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수요일, 운동 갔다와서 거의 기절하듯 잠들었다.
한참 꿀잠을 자고있었는데 머리맡에서
"위잉~까톡"하고 핸드폰이 울렸다.
너무 피곤해서 그냥 다음날 일어나서 확인하려
눈도 뜨지 않고 다시 잠을 청했다.
하지만 결국 난 눈을 떠야만 했다.
"위잉~까톡 까까까까까톡"
짜증스럽게 핸드폰을 켰다.
나는 남친이 장난치는 거라 생각했다.
핸드폰 불빛때문에 눈이 시려 제대로 뜰 수 없었다.
카톡창에 쌍욕이 도배되어 있는 걸 보고 놀라서
눈을 부릅뜨고 보낸 사람 이름을 확인했다.
'ㄱ굿맨 ' 프로필 사진도 걸려있지 않고
이름도 닉네임으로 되어있었다.
전혀 누군지 가늠할 수 없었다.
누구냐고 나 아냐고 물었다.
자기 정체를 밝히진 않고 계속 우리집으로 올테니
내가 직접 알아보라 했다. 나를 죽이겠다며...
누군지 알 수 없는 이가 계속 협박을 해오니 정신이 번쩍들었다.
집 안엔 나와 엄마밖에 없었다.
일단 남친을 깨워 이 상황을 말했다.
혹 그 사람이 진짜 우리집을 찾아온다면 바로 남친이 와주기로 했다.
경찰을 부르고 싶었지만 이 사람이 누군지도 획실치 않고
아직 직접적으로 나에게 해를 가한 것도 아니라
별 조치를 받지 못할 것 같아 부를 수 없었다.
되려 경찰을 부른다면 그 사람이 더 앙심을 품을 것 같기도 했고..
갑자기 그 상황에서 왜 이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오유에서 어떤 고민글을 읽었는데
스토커를 떼어내고 싶다는 내용이었을 것이다.
그 글의 댓글 중 하나가 떠올랐다.
"또라이엔 또라이로"
나는 전혀 무서워하는 티를 내지 않고 침착하게 물어봤다.
나는 여태 죄를 짓고 산 적이 없는데
도대체 뭐때문에 나한테 욕을 하냐고.
내가 모르는 내 모습이 있어 내가 죄를 지었다면
사과하겠으니 말해달라고.
그 사람은 계속 직접 만나서 알아보라 했다.
죄는 내가 판단하는 게 아니라며..
내 똘끼가 가동 되었다.
누구냐고 내가 뭔 죄를 지었냐고 카톡을 폭탄으로 보냈다.
몇십개를 보내고 보이스톡도 계속했다.
보이스톡 받아서도 자기의 정체가 드러날까봐 그런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고 나니 나보고 더이상 연락하지 말란다.
자기가 먼저 쌍욕하면서 말걸어놓고선.
그 사람이 너네 집 도착했으니 보자라고 말하곤 내 카톡을 다 씹었다.
내 또라이 짓이 먹힌 건지 아닌지 확실치 않아 밤을 꼴딱 새웠다.
밖에서 조금만 부스럭 소리가 나도 소름끼쳤다.
하지만 다행이도 그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
다음날 카톡을 삭제하고 다시 깔았다.
나는 그 사람이 내 번호를 몰라서 전화를 안 하고
카톡, 보이스톡만 하는 줄 알았다.
그래서 카톡만 탈퇴하고 다시 깔면 끝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안심하고 있었는데 퇴근시간이 되자 또 연락이 왔다.
왜 카톡을 지웠냐며 쌍욕을 퍼부었다.
또 이따 만나자 그러길래 어제 만나자며 왜 안 왔냐 했다.
이것도 폭탄으로 계속 물었다.
그랬더니 그 사람도 지쳤는지;;;
꺼지라는 말을 끝으로 나를 차단한 것 같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어렴풋이 추측은 하고 있다.
예전에 소개팅했는데 내 가슴을 만지는등
기분 나쁘게 성추행하는 사람이 있었다.
신고하려다 말았으니 연락하지 말라하고 차단했는데..
만약 그 사람이라면..
내가 죽음을 협박 받을 정도로 지은 죄는 그저 차단해서란 말인가...
너무 황당하고 무섭다.
아직 누군지 정확하지도 않고 내게 언젠가 또 협박할 수 있으니 끝나지 않은 찜찜한 기분이다.
부디 내가 잘 대처한 거였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