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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벌에 이렇게 너그러웠나 멘붕...
게시물ID : menbung_2197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은근슬적
추천 : 3
조회수 : 61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8/09 15:2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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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초6여아 옷찢고 훈육한 얘기읽고 드는 생각을 육아게에 적어보긴 했는데,

보니까, 거기 댓글중에 훈육방식을 문제삼는 사람들을 타겟으로(?)하는 글이 또 베오베 갔네요. 우려스러운 마음+나름 진보 개방(?)적인 성향의 사람들의 커뮤니티에서조차 이게 대세인건가 멘붕와서 같은 의견을 여기도 올립니다.

 엊그제 사춘기 동생을 훈육한 아버지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이제 겨우 2살 4살 아이를 키우는 제가 읽으면서, 아이에게 잘못한 걸 사과하는 모습, 글로 적어보게 하고 대화나누는 모습과 형제를 함께 앉혀놓고 마무리하는 모습들을 본받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장면을 보면서 아이들을 어떻게 훈육할 것인지 저보다 훨씬 깊게 생각해보셨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걸 보면서 사이다 라고는 할 수가 없었어요.

 왜냐하면, 체벌은 되물림되니까요. 

 그게 꼭 나쁜거냐? 라고 하시는 분께 제 이야기를 하고싶습니다. 

사랑도 받고 적절히 훈육도 받고 때로는 회초리도 맞아가며 컸습니다. 제 또래에서 이정도는 평균이라고 생각해요. 부모님과의 관계도 좋고, 트라우마 안고 살지도 않고, 내가 맞을짓 해서 맞았다고 생각해요.  예의바르면서도 위축되지 않게 컸습니다. 자기 아들이 저처럼 컸으면 좋겠다는 아는 언니의 이야기 들으면서 부모님께 다시금 감사드렸어요.   

그래도, 상황이 어쨋든 저는 아이를 때리고 싶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체벌을 겪고 자란 내가 육아하면서 극한 상황이 되면 폭력을 쓰고 싶은 욕구가 무섭게 솟아나기 때문입니다. (정말.. 이쁜 내 새끼지만 어느 순간에는 정말 이성 끊기게 만드는 순간들 다들 오잖아요) 

 내가 그렇게 커와서, 너무 말도 안통하게 통제가 안될때는 어쨋든 내가 옳으니까 힘으로 제압해버리고 싶어져요. 인내심으로 차마 애를 때리진 못하고, 엄한 물건을 던지거나 탕탕 큰소리를 내면서 애를 위협하게 되곤해요. 잡아 끄는 손이 거칠어진다거나 해서 아이에게 공포스러운 느낌을 줄 것 같아요. 

 이제 고작 4년 키우고도 이렇게 한대 쥐어박고 싶어지는데, 딸이 나중에 베오베 글처럼 그렇게 굴면 정말 전 더 장난 아니게 팰지도 모르겠습니다. 글에 그 아버지 정도면 꽤 인내심 있으신거죠.

이게 제가 체벌하지 마시라는 이유입니다.  
저는 제가 아이를 때리는 상상을 하는 엄마인게 싫습니다.  아이를 훈육하는 옵션 중 하나로 체벌이 강렬하게 떠오르는거 자체가 괴로워요. 

 부모가 되고나서 부모님의 사랑을 뒤늦게 깨닫고 감사해지는 부분도 있지만, '아.. 우리 엄마 아빠도 30대의 인간이었구나. 늘 이성적으로 나를 키운건 아니구나' 하고 깨닫는부분들이 있는데요,  제 오만방자한 기를 한번에 꺾게 만든 훈육들이 그렇습니다. (커서 생각하니 제가 그렇게 말 잘듣는 자식은 아니었기에 부모님으로서 최선을 다하신거 압니다. 그럼에도 부모님이 감정을 실어서 화를 내는지 진심을 담아 혼을 내는중인지는 다 구분 되요 ) 

 민주적인듯 하다가도 체벌도 받으며 자랐기 때문에, 저절로 나도 내 딸이 통제 안될때마다 폭발할것 같은 마음이 듭니다. 

내가 하는말이 맞는말이고, 이 뭣도 모르는 애는 내 옳은 말을 못알아듣네. 
언제까지 대화로만 설명할 순 없어. 이건 훈육이고 가르침이야.
엄마가 안된다고 했지! 이리와!

