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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 그 최고의 진상. 멘붕의 쓰나미.
게시물ID : menbung_2225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한대만때리자
추천 : 12
조회수 : 1476회
댓글수 : 10개
등록시간 : 2015/08/12 16: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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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안녕하세요. 저의 첫 직장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누구나 직장에서의 고충은 있으시겠지만. 저또한 만만치않게 겪었던 더럽고 역겨운 첫 직장의 기억이 있어요.
그 땐 첫 직장이라, 그리고 일이 많아서 다른 것 생각할 여유도 없고, 참고 넘어가자, 하는 생각이 많아서 그냥저냥 넘어갔는데
현재 돌이켜 생각해보니.. 정말 말도 안되는 일들을 감당하며 지냈더군요.
서론은 접어두고. 하나씩 풀어보겠습니다.
IT 개발 회사였습니다.
사장(1.男) - 과장(1.女) - 주임(1.男) - 사원(2.女)
이렇게 총 5명이 전부인 개인회사입니다.
사장과 과장은 부부사이입니다.
네. 가족회사입니다. 사장이 다 해처먹는 회사였습니다.
여기서 제일 갓진상은 사장이었습니다.
인간적이고 직원 위하는 척 하지만, 그 속에 다 계산이 들어있는 사람이었습니다.
돈, 이해타산, 물질적인 것에 아주 빠삭하고 빠른 사람이었습니다.
그럴만도 한게, 개인사업을 10년 가까이 하면서, 그 정도 이해타산없이는 유지할 수는 없었죠.
근데 하는 짓이 아주 쓰레기였습니다.
심각한 기분파에, 직원들 보는 앞에서 과장(아내) 구박하고, 부부싸움하고,
직원들 컴퓨터는 40만원에 조립해서 맞춰주면서, 우리 앞에서 돈자랑이란 자랑은 다 하고.
유산을 얼마 받았고. 이 사무실은 얼마고, 우리 집이 얼마 올랐고...
하.. 머리론 미친듯이 떠오르는데 글로 쓰려니 잘 안되네요.
암튼. 하나하나 나열하자면요..

1. 직원들 앞에서 성희롱 발언을 당당하게 잘 합니다.
앞에 언급했듯이, 과장은 사장의 와이프입니다. 과장이라는 직급이 있음에도 어디서든 이름을 불렀습니다.
물론 거래처에서 전화가 오거나 할 때는 직함을 불러주었지만, 사무실내에서, 혹은 다른 거래처 사람들이 사무실내에 있을 때는
언제나 이름을 불러댔습니다. 자기 아내 이름 지가 부르겠다는데, 뭐 그건 그렇다고 해도.
가끔 집안에 일이 있으면 과장님은 당연히 자리를 비웁니다. 집안일이 더 중요하니까요. (그래놓곤 직원은 연차, 월차 따위 없음)
점심은 주로 배달음식을 시켜먹거나 도시락을 먹었는데, 회의실에서 같이 먹었습니다.
상석에 사장이 앉고, 양옆으로 직원3이 마주보며 앉았는데,
식사 중에 방귀, 트름은 기본이요. 이 사람 저 사람, 우리가 알만한 다른 거래처 사람들 욕을 주절주절 잘 합니다.
그러다 어느 날은, 어떤 이야기 끝에 몸매 이야기가 나왔는데,
자기 아내 이름을 지칭하며,
"OO이가 가슴은 큰데~"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눈이 여직원 쪽으로 옮겨갑니다.
그리고는 "야, 니네 다이어트 하지마. 나이들면 다 살 쪄. 너는 나이들면 살이 찌는 체질이야. 너 나중에 나이들면 뱃살만 나온다. 두고봐 거짓말인지."
저는 좀 무시하는 편이었어요. 그러거나말거나, 씨부리든가 말든가. 근데 저보다 3살어린 여직원은 좀 성질이 있는 대찬편이라서
같이 한 마디 얹여야 직성이 풀리는 편이었어요.
"사장님은 나이들어도 머리크기는 그대로겠네요."
"나이들면 키 더 줄어들어요."
"하체부실."
이렇게 한마디 얹이면 저는 좋다고 웃고. 뭐라 하든가 말든가 먹던거 정리하고 그냥 회의실 나옵니다.
근데 그런 게 한두번이 아니니 기분 진짜 안 좋고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 생생하게 기억이 나네요.
2. 거래처 회의하는데 술먹고 옴.
제가 그만두겠다고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얘기했던 날이에요.
