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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menbung_2048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햄볶아
추천 : 12
조회수 : 688회
댓글수 : 71개
등록시간 : 2015/07/06 01:11:53
우리 집안이 경상도 토박이임.

남자들 말 없고 여자들 기가 쎔..

밥먹으러가도 맛없거나 서비스가 엉망이면 한술뜨고 조용히 아무말안하고 계산하고 나와서 집밥 먹음..(ㅠㅠ 난 다 맛있는데)

어느날 한우숯불구이?를 먹으러 갔는데 레스토랑 같은 곳이었나봄.. 우리집은 그냥 고기집이라고 부르던 곳이었음. 가격도 한우치곤 착한편이었음.

여느날과 다름없이 육회촵촵하고 고기 굽고 있는데 옆에서 무슨 소리가 들림.

양복입은 아저씨들이 알바생한테 매니저 사장 회장에 아들딸까지 다 부르라는 기세로 누군가를 자꾸 찾고있었음. 알바생은 그럴 권한이 없는지 자꾸만 죄송하다고 함.
무슨일인지는 모르겠으나 한 아저씨만 고래고래 소리지르고 있었음. 자꾸만 손님이 왕이라고만 함

일찍이 얘기했지만 울아부지 과묵..묵묵.. 필요한 말 외엔 일체 하지않으심. 밥집가도 시키라.가자. 두마디 뿐ㅠㅠ

근데 갑자기 얼굴에 물이 살짝 튐. 아부지 물컵이 바닥에 나뒹굼. 아버지는 소싯적 프로복서였고 울 친형 보디빌딩 선수.. 나 님은 그냥 고기많이 먹은 근육돼지남자. 아부지 일어나니 형도 일어나고 나도 왠지 일어나야할꺼 같아서 엉거주춤 일어남. 고깃집엔 정적이 흘렀고 아부지는 컵주우러가심. 아무말없이ㅋㅋㅋㅋ
쪼금 지나니 그 아저씨는 또 다시 손님이 왕이네 사장을 보고싶네 소리가 커짐. 그때 소름돋는 일이 발생함.

평소 말도 잘 안하시는 아부지가 옆 수저통을 던지시더니 "고기 무로 왔지 욕 처무로 왔나? 손님이 왕이라고? 왕끼리 함 붙어보까!!!!!" 이러심.

이때닷 싶어 친형은 그 우람한 덩치로 뒤뚱뒤뚱걸어가 상황을 정리해줌. 나중에 들은 얘긴데 숙성고기인지 모르고 들어왔다가 숙성고기진열장 비주얼보고는 고기가 썩었네 어쨋네 하는 시덥잖은 대화부터 시작이었다고 함.

집 가는길에 아부지한테 왜 그러셨나 물으니...

"너거 엄마가 체할꺼같다고 혼잣말하드라" 한마디
와... 쫌 멋있었음..

훈훈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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