직원1 에게 물어가며 대답을 해줄 수 밖에 없었는데
오히려 직원1은 그것도 모르냐는 식으로 눈치+짜증을 부리더니 자료 한권을 던져줌. 신발 코드가 나와있는............
이제 코드는 알았지만 쏟아지는 각종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을리가;;;;
이렇게 너덜너덜하게 전화를 겨우겨우 받는 일을 하고 퇴근


5. 둘째날, 업무 내용은 전날과 비슷하게 흘러감.
온라인 위탁판매 사이트에 아이디를 만들어 가짜 구매평을 올리고-
점심시간도 같은 패턴으로 흘러갔고-
오후에 일이 터짐
알고보니 직원2가 퇴사하기로 되어있었음. 
퇴사날 정해놓고 일하고 있는 상태였는데 뭔가 작은 실수를 했나봄.
그러니까 사장이 방으로 불러들이더니
바락 바락 소리를 지르면서 멍청하다는 둥, 무슨 년 무슨년 찾아가며 사무실 떠나가라 소리를 질렀음
문밖에서 듣는데도 얼굴이 빨개지고 심장이 벌렁거리고
그런데 직원1,2는 너무 태연,,,,


첫째날도 심난했는데
둘째날 쌍욕 시전하는 사장을 보고 아, 여긴 아니구나 깨달았고
셋째날 관둔다고 말하려고 출근을 했음


6. 오전엔 잠자코 있다가 점심시간 이후에 직원1에게 관두겠다 말을 했고
사장이 부르더니 '내 너 그럴줄 알았다' 하더군여.
바로 집에 갈 생각은 바보같이 못하고 그 와중에 퇴근시간까지 자리를 지키고 앉아있는데
또!!!!
관두기로 한 직원2가 사장의 타겟이 되었음..........
뭔가 사장의 마음에 안드는 일을 하긴 했는데 별 대단치도 않고 따지고 보면 그 직원의 잘못도 아니었음
근데 또!!!!!!!!! 쌍욕 시전
이번엔 방으로 불러들인것도 아니고
사무실에서 쩌렁쩌렁
멍청한ㄴ, 미친ㄴ, 내 사업 말아먹으려고 작정한 ㄴ 등등 
나는 또 심장 벌렁벌렁 조마조마 미칠거 같은데 퇴사하기로 맘까지 먹은 직원2가 앉아서 그 욕을 다 듣고 있는게 이상했음
태연한 직원1,2가 너무 안타까우면서도 소름 끼쳤음
왕비와 시녀취급에 저런 쌍욕까지 들어가며 왜 다니는지 이해가 안갔음.......


7. 그렇게 퇴근시간이 왔는데 직원1이 야근까지 시킴
어쨌든 책임감있게 마무리는 하라며.........신발 배송 잔업까지 시킴;;;;
3일 일한 돈은 받을 생각도 못하고 줄 생각도 없었음
지금 생각하면 돈도 안주는데 뭔 책임감을 운운하는지 그냥 관둔다 말한 시점에 뛰쳐나올걸 후회....
물론 애초에 근로 계약서도 안씀;;;;



이렇게 3일간의 스펙터클한 회사 생활을 하고
친구들을 만나서 얘기해주니
이제부터 앞으로 살면서 길을 지나가다 문열고 아무 회사나 들어가도 저런 사장 만나긴 쉽지 않을거라고 함..ㅋㅋㅋ


제가 말하고 싶은 결론은,
아니다 싶은 회사는 빨리 나오는게 답입니다.
회사의 규모를 떠나서 정식 출근 했으면 당연히 근로계약서 쓰고, 부서별로 돌아다니면서 소개도 하고 자리 셋팅 해주고
업무 인수인계 해주는게 정상이고요
그정도 기본도 안해주는 곳은 안다니는게 나은거 같아요.
아무리 마음이 급하고 일자리가 절실해도요...

저도 저때 아주 큰 깨달음을 얻고
다시 심기일전해서 6개월정도 더 취업 준비 한 담에 제대로 된 회사 취업했어요~
취업준비가 너무 장기전으로 가도 안좋지만
그렇다고 너무 마음이 급해도 안되는거 같아요. 
직장인들 취준생들 다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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