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0월 14일 토요일 밤 12시경, 천안에 살고계시는 어머니가 갑자기 심한 복통을 호소하심. 아버지가 찜질,마사지 등 여러가지 방법을 쓰셨는데 호전이 되지않아 결국 새벽에 자가 차량으로 천안 ㄷ대학교 응급실 가심. 응급실에서 엑스레이,씨티,혈액,소변 등 여러가지 검사를 했는데 이상이 없다고 함. 응급실에 누워있다가 진통제 주사를 놔준 후 통증이 좀 가라앉자 의사가 모두 정상이니 귀가하라고 해서 귀가함.
2. 귀가한지 몇시간 지나지 않아 오전이 되자 다시 심한 복통이 시작됐고, 이 때 부터 심상치 않음을 느낀 아버지가 119를 부르고 나서 수원에 있는 저에게 전화로 사실 알림. 부모님은 구급차를 타고 다시 천안 ㄷ대학교 응급실로 가셨고 저도 수원에서 출발하여 ㄷ대학교에 도착함. 어머니가 계속 통증을 호소하자 진통제 놔주고 나중에 의사가 와서 또 이상없다는 똑같은 소리 반복하며, 진통제 처방해줄테니 집에 돌아가시고 아프면 진통제 드시라는 말에 다시 천안집으로 돌아옴.
3. 집에 돌아와 어머니는 간단하게 죽이랑 약 드시고 아버지랑 저는 집마당 공사 좀 했는데, 귀가한지 2시간 만에 다시 또 심한 복통 호소하시며, 드신 죽 다 토해내시고 호흡곤란 증상 호소하심. 그냥 바닥을 기어다니시는데 도저히 안 되겠어서 이번엔 자가차량으로 천안 ㅅ대학교 병원 응급실로 감.
4. 마찬가지로 엑스레이,혈액,소변 검사 했는데 확실하진 않으나, 엑스레이 상으로 볼때 소장에서 폐쇄(유착)현상이 있는것 처럼 보인다고 함. ㄷ대학교 병원에서 씨티 촬영 2번이나 했다고 하니, 가서 가져와 보라고 하길래 가서 씨디 받아와서 제출 함. 씨티 사진 보고도 확실하진 않고 그나마 그 부분이 조금 의심된다 정도로만 얘기 함. 어차피 응급실이라 정확한 진료, 치료 받으려면 내일돼야 한다길래, 계속 마약성 진통제(일반 진통제 효과없음)로 월요일까지 버팀. 어머니는 계속되는 심한 통증에 한숨도 못 주무시고 밤새 신음하며 괴로워 하심.
5. 월요일 아침이 되자 3인실로 입원하고 마찬가지로 수액,항생제,진통제만 계속 놔줌. 의사는 수술실 들어가서 저녁에나 볼 수 있다며 아무런 조치를 취해주지 않았고, 어머니는 전날보다 더 큰 통증에 거의 실신 상태에서 간호사한테 제발 뭐라도 해달라며 살려달라고 빌듯이 사정하심.
6. 오후 늦게 돼서야 주치의 나타나서 원래 장 폐쇄는 금식과 수액 만으로도 대부분 호전된다며 또 무작정 지켜보자고만 얘기함. 상태를 지켜보다가 정 안되겠으면 다른 의사들과 상의 후 수술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함. 저랑 형이 인터넷 찾아보고 비위관을 통한 감압법 시술이라도 해달라고, 어머니가 너무 고통스러워 하신다고 계속 사정 함. 그제서야 감압기계 갖고와서 코에 관 넣어서 감압 실시 함. 그래도 여전히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고 통증은 줄어들지 않았음.
7. 밤 늦도록 증상,통증,상황 등이 나이질 기미가 안 보이자 아버지가 치과 의사인 조카한테 전화해서 상황설명 후 논의 함. 사촌형이 장 폐쇄(유착)은 48시간이 지나면 썩을 수 있어서 매우 위험한 병이고, 당장 큰 병원(서울대,삼성,아산,세브란스 등)으로 옮겨서 재진료 받고 치료 들어가라고 함. ㅅ대학교 병원에 사정 얘기하고 퇴원수속 밟은 후, 밤12시 쯤 사설 응급후송 차량으로 서울삼성병원으로 출발함.