그만두겠다는 사람 앉혀놓고 실력이 애매해서 다른데 가서 뭐 하지도 못한다느니,
지금 놀면 시기를 놓쳐서 힘들다느니, 그냥 시집을 가라느니, 별 잡소리를 다 하더군요.
그러든가말든가,
언제까지 하고 싶냐고 하더군요. 최대한 빨리가 좋겠다고 했더니, 이번주까지 하라네요.
냉큼 오케이하고 인수인계 들어갔었죠. 그 과장한테 일주일 내내 인수인계 작업 했네요.
어쨌든 이런 이야기를 마무리하던 날이었죠.
그 때 다른 여직원도 곧 그만둘 참으로 마음 먹고 있었어요. 근데 그 직원이라도 회유를 하려는건지,
그 여직원이 출근하자마자 차 한 잔 하자며 데리고 나가려고 하더군요.
근데 이 여직원 눈치는 겁나 빨라서, "바빠요. 싫은데요." 를 일관하며 자리에 엉덩이 비비고 있었습니다.
자기 뜻대로 안되자 그냥 혼자 나가더군요.
그 날 오전 10시 30분이 가까운 거래처 직원이 직접 와서 함께 업무회의가 잡혀있었습니다.
그 직원은 늦지않게 도착했고, 회의실에서 프로젝터를 켜고 회의할 준비를 모두 해 둔 상태였습니다.
실질적인 업무이야기는 저와 하고, 사장님은 일정조율이나 기타 다른 이야기를 위해서 오기로 된 상태였어요.
직원은 이미 왔고, 사장은 시간이 지나도 안오길래, 늦으시나보다, 하며 그냥 시작했습니다.
사실 없어도 됐거든요.
한참 집중해서 회의하고 있는데, 아주 여유롭게, 풀린 눈을 하곤 비틀거리며 들어오더군요.
그런데 회의실 들어오자마자 저를 힘껏 노려보더군요.
전 속으로 '이색기 낮부터 쳐마셨구나'하고 짐작하고 있었죠.
근데 상석에 앉더니, 츄리닝바지에 맨발에 슬리퍼를 착용한 한 쪽 다리를 테이블 위로 올려놓고 반쯤 드러누워서
입을 쩍 벌리고 천장만 응시하고 있더라구요.
그 직원 당황했지만 저랑 회의에 집중하고. 저도 신경 안 썼습니다.
그래봤자 지 얼굴이고 지 회사니깐요뭐.. 그러거나말거나.
회의를 끝낼 무렵에 되자, 암말 안하고 그냥 다시 지 방으로 가더라구요?
저럴거면 뭐하러 왔나..술냄새나 풍기고..
다만 거래처 직원에게 미안했습니다. 진심없는 사과 한 마디 했더니. 그 속도좋은 직원이.
"사장님 무슨 일이 있으신가봐요.약주하셨네요." 그러길래,
"자주 저래요."
이러고 그 자리를 정리했습니다.
저 퇴사이후로 그 회사와 계속 일하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3. 음식점 사장과 노가리 이후 뒷담화.
당시 그 회사는 일명 아파트형 공장이라고 불리는 큰 빌딩에 있었습니다.
이 회사 저 회사 많이 들어와 있었죠.
그 빌딩의 1층에는 많은 음식점들이 들어차 있습니다.
술집, 밥집, 편의점 뭐 기타 등등.
사장이 이 음식점들 죽돌이였습니다.
오전부터 무슨 빌딩주인마냥 온갖 가게들을 들쑤시며 다닙니다.
그러면서 인사 한 번 한 거가지고, 저 식당 사장하고 친하다느니, 저기에 내가 얼마를 팔아줬다느니,
나한테 밋보이면 장사 접어야 한다느니, 그런 소리를 하고 다니더라구요.
어느 날은 회식을 하자며 1층에 있는, 퓨전요리집을 가자고 하더군요.
중국음식이라면 죽고못사는 인간이 또 저기 맛들였나보다 하고 따라갔죠.
그 음식점 사장이 여자고, 그 사장의 친여동생이 서빙하고 있더라구요.
거기서 또 얼마나 퍼마셨는지, 이미 그 여사장과 여동생과 엄청 친한척하며 인사를 나누더군요.
먹고 싶은거 아무거나 먹으라며 여기 맛있다고 막 난리를 치며 생색을 내더라구요.
시키는 대로 했죠. 비싸고 맛있어 보이는 거 다 시켜 먹었죠. 그 집이 맛은 있었어요. 잘 안 먹어본 음식종류라서 호기심도 많았구요.
