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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범 잡아놓고 어색하게 남겨진 이야기
게시물ID : menbung_2175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서태웅11번
추천 : 1
조회수 : 45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8/07 12: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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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2006년쯤이었나.... 제대하고 학교에 다니면서 학원강사를 하고 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친구가 용산에서 퀵서비스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었고, 오랜만에 술이나 한잔하자는 연락이 와서 학원이 끝나고 용산을 가게 되었죠.
 
마침 그날은 수업이 평촌에서 끝났기 때문에 4호선을 타고 눈누난나~ 신용산 역에서 10시 30분 쯤 내렸습니다.
 
그 당시 신용산역 부근은 철거예정인 건물들도 많았고(빨간 락카로 낙서한 건물들에... 슬럼화), 퇴근 시간 이후 밤엔 인적도 드물었죠.
 
신용산역 5번 출구였던가... 하여튼 그 출구는 계단과 역사가 90도로 구부러져 있었기 때문에 계단을 올라서면 역 쪽 사정은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계단의 중간정도 올라왔을 때 뒤에서 여성의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들렸습니다.
 
"꺄아아아아악~~~~~~~~"
 
뒤를 돌아보았지만 구부러진 입구로 인해 아래쪽 상황은 확인할 수 없었고요...
 
내려가서 확인해보아야하나 고민하던 찰나 30대 중후반 정도로 보이는 안경을 쓴 약간 뚱뚱한 아저씨가 헐레벌떡 계단을 뛰어올라오고 있었습니다.
 
표정에는 약간의 당황이 떠올라 있었고 그 뒤로 고등학생이나 갓 스무살 정도 되어보이는 여학생이 아저씨를 따라 뛰어 올라오더라고요.
 
둘의 추격전과 좀 전에 들린 비명소리로 판단하건데 이건 문제가 있다 일단 올라오는 아저씨를 잡아야겠다는 판단이 드는 순간 아저씨가 내 옆을 스쳐 올라갔습니다.
 
저는 본능적으로 아저씨의 뒷덜미를 잡아 올렸습니다. (제가 키가 좀 큽니다... ㅡㅡ;;)
 
뒷덜미가 잡힌 아저씨는 뿌리치고 도망가려고 시도했으나 살짝 들어 좌우로 흔들어줬더니 손아귀를 빠져나가는 것을 포기했고 마침 그 순간 그 여학생이 우리 두 사람 앞에 섰습니다.
 
그 여학생이 아저씨를 향해 반말로 온갖 욕을 했습니다.
 
"야이 XXX야, 개XXX야. 블라블라블라"
 
여학생은 뒷덜미가 살짝 들려있는 그 아저씨한테 거침없는 욕을 퍼붓고 있었는데.. 눈에서는 경멸감이 레이저처럼 뿜어져나오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여학생이 안타깝다고 아직도 생각하는 이유는 닭똥깥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기 때문일겝니다.
 
분명 찰진욕을 하고 있었고.. 별로 울먹이지도 않았는데 눈에서는 눈물이 계속 나고 있었습니다. 아마 꽤 많이 놀랐기 때문이겠지요... 그 여학생이 약 8할은 욕설로 풀어놓고 있는 상황을 해석해보니 밑에서 아저씨랑 마주치는 찰라 그 아저씨가 여학생의 가슴을 움켜쥐었고, 놀란 여학생의 비명에 덩달아 놀란 아저씨가 도망치는 것을 따라 올라온 것이었습니다.
 
아저씨를 잡고 있던 저는 꽤 오랜시간 저주+경멸+비난+쌍욕을 듣고 있었습니다. 그 아저씨를 잡고 있는 동안 마치 같이 혼나고 있는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ㅡㅡ;;;;
 
여학생의 욕설과 눈물이 잦아들자... 분위기가 급 어색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어쨌든 마무리를 해야 했기에  간헐적으로 구속상태에서 풀려나기 위해 꿈틀거리는 아저씨를 살짝 들어 좌우로 흔들어 주면서 제가 물었습니다. 제 멘탈은 여기서부터 붕괴되기 시작합니다.
 
 
"음... 신고해 드릴까요?"
 
그런데 이 여학생은 제 말은 들리지 않나봅니다.
 
"평생 그렇게 변태로 살아라 개XXXX야"라는 일갈을 남기고 여학생은 계단 밑으로 향했습니다.
 
저는 이 아저씨를 어떻게 처분하라는 걸까요???
 
신용산역 출구 계단 중턱에 지나가는 여학생의 가슴을 움켜쥔 성추행범과 제가 덩그러니 남았습니다. 여학생은 이제 구부러진 입구로 사라졌고... 밤이 깊어지는 시간 두 사람 사이에는 뻘쭘한 적막만 흐르고 있습니다.
 
"............................"
 
"............................"
 
아저씨가 꿈틀하길래 잡아놓고 있던 뒷덜미를 놓아주며 제가 말했습니다.
 
"왜 그러셨어요?"
 
"술기운에 그만..."
 
"담부턴 그러지 마세요."
 
뒷덜미가 풀리자 아저씨는 목을 몇 번 흔들고는 서둘러서 계단을 올랐습니다. 같이 계단을 오르기는 좀 어색하다는 생각이 들어 저는 그 자리에서 아저씨가 계단을 다 오르는 것을 확인하고 계단을 올랐습니다. 계단을 올라 지상으로 올라왔을 땐 그 아저씨의 흔적이 보이지 않더군요.
 
멘붕게의 사연들을 보면서 10년 전의 이야기를 풀어봤습니다. 근데 이거 마무리는 어떻게 하는 건가요?
 
 
 
출처 약 10년전 신용산역에서 겪은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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