체벌까지 가지 않더라도, 아이를 엄마의 권한으로 억누르고 나면, 나는 엄마라는 이름의 독재자가 된 것 같아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그럴때마다,   내가 맞지 않고 컸다면 이런 마음이 덜 들지 않을까?  요즘 아빠의 욱하는 모습을 그대로 따라하게 되는데, 안봤으면 따라할것도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내 아이들은 (할 수 있다면..-_-;;) 그렇게 키우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이렇게 마음먹어도 쉽지가 않은데, 글을 보면서 '사이다네~~'라고 해버리면, 나중에 실전에선 어디까지 갈지.... 

 물리적 폭력이 문제가 아니에요. 
 굴복.

 '아 나는 부모한테는 깝치면 안되는구나, 덤빌수 없는 존재고 나는 허용하는 범위내에서만 민주적으로 대접받는구나'    

이런 감정을 받게 하는건 종아리 몇대 맞는 차원이랑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베오베글에서 초6아이가 느꼈을 감정이 저런 것이었을텐데, 그렇게 훈육받고 잘 크고 안크고를 떠나서, 나중에 자신이 아이를 키우게 되었을때 아이가 내 말을 개똥으로도 안들을때 (이건 아이들에게 너무 당연한것임을 알면서도) '울컥! 이게 아주 엄마를 우습게 봐!!' 하는 마음이 올라올꺼에요. 
 그게 자신의 아이에게일 수도 있지만,

좃또 모르는 후임병 새끼 일수도 있고,
머리에 똥만 찬 우리반 제자 일수도 있고,
친구지만 덜떨어진 녀석 이 될수도 있지 않을까요. 


 다시금 말하지만, 그 아버님은 분명 고민하고 노력하는 부모님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저보다는 훌륭하신 분이세요. 하지만 분명 감정이 앞서 과격했던 부분도 있습니다.

 '내가 맘만 먹으면 너를 아주 초라하게 만들수 있다. 너는 부모없인 아무것도 아니야' 

이 메시지를 받았을 아이를 생각하면 마음 아파요.  미친행동은 분명하지만 철이없고 생각이 없는거지 마음이 없는건 아닐테니 상처 받았을거거든요... 
스무살이 되더라도 심리적으로 충분히 성숙하지 않았다는걸 떠올려보면, 13살된 아이에겐 너무 큰 상처가 되진 않을지.... 그래서 저런식은 마냥 속시원하다고 하면 안될것 같습니다. 
사이다라는 댓글이 위험하게 느껴졌어요. 

 이 글을 쓰게 된 목적은, 그 아버님을 비난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감정이 격해져서 좀 과도한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아마도 제가 충고할 필요도 없이 아이의 상처받은 마음을 다독여주실 줄도 알 것 같아요. 그 가정에 훈계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그 베오베글을 읽고, 
아이의 마음을 살펴봐주거나 아이들을 어떻게 훈육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아직 확실하지 않은 사람들이, 아이에게 충격요법 (옷을 찢고 내쫒고 굴복하게 만드는)을 쓰는게 맞는거라고 생각하게 될까봐 걱정이 되었습니다.

 말안듣는 애들은 저렇게 하는게 답이야! 라고 하면서 오늘저녁 자신의 아이에게 손찌검하는 아빠들이 늘어날까봐 노파심이 들어서 글을 씁니다. 

 그 글을 읽고, 아래 달린 속시원하다는 댓글을 보고, 필요 이상으로 아이들에게 체벌하고 훈육하는 사람이 없기를 바랍니다... 

 우리 사회에선 체벌이란게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필수인데, 그렇기 때문에 너무 당연하게 대물림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정도의 훈육과 부모의 권위 없이 아이를 어떻게 바르게 키울것이냐!
 네, 저도 아직 모릅니다. 답을 구하는 중이지요. 일단 저부터도 체벌 받고 자랐으니, 체벌없이 잘 자라는 법은 겪어보지 않아 모릅니다. 그래서 어렵죠. 늘 고민하구요.

하지만 한국 사회가 병들었느니 하는데,
과연 권의있고 도덕적으로 우월한 명분으로 다른 인격에게 모멸감을 주는게 '당연'하고 '불가피'하다는 이 분위기가 저 병듦과 전혀 관계가 없는걸까요?

저는 아직까지 '전혀 관계가 없다'는 답을 얻지 못하여 조심하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체벌.....어디까지가 정말 꼭 필요한 부분이었는지 사회의 어른으로서 돌다리 두드리듯 함께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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