저랑 다른 직원들은 옳타쿠나, 하고 부랴부랴 먹고. 사장과는 아예 다른 테이블에서 우리끼리 잘 즐겼습니다.
회식같은 건 자주 하는 편이라 회식할 때 메뉴로 눈치보고 뭐 그러진 않았어요.
사장이 워낙 집에 빨리 가는 걸 싫어하고 밖에서 먹고 노는 걸 좋아하는 편이였어요.
저도 혼자 살았기 때문에, 누가 사주는 음식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사장의 이상한 버릇이 있었어요.
저희랑 테이블은 달랐지만 고개만 돌리면 바로 보이는 테이블 위치였어요.
그래서 나누는 이야기도 다 들립니다.
여사장의 여동생: 사장님 우리 밖에서 밥먹기로 했잖아요. 언제 가실거에요~
사장 : 아 낼이라도 가~ 날만 잡아~ 난 아무때나 다 돼~
여사장의 여동생 : 아 그렇게 얘기하면서 날 안 잡을라구~ 저기 근처 감자탕 잘하던데 거기 가실래요?
뭐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근데 그 여사장의 여동생은 점심식사를 원하고, 사장은 저녁을 원하더라구요.
이야기가 요상하게 흘러가더군요.
고만고만 듣다가, 우리 회사 어린 여직원이 한마디 던졌습니다.
"사장님! 집에 가서 애기봐야죠! 과장님한테 다 말해도 돼요?" 이러니까, 사장은
"아, 말해말해~" 하면서 의기양양해했지만, 그 여사장의 여동생은 눈치를 좀 보더니 슬슬 다른 테이블로 가더군요.
(당시 셋째 아들이 태어난지 백일도 안 됐을 시기였어요. 갓난애기를 과장님이 집에서 보느라 회사도 안 나오는 상황이었구요.)
여차저차 해서 그 자리에서 식사가 끝나고 모두 그 가게에서 나왔습니다.
인사하고 돌아서자마자 사장이 약간 저 가까이 와서 귀가까이대고 그러더군요.
"쟤네 왜저러는 줄 알아? 쟤네는 손님한테 몸 팔아서 술파는 애들이나 하는 짓이 똑같아. 매상올려야 하거든~
매상 올릴라고 계속 밖에서 밥 먹자고 술먹자고 저러는거야~ 더러운 년들"
정말 이렇게 얘기하더군요. 뭐지??
방금까지 같이 시간 잡고 날잡던 사람 어디갔나??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회사 직원에게 하는 이 인간의 개념을 어찌 받아들여야 할지 조금 멘붕이 왔었습니다.
하지만 그게 뭐라고 '멘붕'이라고까지 하겠어요. 저런 인간이다- 하고 넘어가는게 정신건강에 좋다는 것을 어린 나이에도 일찍 터득했죠.
그 뒤로 그 가게는 곧 문을 닫았고. 우리들의 기억에도 잊혀져 갔습니다.(급마무리)
4.
거래처의 요청으로 인체해부 관련된 그림이 하나 필요했습니다.
그 그림은 돈을 주고 사게 되면 아주 비싼 그림이었고, 흔한 이미지도 아니었습니다.
근데 제 아는 사람이 그런 그림을 잘 그리시는 분이 있었어요. 그런데 혹시라도 그 아는 사람에게 부탁 좀 해 달라고 할까봐 일절 입밖에도 안 꺼냈는데
그걸 아는 다른 여직원의 실수로 그 이야기가 나오게 됐어요.
그 여직원은 아무 의도없이 우연하게 내뱉었는데 사장이 옳타구나, 하고 덥썩 물은거죠.
그 아는 사람에게 부탁해서 그림 좀 그려달라고 하더라구요. 제가 얼마주실건데요? 하고 물었는데 잘 해준다는 말만 하고 금액 얘긴 안 하더군요.
그래도 내가 직원인데 알아서 잘 해주겠지, 하는 순진한 생각을 가지고 그림을 받아왔습니다.
이를테면, 관절의 뼈와 근육을 보여주는 그림입니다. 무릎이나 팔꿈치. 인체해부그림공부를 많이 했던 사람이라 누가봐도 전문가답게 잘 그렸었죠.
근데 그림을 주고나서 석달이 지나도 돈 이야길 안하는 겁니다.
제가 몇 번이나 정중하게 물었습니다. 저도 아는 사람이라 난감하다고. 빨리 정리해달라고 해도 장난처럼 이야기하더라구요?
