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대 중반 남잡니다. 부모님 가게에서 일 도와드리거든요.
부모님 가게라 더 싹싹하게 하고 더 친절하게 일합니다.
가게 기물 파손하고 물어 달랬더니 남자 둘이서 부모님한테 해꼬지 하려 하길래
너무 무서워서 칼들고 방어한적 한번 말곤 이런적이 없거든요.
폭력적인 성향도 없고 태어나서 혼자 욕하면서 소리 질러 본 것도 처음입니다.
부모님이 호프집 하시는데 시골 동네라 그런지 단골도 많고 좋은 분도 많은 반면
상상을 초월하는 진상들도 많습니다.
노래방 도우미 둘, 남자 둘 왔더라고요.
오자마자 주문한다고 '야, 너 이리와봐' 합니다.
제가 키도 작고 마르고 순하게 생긴데다 심하게 동안이라 대부분 고등학생 정도로 봅니다.
진짜 만만해 보이거든요. 진상 아니던 사람도 진상으로 만드는 스타일 입니다.
연말이라 너무 바쁜데 진상이 너무 많았어요 하루종일. 이미 인내심에 한계가 왔었습니다.
초면부터 굉장히 기분 나쁜 말투로 말하길래 저도 친절하게 대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냥 필요한 말만 했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노래방 도우미 여자가 저한테 '삼촌, 소주 반쯤 얼린거로 줘봐' 하는 겁니다.
'아 저희는 따로 얼린건 없어서요'
'아니 그냥 찬거 달라는거지 말이 많아. 센스가 없네'
'(어이 없다는 듯 웃으면서) 그걸 제가 어떻게 알아요'
평소 같으면 그냥 넘어갔을겁니다. 아 네 하하 이러면서.
근데 아버지가 거기서 제가 잘못했다는 식으로 말하더라고요.
저도 그 동안 당한게 있어서 할 말 하고 싶은데 막으니까 더 열받더라고요.
물론 아버지는 싸움이 될까봐 미리 막으신거지만 저도
싸울 땐 싸우고 싶고 할말은 하고 살고 싶은데 그게 안되니 폭발한거 같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씨발 좆같네 하고 허공에 소리 질렀습니다.
매장이 얼더라고요.
그제서야 처음으로 존댓말을 합니다.
'저희가 뭐 잘못했나요?'
부모님 두분 다 놀라서 너 빨리 그냥 퇴근하라고 등 떠밀어서
떠밀려 나가면서 말했습니다.
'아무데나 반말 하고 다니지 마세요'
뒷정리는 부모님이 하실텐데 너무 죄송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모님도 매일 저런 인간들 비위 맞추시는게
슬프고 짜증나더라고요
오늘 너무 힘들었고 그 사람들이 부린 진상짓에 비해 너무 크게
화를 낸 것도 사실입니다. 평소였으면 혼자 삭혔을거에요.
집에 와서 생각하는데 너무 힘들었습니다.
내가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산다고 해서
그게 모두에게 올바른 가치관이 아니라는 것도,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은 가치관으로 살기를 바랄 순 없다는 것도 아는데,
내가 남한테 피해 안주고 산다고 해서 남이 나한테 피해 안줄 순 없다는 것도 아는데,
저 사람들 저러는 것도 머리로는 다 이해하는데
너무 너무 힘들더라고요.
왜 인간이 이렇게 살아야하나,
왜 강자한테 숙이고 약자한테 막대하는 걸
온 몸으로 습관이 되어 있어야 하나...
너무 힘든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