8. 응급실 도착해서 다시 검사 받았는데 소장 폐쇄가 확실하며, 위급한 상황이므로 당장 수술에 들어가야 한다고 하여 새벽 4시에 수술실 들어 감. ㄷ대학교와 서울삼성병원에서 찍은 씨티 사진을 다 보여줬는데, 삼성병원에서 찍은 사진에서 문제의 부분이 훨씬 더 확연하게 잘 보였음. 기계의 차이인지, 사람의 차이인지는 저도 모르겠음. 수술을 하려면 먼저 입원을 해야되는데 남은 입원실이 특실밖에 없다고 하여 어쩔 수 없이 특실 잡음. 특실비 하루 84만이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음.
9. 2시간에 걸쳐 수술하고 나오셨는데 환부의 회복이 힘들다고 판단하여, 소장 50cm정도 절단하고 접함 함.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이고 5일정도 후에 퇴원 가능하다고 함.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10. 현재 어머니는 그동안 아파서 한숨도 못 주무신것 때문에 침상에서 코골면서 주무시고, 아버지 역시 피곤함에 쇼파에서 코골며 주무시고 있습니다. 참 다행스럽고 행복합니다.
제가 오늘 이런 개인적이면서 긴 얘기를 쓴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여러분!! 좀 심하게 아프시다면 병원 한곳만 믿고 계시지 마시고 여러 병원에 가 보세요. 정확한 병명을 말해주지 않거나 애매하게 얘기하면 다른 병원에 가 보세요. 치료를 받고 있는데 며칠이 지나도 호전이 되지 않는다면 다른 병원에 가 보세요.
이게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입니다.
저희 어머니가 첫번째 병원에서 했던 얘기듣고 그냥 진통제 먹으면서 참고 있었으면 어떻게 됐을까요?
두번째 병원에서 내린 처방대로 그냥 링겔만 맞으면서 병실에 누워만 계셨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세번째 병원에서는 그 새벽에 위급하다고 판단하여 4시에 수술을 감행했고, 환부의 재생 및 회복 확률이 낮다고 판단하여 절단했습니다.
판단은 여러분들에게 맡기겠습니다.
7,8년 전 쯤 "궤양성대장염"이라는 난치병 선고를 받으신 아버지도 4번째 갔던 병원에서야 받은 진단과 병명이 나왔고, 당시 ㅅ대학교 병원에서는 염증이 있는 대장(거의 모든 부위)를 잘라내고 소장과 직장을 직접 연결해야 된다고 했는데, 수술 자체도 성공율이 낮지만 성공한다고 해도 그 후 길어야 3~5년 밖에 못 사실거라고 했습니다.
고민 끝에 가족들은 수술을 안 하기로 하였고 수원에 있는 성빈센트 병원에서 약물치료를 하여, 치료 시작한지 3,4년 뒤에 대장 전체의 염증 수치가 거의 0에 가까울 정도로 건강을 되찾으셨고 현재까지도 아무 이상없이 정상인과 비슷한 건강한 장을 갖고 계십니다.
물론 이 병이 난치병이라 지금도,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리,검사,치료가 필요합니다. 죽을때까지 관리해야만 하는 병 이거든요.
근데 만약 ㅅ대학교 병원에서 얘기한대로 장 전체를 절단했다면 지금 상황은 어땠을까요?
의사가 얘기한대로 길어야 3~5년 살 수 있다면, 현재 저희 아버지는 제 옆에 안 계실 확률이 훨씬 높겠죠?
아버지에 이어, 어머니까지 이런일을 겪다보니.. 병원이 어디냐..의사가 누구냐.. 이게 참!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희 아버지 건강하게 살아계시게 해주신 병원과 의사 선생님, 저희 어머니 사고없이 성공적으로 수술 해주신 병원과 의사 선생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p.s
의사 선생님 말로는 장 유착이나 폐쇄는 과거 개복수술 경험이 한번이라도 있던 사람들에게서 흔히 나타난다고 합니다. 그 수술이 오래전이든, 최근이든 상관없이요. 참고로 저희 어머니는 40년 전에 했던 맹장수술과 37년 전에 저 낳을때 했던 수술이 전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