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에 배는 고픈데 덥기도 엄청 더워 도저히 가스렌지 불 앞에서 요리할 용기가 없어서 배달어플로 음식을 시켰어요. 제가 사는 원룸 건물은 건물 현관에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올 수 있는 구조라 배달시킬 때 메모란에 현관 비밀번호를 적었고 확인 버튼을 누르기 전, 결제 완료 후에도 몇 번씩 확인을 하는 터라 그날도 다른 날과 다름없이 주린 배를 움켜쥐고 앉아서 무작정 기다렸죠. 배달 예정 시간이 다 되어갈때 쯤 휴대폰으로 전화가 와서 받아보니 배달부 아저씨였습니다.
통화 버튼을 누르자마자 문이 안 열린다며 첫 마디 부터 짜증을 엄청 내시더라구요. 근데 가끔 배달 어플 회사에서 나오는 영수증(여기엔 메모 사항이 적혀있어요) 없이 식당 영수증만 가지고 배달 업체를 통해 배달하는 가게가 있어서 그런 거겠거니 하고 넘기며 [현관 비밀번호는 메모란에 써뒀어요 혹시 영수증 없으시면 ****누르고 들어오시면 돼요]...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 안되니까 이러는 거 아니냐길래 그냥 제가 받으러 가야겠다 싶어서 직접 내려갔습니다.
배달 음식 받자마자 확인한 게 영수증이고 거기에 한 글자도 틀림없이 비밀번호 제대로 적혀있더라구요. 속으론 제 잘못도 아닌 일에 괜한 짜증을 들어서 저까지 짜증이 났지만 그래도 더운 날에 시킨 거라 그냥 감사하다 하고 들어가려니까 대뜸 저한테 [아니 거 왜 문도 안 열리는 집에 배달을 시키고 그럽니까 비밀번호가 안 되잖아요 비밀번호가!]
...비밀번호 맞게 적어드린 제가 뭘 잘못했나요? 아빠 뻘인 분이라 속으로 다음엔 여기서 안시켜야겠다 하고 올라가려던 마음이 사라져서 조심스럽게 한 마디 드렸습니다. [영수증 보니까 비밀번호 제대로 적어드렸고 아저씨께서 잘못누르신 것 같은데 저한테 자꾸 짜증을 내시면 어떡해요ㅎㅎ] 짜증내지 않고 정확히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본격적으로 시작 된 배달 아저씨의 짜증+훈계.
[내가 시간이 많은 것도 아니고 이집 비밀번호에 매달려 있어야겠어? 아, 거 참 말 안 통하네 블라블라~]
이 상황까지 오니까 저도 할 얘기 다 하게 되더라구요.
[전 여기 살면서 매일 드나드는 현관이고, 그때마다 문제없이 잘 열리던 현관이 안 열릴 이유가 뭐가 있겠어요. 전 메모에 확실하게 비밀번호 적어드렸고 잘못누르신 건 아저씨가 그러셨으면서 왜 그러세요]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말은 끝까지 듣지도 않으십니다. 제가 매일 현관 드나드는 이유가 여기가 제 집이기 때문이라는데 그거랑 무슨 상관인진 모르겠지만 말이 안통하겠다 싶어 알겠습니다 하고 상황 마무리 했습니다.
비밀번호를 누르는데(잘만 되더군요) 뒤에서 오토바이 정리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혼잣말로
[씨팔, 미친 년 병신같은 게 다있어 블라블라]
듣자마자 지금 저한테 욕하신 거냐고 물었더니 입 꾹 다무시더군요. 그래서 재차 물었습니다, 저한테 욕하신 거 맞냐고. 이번엔 아얘 오토바이 시동 걸고 가십니다.
화가 나서 방으로 들어오자 마자 식당에 전화걸어 자초지종 말씀드리는데 주인 이모께서 하신 첫 마디가 [아이구 내가 너무 너무 미안해요 아가씨] 로 시작하는데 듣자마자 억울해서 눈물이 왈칵 나더라구요. 알고 보니 그 업체가 진작부터 말이 많았대요. 어린 사람은 물론이고 나이 지긋하신 분들한테도 하대하시고 막대하신답니다. 주인 이모와 통화 끝에 배달 대행 업체 사장님께 직접 전화넣겠다고, 다시 한 번 미안하다고 하시더라구요.
두서없이 써내리긴 했는데 다들 이해하셨을진 모르겠어요. 여기 계신 분들께 정말 진지하게 묻고 싶습니다. 제가 잘못한 부분이 있는지, 잘못되었다면 어느 부분인지. 엊저녁부터 화도 나고 잊혀지질 않아서(별명이 양면색종이예요. 뒤집으면 색이 바뀌는 것처럼 안좋은 일 금방 금방 잊고 실실거린대서 붙었습니다) 여태 잠도 못자고 이러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