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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복잡합니다
게시물ID : menbung_5952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내꿈은오징어
추천 : 3
조회수 : 1402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21/09/07 00:12:13
할머니께서 뇌암이시랍니다
물어봤더니 치료가 안되면 빨리 죽고 잘 돼도 2~3개월을 못 넘긴다 하십니다.
지금 마음이 머리가 너무 복잡하고, 생각이 너무 많아집니다. 그러면서도 내가 지금 생각해 봤자 뭐가 달라지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또 괴로워집니다.
소식을 들었을 땐 울었습니다. 창작물의 캐릭터가 이런 상황에서 울었을 때 '저러면 체면만 구길 뿐인데 왜 굳이 울지?'비스무리한 생각이 잠깐씩 스쳐지나갔는데 그게 아주 틀렸습니다. 슬퍼서 우는 건 꽤 된 것 같습니다

양치하고 늘 그랬던듯이 폰을 들었는데, 단톡방에 들어가니 친구들이 시시덕거리며 별 의미없는 말을 해둔 게 보였습니다. 평소대로라면 저도 거기에 맞장구치거나 했을 텐데 지금은 그럴 마음이 전혀 들지 않고 어히려 아주 조금 증오스러워졌습니다. 그냥 의미 없어 보이고, 당장 그 방에다 쌍욕을 하고 방을 나가버려도 상관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접한 게임의 카페를 들어가는데, 그것도 재미 없습니다. 다른 게임들이나 웹툰 앱 아이콘도 보이는데 다 지워버리고 싶고 그래도 상관없을것같고 그냥 다 하기가 싫어쟜습니다.
평소에 이와 비슷힌 감정을 느꼈을 땐 사람을 접하면 나아진다는 것을 떠올리고 가장 친한 친구에게 톡을 넣으려다도 말았습니다. 무슨 얘기륵 해야 할 지도 모르겠거니와, 이 상태라면 그것조차 금방 질려버릴 것이 뻔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리고 오유를 들어왔습니다. 베오베에 글 몇 개 보니 이상하게 나아지더군요. 그 부부분들께서 알콩달콩 하시는거. 그거 제가 좋아하는 시리즌데 마음이 따뜻해졌어요. 그러다 누운 자세를 바꾸려 잠깐 폰에서 정신을 거뒀는데, 그 순간 이상하게 기분이 매우 더러워졌습니다. 내가 폰을 보며 조금이라도 마음의 안식을 찾은 것이 아니라 그저 현실을 회피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아게 맞겠죠 아마도
그리고 또 있습니다. 말머리에 안 적었는데 저는 학생입니다. 초6입니다. 학교를 끝나고, 집에서 놀다가 (어머님과 할머니는 아침에 큰병원에 가셨습니다. 한 5일간 집을 비울 거라 하셨기에 전 그저 '아 밤 샐까? 학교가는데 될까?'이딴 생각이나 하고있었는데 지금 보니 아주 불쾌하고 그 당시의 나를 한 대 후려갈기고 싶습니다.)집에서 놀다가 심심해서 친구를 집에 불러 같이 놀았습니다. 친구가 집에온지얼마안돼서 어머니가 오셨는데, 방에 들어가셨는데 친구 데려다줄때 보니 엄마 눈시울이 붉으셨습니다. 그런데 내가 거기서 진짜 멍청한게 아무것도 알아채질 못했습니다. 빨리 알아채서 무슨 이득이 있었겠냐마는, 진작에 알았다면 친구를 집에 ㅜ불러 같이 노는 행동 따윈 하지 않았을 겁니다. 두 시간 전까지 게임 캐릭터에 대해 물어보며 하찮은 대화를 나눴던 그 때의 나를 턱주가리를 한 대 후려치고 베란다로 던져버리고 싶습니다.
내가 어렸을 때부터 할머니가 거의 나를 돌봐주셨습니다. 엄마은 초1때 미국가셔서 (돌아가셨다는 비유적 표현이 아닙니다. 문장 그대로입니다.)돈을 벌고 계셨습니다. 그동안 할머니가 저를 돌봐 주시다 어머니께서 몇 주 전에 오셨던 거죠. 할머니와 같이 있는 시간 동안 그니까 둘이 잘 안 맞았습니다. 그니까 제가 뭐 일부러 굽힌다던지 하는 법을 모르는 그니깐 아주 오만하고 한.. 성질이 제가 일방적으로 더러웠다기보단 제 성격도 어른들과의 마찰을 자주 빛긴 한데 할머님은 소위 말해 호탕한, 그니까 어린시절 골목대장이셨고 전공도 체육 쪽이신 그런 시원시원한 스타일이십니다. (할머님 어렸을 때 이야기 재밌는데 실컷 들어둘 걸 그랬네요. 진짜 제가 정말 원망스럽습니다.)아무튼, 이렇게 자세하게 설명해 뭐 하겠냐마는 아무튼 대층 이런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갈등이 많았고, 저는 아주 가끔 다툼이 있는 날이면 할머니를 해하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었습니다. 이게 요지입니다. 지금은 내가 진짜 진짜 너무 왜 그랬는지 싶고, 기븐이 매우 좋지 않습니다. 그냥 기분이 좆같습니다 너무. 제가 나중에 이 글을 보면 후회할까 되도록이면 과격한 표현은 사용하지 않으려 하지만 지금은 아무래도 상관 없을 것 같이 느껴지네요. (아무래도 상관없다.라는 표현이 착같은데 꽤 나오던데 이 말을 내가 직접 이런 데 쓰게될줄은 몰랐네요.) 이럴 땐 오유에 댓글알림이 없는 게 마음에 듭니다.

