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보름전
페이스북 친구요청에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 떴음
8년전 몇몇 친구들과 성인이라고 이제 스무살이라고 온동네 쏘다니면서 술마실때 가끔 만난 녀석임
"이녀석이 나에게 친추를?" 순간 별다른 의심없이 요청을 수락함
그리고 나서 한 10분정도 페북 채팅으로 그간의 근황을 서로 물어봄
이녀석 뭐 어디 강남에 회사 다닌다 함. (속으로 좀 부러웠음. 취준생의 넋두리.....)
조만간 강남에서 술한잔 하자 함. 콜함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다 일주일정도 전에 카톡이 옴
친구 : "우리회사 발주 터져서 겁나 바쁘다. 주말에 쉬면 와서 사무보조 정도로 알바 할 생각있냐?"
나 : "ㅇㅋ. 회사 어디임? 나 일당 비싼 몸임 ㅋㅋㅋ"
친구 : "ㅋㅋㅋㅋ 내가 나중에 연락줌 ㅋㅋ 아 올때 정장입고 와라"
연락기다림.
토요일은 일이 있어서 못하고 일욜날 가능하다함.
아까 10시에 강남으로 감. 물론 정장입고 감.(오랜만에 타이트한 옷 입으니 겁나 불편했음)
친구놈이 나오라는 3번출구로 나오고 근처 까페 흡연구역에서 담배태우면서 기다림.
친구 옴. 커피 한잔씩 사서 테이블에 앉음. 그간의 근황에 대해 다시 물어봄.
약 10분 경과.
"회사 안들어감? 어여 가자"
친구놈 뭔가 에둘러서 표현하긴 하는데 왠지 4년전 그날같은 기억이 떠오름.
본인은 24살때 병특 소집해제 이후 컴투스에서 일한다는 친구의 꼬임에 넘어가 3일간 다단계를 체험해봄
그 당시 내 친구의 레퍼토리가 생각나서 약 10초간 입은 말을 하지만 머리는 4년전과 비교분석중이있음.
앞뒤 상황을 머리속으로 정리해보니
1.이녀석 강남의 어느 회사에서 설계(캐드 등의 도면작성)를 한다고 하는데 내 상식상에서는
설계팀이 있는 회사는 생산현장을 끼고 있을텐데 강남에 생산현장을 끼고 있을리 없음. 구로공단이라면 모르겠지만.
2.정장입고 오라함.(이건 직장생황의 불문율 비스무리 한거니 패스)
3.곧 회사에서 친한 직원이 커피마시러 내려온다함(바빠서 일요일 특근하는데 커피마시러 내려오기까지???)
확신은 '훗 용쓴다. 근데 어쩌냐 나 이미 파악해버림 ㅋㅋㅋ'
확신이 있으니 이제는 확인해볼 단계임.
예전에 다단계에 데인적이 있다고 애둘러서 표현함.
순간 이녀석 뜨끔함. 눈에 보였음.
이러쿵 저러쿵 그때 다단계에서 있던 일을 말해줌. 믿을수 없다는 표정임
그러면서 "사실 나 오늘 올때도 뭔가 촉이 좀 이상헀다. 혹시 내가 생각하는 그거냐" 물어봄
그렇다고 함.
그 순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남.
"에이 그럼 더 할얘기 없겠네. 조만간 동네에서 소주나 한잔하자"
그 이후 "네가 생각하는 그거랑 우리랑은 달라" 이 대화로 한 10분정도 잡아먹음
이녀석도 나중엔 반 포기했는지 밥이나 먹고 들어가라 함
좋다고함. 근처 순대국집으로 자리를 옮김.
(사실 이쯤되면 미모의 여성이 나타나서 대상자(본인)을 홀리는게 정석패턴)
역시나 여성이 나타남(미모의 여성이 아님.... 살짝 실망함......)
밥먹으면서도 설득은 계속 됨.
손과 입은 순대국과 반찬을 왔다갔다하고 눈은 두사람을 번갈아가며 보고 귀는 일방통행으로 열어서 들으면서 흘림.
밥 다 먹고 모든 말을 끊고 "잘먹었다. 간다"
문을 나서고 나서 지하철을 타러 감. 끝까지 쫒아오다가 개찰구에서 카드찍고 들어가는거 보고 결국에 돌아섬.
집에 오자마자 페친삭제함.
그리고 이 글을 쓰고있음. 무언가 후련하면서 찝찝함.
3줄 요약
1)다단계 친구놈이 연락함
2)들으거 들으면서 얻어먹을거 다 얻어먹음
3)쿨하게 거절하고 돌아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