'아, 알았어~ '라든지, '싫어~~ㅋㅋ' 라든지.. 나참..
결국 주임이 저 대신 다시 제대로 얘기해줘서 받아냈습니다. 해부 그림 4장에 십만원 받았습니다. 미친놈.
그 그림의 퀄리티를 보면 다들 절 욕하실겁니다. 그 그림을 주고 그 돈받아왔냐고. 욕먹어도 싸요. 나란년.
* 이 사건은 시간순서가 아니라 제 마음대로 순서입니다. ㅎㅎ;
5. 노동청 신고 사건
결국 주임.직원둘.  총 셋이 한꺼번에 퇴사를 했습니다.
더러운 꼴 참고 참다가 엿먹어보라는 의도도 덧붙여, 셋이 그대로 나왔죠.
그만두기 며칠 전에, 저와 과장이 일대 일로 면담을 했습니다.
그나마 이성적이고 배운사람인 과장은 무엇때문에 그만두려하며 그만둔 이후 퇴직금은 어떻게 되는지 기타 등등 이야기를 해주더라구요.
그만두려는 이유에 대해서도 이야기했고. 불편했던 부분도 이야기했습니다.
나가는 마당에 막 떠든 것도 아니고. 자주 자리를 비운 과장이 잘 알지 못하는 부분들을 조금 더 이야기 했습니다.
과장은 자기가 사수임에도 불구하고 케어를 많이 못해줘서 미안한 마음이 크다며 잘하지 않던 사과를 하더군요.
그래도 열심히 했으니까 다른데 가서는 잘 할 수 있을거라며 (진심이든 아니든) 다독이는 말씀을 해 주시더군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퇴직금은 3개월 안에 나갈거다. 3개월 이후에 못 받으면 연락해라~ 뭐 이런 이야길했어요.
여러가지 이야기후 그 자리는 마무리 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3개월 후가 되어도 입금이 안되는 겁니다.
저랑 같이 그만둔 여직원(A라고 하겠습니다)은 궁금한 마음에 메신저로 사장에게 직접 물어봤답니다.
A : 사장님, 저희 퇴직금은 어떻게 되는건가요?
사장 : 니네 과연 받을 수 있을까?
A : 과장님하고 면담했을 때도 퇴직금 이야긴느 분명하게 해 주셨었어요. 그래서 저는 그런 줄만 알고 있어요.
사장 : 그건 과장얘기고~ 난 너희 때문에 손해본게 너무 많아서 손해배상청구라도 할 마음이 있어.
A : 맘대로 하세요. 그럼 저희도 노동청에 신고하러 갑니다.
사장 : 그래~
이상한 소리를 하더랍니다.
그리고 며칠 뒤, 함께 퇴사한, 저를 포함 3명의 직원에게 문자가 한 통씩 왔습니다.
일종의 협박성 문자였죠.
회사에 끼친 손해는 생각하지도 않고 퇴직금 달라고 하냐고, 법이 안 무섭냐고, 내가 아는 노무사 통해서 소송할거라느니,
내가 그렇게 좆같았냐, 키워준 은혜도 모르고 어쩌고 저쩌고..
기분은 나빴지만 원래 인격을 알기 때문에 달리 대응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서로 합의하에 일주일 후 그만두었고, 마무리 못한 일은 있었지만 인수인계 모두 하고 나왔기 때문에
제 선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별로 겁먹을 것도 없었고 아..귀찮게 노동청 가야하나, 이런 생각뿐이었어요.
결국 노동청에 신고를 했고, 시간차로 본의 아니게 얼굴을 마주하게 되긴 했어요.
대강 고개만 끄덕이고 인사를 하긴 했는데, 사실 그 때, 저희 상담해 주던 노동청 직원분이 굉장히 미안해 하면서 당황하시더라구요.
원래는 마주치게 하지 않으려고 대기하게 하려 했는데, 생각보다 일찍 와서 시간이 맞물렸다구요.
근데 뭐 괜찮았어요. 때려죽일 것도 아니고, 창피하면 그 사장이 창피하지, 전 그런거 없었거든요.
그리고 노동청 처음 간거라 기분이.. 그냥 은행가서 상담 기다리는 기분? 그렇더라구요.
담담하게 대기하다가, 사장이 직원과 상담이 끝난 후, 그 직원분과 다시 상담을 했습니다.
그 사장이 무슨 말 했냐고 물어보니,
"퇴직금 받으실 수 있겠어요. 어찌나 돈 있는 척을 하든지..."