여기까지 쓰고 화장실을 갔다욌습니다.
방에 들어와서 문을 닫는데, 침대에 눕고 방이 완전히 어두워지니까 그 가슴에서 심장에서 아주 분노에 절여졌을때 심장이 쾅 하는거 있잖아요 그게 딱 되더니 눈물이 나오더군요. 진짜 아니 또울줄은 몰랐는데 아무튼 그렇게 되더랍니다. 아니 갑자기 울컥하면서 된다니까요. 진짜 왜그런진 나도 의문인데 울고나서 그냥 다 좀 마인드가 바뀐 것 같습니다. 더 해탈햐진 기분입니다.
조금만 더 쓰자면, 전 캐릭터가 영화나 웹툰 속에서 무언가를 후회하며 고뇌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후회해봤자 그 행동으로부터 무언가를 얻었다면 미련을 버리면 되지 왜 저런담?이란 생각이었는데 겪게 되니 생각이 바뀝니다. 그냥 후회하는 마음이 들어서 어쩔 수 없이 후회하게 되는 거였습니다. 저도 지금 아주 후회가 됩니다. 뇌암이라면, 그게 암이라면 초기에 발견했다면 좀 잘 되지 않았을까. 이 생각이 계속 듭니다. 내가 몇 달 전에 할머니까 자꾸 뭔가를 까먹고 몸상태가 좀 이상하다 할 때부터 큰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보라 기를 쓰고 말했다면? 병원 안 가면 내가 죽겠다며 칼을 목에 대고 협박이라도 했다면? 그냥 이 생각만 듭니다. 이걸 떨쳐낼수가 없구나, 하고 생각됩니다. 내일 아침 학교가기잔에 일찍일어나사 할머니 병원 가서 수술전에 얘기 나누다 가라는데 자고일어나면 내 상태가 조금이라도 괜찮아지리라는 희망을 가지도록 하겠습니다.
저의 제 마음을 짓누르는, 제 심신에 좋지 못한 쪽의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일을 마주했을 때의 파훼법이 '이것조차 지구와 우주의 일부고 내가 겪는 건 그 속에서의 작은 하나의 섭리일 뿐이며 어른이 되면 다 하나의 추억으로 남을 일이다.' 그러니까 쓸모앖이 거창하게 써 놨는데 한 마디로 이 또한 지나가리라.입니다. 그랬는데 지금은 이 일을 그렇게 생각해봐도 전혀 위안이 되지 않네요. 이럴 땐 어떤 방식으로 마음을 달래야 하는지 막막합니다.
또, 저는 절망적인 상황에 빠졌을 때 같은 상황에 놓인 동료에게 성질을 내며 자신의 분노를 쏟아붇는 자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해가 조금 됩니다. 엄마가 나에게 그 소식을 전해주는데, 잠시 뒤 다시 한 번 더 말하는데 할머니가 나를 사랑한다. 내가 빵을 좋아하니까 빵 사줘라. 나 숙제는 했냐.하고 나에 관련된 걸 얘기를 많이 하신다. 이걸 계속 말하는 겁니다. 그런데 여기선 슬퍼해야 정상인데 아니 그냥 너무 열불이 뻗치는 겁니다. 입을 닫아주라고 정말 말하고 싶었습니다. 진짜 인간의 뇌는 어떻게 프로그래밍되어있길래 이따위 생각이 드는 걸까요? 왜 울분이 애꿎은 사람을 향하는 건가요? 그냥 제가 지금 너무 혼란스럽습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냥 너무 뭣같습니다. 그냥 내가 차라리 더 어렸을 때나 정신적으로 더욱 성숙한 성인 때 이런 소식을 접하지 왜 하필 이때인가 싶고, (영유아기의 기억은 회피 어쩌구 뭐 순화된다고 했었나 아무튼 지금보단 나을 거라거 생각해서입니다.)이게 내가 받는 정신적 괴로움을 감소시키기 위해 하는 어리석은 생각이라는 점이 또 괴롭습니다. 그냥 정말로 너무 머리가 복잡하고, 힘듭니다. 진짜 힘들다는 말을 정신적으로 힘들다는 말을 이렇게 써본게 진짜 오랜만인것같은데 이건 진짜로 힘들어요. 제가 감당할 수 있는 감정의 한계치를 넘어서면 사람이 이렇게 되는구나 싶습니다.

와 다쓰고 나니까 머리가 좀 개운해지네요. 개운해쟜다기보단 머리가 이상하게 뭐가 누르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 사라졌습니다. 좁 약해졌습니다.
아 근데 이거 여기 멘붕게시판에 올리는 게 맞나요? 아니라면 죄송합니다. 고민에다 올리려다 고민은 아니니 여기다 올렸습니다. 보통 유게에 올리시던데 유머 보러오신분들께 이딴 글 보게하긴 싫어서요.
다 읽으신 분들이 계실까요? 만약 그러시다면 유익하지도 않으며 가독성조차 구린 글 기꺼이 읽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그냥 이 글 들어와주셔서 조회수 높여주셔서 감사합니다. 누군가 이걸 읽었다는게 그걸 보면 좀 기분이 조금이라도 나아지질것같아서입니다. 그냥 다 감사합니다. 뭘 더 쓰고 싶은데, 더 써봤자 의미도 없고 이미 의미 없는 글은 실컷 써댔으니 여기서 마칩니다. 다들 감사합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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