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먹고 취미붙인게 스케이트보드라, 요즘 매우 재미있게 타고있음.
스케이터들 모이는 곳에 나가서 타는게 맘편하긴 한데, 아직 잘타지도 못하고 그래서 그냥 집앞 하천 뚝방의 공터에서 연습중임.
이게 안좋은 점이. 혼자서 저런걸 타고 있으면, 신기하게 쳐다보는 어르신들이 많음.
그냥 신기하게만 보면 괜찮은데, 약간 귀찮게 하거나, 어이없는 경우도 많이 당함.
내가 아무리 그래도 낼모레 마흔인데, 스케이트보드 타고 있다고 좀 어리게 보는 것 같음...
1.
힘들어서 잠깐 쉬고 있는데, 어떤 아저씨가 와서 "학생. 그거 재미있어?" 라고 물어봄.
보통 대꾸를 안해줘야 문제가 안생기는데, 그날따라 예의바르게 "네. 재미있어요." 라고 웃으면서 대답해줌
근데 아저씨가 그러면 자기도 한번 타보자고 함...... 근데 슬리퍼 신고 있음.
뭐 올라가보는게 문제는 아닌데, 스케이트보드는 슬리퍼신고는 못탐. 게다가 초보가...
자빠질게 뻔해보여서 슬리퍼신고는 위험하다고 했더니 "그래? 이게 그렇게 어려워?"
그러더니 나한테 허락도 안받고 그냥 보드를 발로 밟았음...
스케이트보드는 걍 데크에 바퀴달린 물건임. 자전거처럼 브레이크같은게 달린게 아님.
그걸 초보가 그냥 밟았으니 그대로 앞으로 미끄러지고 그 아저씨 가랑이 찢어지면서 무르팍 까짐.
그리고 나한테 화냄 "아니 이렇게 위험한거면 얘기를해줘야지!!!"
내 얘기는 귓등으로 들었냐...... 남의 보드 맘대로 밟아놓고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2.
1번 같은 경우는 사실 자주 있음.
근데 제대로 운동화 신고있고 호기심 많은 분들은 가끔 내가 기본적인 타는 법은 가르쳐드리기도 함.
어차피 보드 그렇게 아끼는 편은 아니니 상관없는데, 문제는 자기가 무슨 숀화이트인줄 아는 사람들이 있음
그날도 힘들어서 쉬고 있는데, 어떤 초딩 한명이 와서 이거 한번만 타보면 안되냐고 물어봄.
엄마한테 물어보고 오라고 했더니, 혼자 왔다고 함.
그래서 알았다고, 기본적인 올라타는 법이랑 푸쉬오프를 가르쳐줬음. 위험하니 처음엔 천천히 가라는 얘기도 했음.
근데 이시키가 겁을 상실한 넘이었음. 폼이 초딩들 타는 크루저보드나 S 보드는 좀 타본모양임.
푸쉬오프 배우자마자, 겁나 빠르게 탐... 어어어? 야 임마! 하는 사이에 벌써 저기가서 고꾸라져 있음.
애가 다친것 같은데, 가서좀 봐주려고 했더니, 울면서 막 어디로 감.
그리고 조금 있다 애엄마 나타남....... 나한테 지랄하면서 왜 이런걸 태우냐고 성질부림. 애 치료비 물어내라네.......
내가 인상이 더러워서 뿔테안경쓰고 다니는데, 그때 하도 열받아서 안경벗고 째려보니깐 궁시렁 대더니, 애를 혼내면서 돌아감.
3.
그날도 힘들어서 쉬고 있는데, 내 앞으로 한 커플이 지나감. 여자가 내 스케이트보드를 보더니 저거 재미있겠다고 함.
남자가 피식 웃더니, 자기가 예전에 저거 좀 탔었다고 함. 난 그 얘기 들으면서 속으로 비웃고 있었음.
근데 갑자기 여자가 나한테 오더니, 이 보드 한번만 타보면 안되냐고 물어봄. 난 괜찮다고 하면서 남자 표정을 살펴봄.
남자가 좀 당황해하는 눈치임. 그러더니, 지가 타는게 아니라, 남자한테 가져가서 한번 타보라고 함.
나는 그 상황이 너무웃겼지만, 쿨한척 보고 있었음.
근데 남자가 보드를 받아들더니, 갑자기 알리를 하는데, 와 데크 세장은 넘을 것 같음....
그리고 혼자서 신났는지, 샤빗에, 원에리에, 킥플립까지 보여주더니, 나한테 잘탔습니다. 하고 보드 돌려주고 감........
여자애가 팔짱 끼면서 와 오빠 짱 멋있다.... 하는 소리가 들림.... 부들부들....
난 심지어 유부남인데도 왜 열받지......
4.
마지막 멘붕상황은... 아무리 보드를 타도 실력이 늘지 않음.
제길...ㅠㅠ
마무리는 어떻게 할지 몰라서....
여러분 스케이트보드 타세요. 두번 타세요. 재미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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