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씨와의 관계는 계속 좋았다. 짜증과 화가 많다는 것은 느끼고 있었으나 그 정도는 괜찮았다. 완벽하지 않다고 해서 나쁜 사람인 건 아니니까. 가 씨는 내가 적응하려고 몸부림치던 시기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가 씨는 직원으로서의 금기를 깨뜨렸다. 우리 일터는 실무자들과 관리 직원으로 구성되고, 나는 신입직원이고 가 씨는 인턴직원이었다. 그런데 가 씨가 실무자들과 함께 직원인 나에 대한 불만을 공유한 것이다.
이유는 내가 출근하지 않는 날에 고의로 일을 몰리게 만들어놓았다는 것이었다. 이는 '고의로'라는 부분만 빼면 사실이었다. 아직 일을 잘 모르던 내가 그러한 상황을 만들어버렸다.
하지만 메신저로 '고의로 이런 것 아니냐'며 따진 가 씨는 성숙한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 당일 저녁 일터로 출근한 나를 대하는 실무자가 나를 대하는 태도에서는 그들 사이에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미안했지만 너무나 억울했고, 나를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에 슬펐지만 상황을 수습해야 했다. '내가 싼 똥'을 치우기 위해 그 날 밤을 새며 일을 했고 다음 날 새로 들어오는 일도 하기 위해 계속 남아있었다. 내가 일을 하기 싫어서 고의로 그랬다고 생각했다는 것이 너무 충격적이었고, 평소 내 행실이 어떻게 비춰졌기에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것일까 고민했다.
성숙한 사람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저 자신의 눈 앞에 주어진 힘든 일에 대해 불평할 여지를 남에게서 찾고, 그 남이 어떤 짐을 지게 될 지는 고민하지 않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야말로 역지사지가 안 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생각해보면 평소에도 그런 점이 종종 보이기는 했지만 이 사례를 통해 그 사람을 나는 다시금 평가하게 되었다.
물론 내 평가는 상관없지만, 인턴직원이었던 가 씨는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못했다. 이러저러한 것이 이유가 되었으리라는 것을 후에 들었는데, 어쨌든 이 정도의 그릇을 가진 사람이 직원이 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혼자 생각하고 있다.
2. 실무자 '나' 씨.
'나' 씨와의 얘기는 더 길고 복잡하고 미묘해서 적기 어렵다.. 다음 기회에 적어야겠다.
이렇게나 미움의 대상이 되어본 것은 일을 하면서가 처음이었다. 이 전에는 존재감이 없으면 없고 예쁨을 많이 받으면 받았지 '네가 잘못했어' 라고 질책받는 입장이 되어본 적이 없었다.
특히나 억울한 면이 있고, 사과한다고 끝나지도 않고, 그리고 관계가 있거나 없거나 계속 봐야 하는 다른 사람들까지도 나를 싸늘하게 대하는 것을 느끼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