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들이 별로 거주하지 않는 나라에 거주중입니다. 며칠전 집에서 20개월 딸내미가 심심해서 화분에 있는 흙을 온몸에 끼얹기 놀이를 하는걸 보고 (사실 이게 더 멘붕..) 집 바로 옆에 있는 쇼핑몰에 갔습니다.
뭐라도 먹을려고 푸드코트에서 줄을 서고 있는데 카운터 앞에 배낭여행을 하는 학생들로 보이는 한인 여성 2분이 서있었어요. 그런데 현지어를 못하는 것 같고 카운터에 있는 현지인은 영어를 못알아듣고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길래 가서 주문하는데 도움을 드렸습니다. 감사하다고 하면서 같이 앉아서 밥을 먹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는데 졸업하고 베프끼리 한달간 여행중이라고 하더라구요. 멀리 있는 나란데 참 대단하다 하면서 헤어지려는데 자기들도 이제 숙소로 간다고 하더군요. 위치를 물어보니 몰에서 하이웨이타면 차로 한 20분 (차가 안막히는 시간대)인데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버스-지하철-도보 까지해서 한 50분 걸리는 곳이더라구요. 그래서 어짜피 집에 가야 애랑 핑크퐁이나 또 보고 할테니 (...) 그냥 태워다 준다고 하니 잠시만요 하다니 둘이 잠시 속닥거리더니 감사하다고 하더라구요. 너무 대놓고 그러니 쫌 머쓱했는데 해외에서 무슨일이 있을지 모르니 의심 될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같이 주차장으로 갔는데 일단 애기를 뒷자석 카시트에 앉히고 유모차를 접고 있는데 둘다 벌써 뒷자석에 착석해서 문을 닫더라구요. 도와달란 마음은 하나도 없었지만 (맨날 애기랑 혼자 외출하는게 익숙한터라) 그래도 예의상 서서 기다리거나 문은 열고 기다리진 않나 싶었지만 뭐.. 후에 운전석에 타서 '뒤에 카시트가 있어서 좁은데 한명은 앞에 타는게 더 편하지 않을까요?' 하니 괜찮답니다.. 뭐랄까 내가 소심한건지 뭔가 우버기사가 된 느낌?
하여튼 가는데 또 수다도 떨고 밝은 친구들인데 내가 괜히 민감했나 싶었어요. 그런데 한 친구가 웨하스 비슷한 과자를 꺼내서 먹더라구요. 바스라지는.. 그 가루 많이 떨어지는 과자 ㅠㅠ 열심히 먹으면서 계속 얘기하는데 제 시선은 백미러로 떨어지는 가루만 보고 있고.. 그리고 저한텐 먹어보란 소리도 안하고 둘이 열심히 나눠 먹는데, 옆에서 애기가 과자를 보고 달라고 칭얼되며 손을 뻗더라구요. 그러자 응 너도 먹고 싶지? 그러면서 손에 쥐어주는데... 전 애기한테 과자 먹이는거에 그리 민감한 편은 아니지만, 일단 물어봐야 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또 애기라 엄청 엄청 흘리고 묻히고 먹으니까 아 저거 또 치워야하는데 하는 생각이 순간 짜증이 쫌 나더라구요.. 하튼 뭐.. 애기 이쁘니까 준다.. 하고 생각하고 또 넘어갔습니다.
뭐 도착해서 여행 잘하라고 하고 이 나라에 한 삼일정도 더 있는다고 하길래 혹시라도 언어가 안통하거나 그러면 전화하라고 전화로 통역해준다고 전화번호를 주고 왔어요.
그렇게 끝난줄 알았는데....
다음날 아침 8:10분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길래 받았더니 그 학생들이었습니다. 그러더니 하는말이 "언니~ 일찍 전화해서 정말 죄송해요~ (그후 약 3분간 어제 감사했고 뭐 어제 밤에 어디를 갔는데 좋았다 라는식의 왜 이걸 지금 이 시간에 나한테 하지 싶은 얘기들을 함)
근데 원래 저희 오늘 xx 가기로 했는데 못가게 됬어요. 대신 xx을 가려하는데 찾아보니까 쫌 복잡하더라구요.. 정말 정말정말 죄송한데 혹시 저희 태워다 주시면 안될까요?"
....
아침에 보통 애기가 9시에 일어나서 저도 그때 깨는지라 비몽사몽 받아서 그냥 '아 미안해요 애기가 자서 아침 일찍 나가기는 어려울꺼 같아요, 거기까지는 버스 보단 지하철로 가서 xx역에서 내려서 택시를 타는게 저렴하고 빠를꺼에요' 라는 식으로 말해주고 끊었어요.
그런데 끊고 나서 다시 생각하니 아무리 여행객이고 같은 나라 사람이고 해도 쫌 무례한거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같이 가자는 것도 아니고 라이드만 해달라는 말과 어제 애기 있는것도 봤을텐데 대리고 다니기 힘들겠다라는 생각은 안들까 하는 생각과.. 차로 집에서 학생들이 머물던 숙소까지 20분 또 거기서 관광지까지 40분, 총 왕복 2시간 거리인데.. 쫌 이건 아니다 싶었어요.
어쩌면 가면 사례를 줄려고 생각했을 수도 있지만 내가 택시기사도 아니고 뭔가를 받고자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호의로 해주는 건데..
모르겠어요. 제가 민감하게 느끼는 건지 그냥 세상물정을 잘 모르는 순진한 학생들을 내가 너무 곡해해서 받아드리는 건지 모르겠어요..
남편한테 얘기했더니 뭐 그냥 되면 좋음거고 아니면 마는거지라는 식으로 물어본거겠지 그런거 가지고 뭐하러 서운해하냐며 서운해 할껏도 참 많다~ 하는데, 저는 뭐랄까 그냥 한국사람이 반가워서 배푼 호의가 무색해지는 것 같아 서운하고 쫌 속상했어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