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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여행
게시물ID : menbung_2076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꼬꼬아빠
추천 : 18
조회수 : 1468회
댓글수 : 59개
등록시간 : 2015/07/21 12:3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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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부산으로의 홀로 여행

혼자만의 여행이 얼마만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이별후 힐링이라는 핑계로 

패기넘치게 연가를 사용하는 나를 보던

팀장의 "이런 미친놈이 내 부서에 있었나?"

라는 표정을 뒤로하고 나는 갈매기가 끼룩끼룩

우는 부산으로 향한다. 못하는 술이지만 

나흘간의 일정동안 나는 단 한시도 맨정신이고

싶지 않았다. 그래 사랑에 취해서 헤롱대나 

술에취해서 헤롱대나.. 술이 깬뒤에 느끼는 

숙취가 널 떠오르지 않게 하겠지 라며

버스터미널 앞 순대국밥집에서 부터 소주 한병을

비워내곤 자리에 앉았다.

실로 감격스러운 여행이었다.

스물한살 이후로 버스를 타고 어딘가를 여행한다는건

경험할수 없었기에 이 여행의 시작이 새콤달콤 유자맛

처럼 느껴졌다. 베실베실 풀린눈으로 내 자릴 찾아 

앉았다. 창가쪽 자리,4월의 햇살이라면 나는 나비가 되어

어디까지든 갈수있을것 같았다. 취기에 눈을 감고

귀에 이어폰을 꼽았다. 봄바람 일렁이는 그길을

같이 걷자고 꼬시는 달콤한 노래가 끝날때쯤 

봄에 피기는 이른 아니 적도 어느섬에서나 날것같은

향기가 내 코를 간지럽혔다.

묘령의 여인! 따듯한 봄과는 어울리지 않는

짙은 쥐색의 재킷과 상반되는 흙색의 손바닥 만한 바지를

입은 달큰한 향기와 어울리지 않는 겨울같은 그녀는 

내 생각대로 내 옆자리에 앉았다.

누워있던 나는 살짝 몸을 고쳐앉으며 

내 숨에서 올라오는 단감냄새에 가벼운 목례로 

사과를 했다. 옆에앉은 그녀는 단감 냄새에

조금은 불쾌했는지 미간을 찌뿌렸으나 내 사과에

보일락 말락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까딱였다.

나는 다시 귀에 이어폰을 꼽고 누웠다. 

나는요 오빠가 좋은걸.. 그래.. 나도 니가 참 좋았지

그 요사스런 여자에게 홀리기 전까진 난 니 CD를 

사모으는 열혈 팬이었단다..

이내 버스는 출발해 고속도로로 올라섰다

평일이라 그런지 막힘없이 버스는 

지킹 지킹 하는 기어변속음을 내며 가고 있었다.

푸른색 바탕에 엿기름 알갱이가 붙어있는듯한

차창의 커텐을 잠깐 젖혀 보았다. 

햇살.. 그 투명한 금색의 햇살은 내 이마와 어깨를 

따라 내렸고 햇살 끝에 앉은 내 옆자리의 

낯선 여인은 나른함이 옮았는지 목각 인형처럼

고개를 흔들 거렸다. 

다시 커텐으로 햇살과의 입맞춤을 끝내고 다시 눈을

감았을때 내 어깨 끝에 꽃이 피었다.

열대 어느섬의 싱그러운 꽃내음이 내 어깨에서 부터

풍겨오고 있었다. 나쁘지 않은 일이었다.

아무것 없이도 내 어깨를 누군가에게 빌려주는 일은

새롭게만 느껴졌다.

나의 단감냄새를 사죄하는듯한 맘으로 난 내 어깨를 

조금더 낮춰주기로 했다.

그리고 나도 잠이 들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기사양반의 얇고도 경쾌한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흘렀다. 본 차량 휴게소에서 잠시 쉬었다 간다고

옆자리의 그녀는 아직 잠들어 있었고 나는 

고민에 빠졌다. 내가 움직이면 그녀는 일어날 텐데..

이런저런 고민에 내 의자를 조금 바짝 일으켜 그녀를

기대고 나는 볼일을 보러 가야겠다는 결정을 했다.

그렇게 의자를 세우고 그녀의 무릎에 내 다리가 닿을까

조심조심 통로쪽으로 나가던때 아차..

앞 좌석을 잡고있던 손이 미끄러지며 나는 균형을

잃었다. 그리곤 내 관절의 이끔과 중력의 안내로

그녀의 무릎과 무릎사이에 기도하는 자세로 무릎이

꿇려졌다.. 아 왜 언제나 신은 내 기도를 듣지 않는가

그녀가 찡그리며 눈을 뜨고는 이내 눈이 크게 떠졌다.

그도 그럴것이 내 바지의 앞섶이 그녀의 얼굴쪽에 

있으니... 그녀는 잠시 몸을 떨더니 소리를 질렀다

나는 입으로 아니 그게 아니라를 연발하며  오해를

풀려 했으나 그녀의 비명을 들은 건장한 청년에게

목덜미를 잡혀 버스 통로로 내팽겨쳐졌다..

나는 바닥에 등을 대고는 

이 못생긴 얼굴을 더욱 못생기게 하지 말아달라는 

의미로 얼굴을 가렸고 입으로는 "그게 아니예요"

이 한 문장을 계속 말하고 있었다..

다행히.. 정말 다행히 

반대측 좌석에 있던 목격자가 상황을 설명했고 

나는 변태의 누명에서 벗어날수 있었다.

나는 짐을 챙겨서

내려야 하나 어찌해야 하나를 고민하며 담배를 태우고

있었다. 그때 옆에서 건네는 음료수 한캔

그녀는 무서운 꿈을 꾸고 있었는데.. 때마침 잠에서

깨어 내 하반신을 정면으로 보자 너무 놀라 

소리를 질렀다며 사과를 했다.

나는 세경받는 하인마냥 굽신거리며 

아니 그게 무슨 말씀이나며 이 손이 미끄러진게 

원흉이라고 용서해달라고 말을 했다.

후에 알게된 일이지만 그녀는 부산이 고향이고

남자친구와 미래를 계획하기 위해 서울로 왔다가

이별하여 다시 귀향하는 길이라고 했다.

We was a car.. 그래 우리는 둘다 차였고.

비슷한 신세에 부산까지 가는 남은 길을 이야기를

나누며 내려갔다.

그리고 그녀는 내게 잊지못할 3일을 선물해줬고

나는 그녀에게 아들을 선물해줬다..

우리는 지금껏 잘 사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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