원래 사장이 돈이 없으면 어쩔 수 없이 못 받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경우는 아니라 입금할거라고, 입금안되면 그 때 다시 연락달라고 하시더라구요.
어쨌든 그 뒤로 퇴직금을 받긴 받았습니다.
 
 
6.
제가 입사하고 일주일만에 남자친구가 생겼었어요.
만난지 두달 정도 지났을 때 였나. 남자친구가 오토바이가 너무 갖고 싶다며, 작은 오토바이를 하나 사서 타고 다녔었어요.
저는 토요일도 출근을 했었는데, 토요일에 절 데리러 오겠다며, 오토바이를 타고 왔습니다.
퇴근시간 전에 회사 건물 밖에서 남자친구를 잠깐 보고, 곧 퇴근시간이니 가방챙기고 내려오겠다고 하고는, 다시 건물로 올라갔습니다.
건물로 올라가는 길에, 마침 잠깐 나가는 사장하고 마주쳤어요.
눈인사만 하고 저는 냉큼 사무실로 올라갔습니다.
근데 그 사이 사장이 제 남자친구를 봤나봐요. 오토바이를 갖고 왔으니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그 옆에 서 있었나봐요.
그리고 제가 사무실에서 가방을 챙기는 동안 사장이 다시 들어왔어요.
저는 사장한테 가서 '퇴근하겠습니다'하고 나가려는데, 나가려는 저를 다시 불러서는 묻더라구요.
사장 : 저 밖에 남자, 니 남자친구냐?
나 : 네. 왜요?
사장 : 음.. 아니다~
나 : 왜요?
사장 : 아니... 에이.. 별론데..? 남자는 남자가 보면 딱 알거든. 별론데?
나 : (그러거나말거나) 갈게요~
사무실을 나왔습니다. 사무실 문을 나서는 그 순간 뒷통수가 너무 따가우면서, 어린 마음에 너무 멘붕이었어요.
그 때부터 혼란스러운 마음에 남자친구 얼굴을 제대로 못 보겠더군요.
이제 만난지 두 달도 안된 사인데, 다른 사람에게서 별로라는 말을 직접 들으니, 멘탈이 산산조각났습니다.
무엇때문에 내가 좋아서 만나는 사람을 원하지도 않는데 평가받아야 하고, 지적을 받아야 하는건지.
그 날 데이트하는 하루종일 남자친구에게 말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혼자 끙끙대기만 했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회사 회식자리었어요.
술도 마신김에 사장한테 직접 물었죠.
나 : 뭐가 별로란거에요?
사장 : 뭐? 니남친?
나 : 네. 뭐가 별로에요?
사장 : 걔 오토바이 그거 하나지? 그거말곤 없지?
나 : 나이가 몇인데, 뭐 집이라도 있길 바라시는거에요?
사장 : 난 열일곱살 때 부터 집있고 땅있고 내 재산있었어~
나 : 그래서요?
사장 : 아니~ 오토바이 하나 세워놓고 혼자 감탄을 하고 있잖아~ 그게뭐냐 그게~ 모냥빠지게.
나 : (어이상실)
이 뭐 말같지도 않은 말인지. 참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지금 생각해보면 무시하기 딱 좋은데 뭐그리 진지하게 고민했나몰라요)
뭐라 얘기하려다가 눈물이 먼저 솟구쳤습니다.
나 : 알지도 못하면서, 그렇게 얘기하지 마세요.
울면서도 조근조근하게 얘기했습니다. 근데 그 사장은 워낙 쓰레기라 그렇게 얘기해도 그냥 픽픽 웃더군요.
그러자 옆에 있던 과장이 한 마디 거듭니다.
과장 : 이 사람은 내 친구들 다 맘에 안 드는 사람이야~ 괜찮아~ 뭘 울고 그래~ 지가 제일 잘난 인간이야~
지가 잘났든말든. 지네 가족들 친구들한테나 그렇게 할 것이지, 일반화 시켜서 얘기하며 거드는 것도 맘에 안들더군요.
더 얘기를 안했습니다. 나만 바보되는 거 같아서요.

그 회사를 다니는 2년동안,
멀쩡한 사람 한 순간에 도마 위에 올려놓고 칼집내서 쓰레기 만드는 게 한치 혀 아래 얼마나 쉬운 일인지 알겠더라구요.
그리고 하여튼, 추악한 인간의 바닥까지 보게 됐었네요.
더 많은데. 일단 생각나는것만 줄줄 쓴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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