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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반려자를 만났다고 생각했었는데..
게시물ID : menbung_2849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맛난육포
추천 : 28
조회수 : 5001회
댓글수 : 28개
등록시간 : 2016/02/14 21:4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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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팅으로 만난 분이었는데요
만나서 분위좋았다고 생각했고
두번째 만났을때 고백해서 사귀었고

처음부터 전 한전 철탑 시공사 일한다,
그쪽은 복지쪽 일한다
이야기 나눴고,

 이후 한전이냐고 물어볼때마다,
시공사라고, 전기가 발전소-철탑-변전소-전봇대-가정을
발전소에서 일하는 사람도 있고
철탑에서 일하는 사람도 있고
변전소에서, 전봇대에서, 각 가정에 계량기 보러 가는 사람도 있다고 몇번이나 얘기 해줬습니다 
    
그후 알콩달콩 연애 잘했다고 생각 했죠
제가 데이트때 그림 그려서 선물 하면 정말 좋아해줬고요

결혼까지 생각해서
오늘 "결혼하고 애낳고 살려면 둘이 400이상은 벌어야 하는데 이것땜에 전직고민이다"라고 했더니

표정이 이상해지더라구요
이상한 표정으로 웃으면서

" 그럼 얼마벌어?"
 
탁하고 한대 맞은 기분이었습니다.


저 - 한달에 200좀 넘게 벌어
상대 - 아닌데? 내가 알아본 한전은 훨씬 더 버는데?

저 - (돈때문에 날 만나나?) 본사에서 나온 감독들도 300정도인데 무슨소리야?
상대 - 자기야, 내가 정말로 꼭 물어보고 싶었던게 있는데 자기 한전 맞아?
저 - 시공사라고, 한전 철탑시공한다고

 상대 - 왜 자꾸 말을 똑바로 안해? 자기 거짓말하는거 같아! 자기 공무원 맞아?
저 - (내가 월400받는 공무원인줄 알고 만났던건가요?) 아니, 난 공무원아니야. 게다가 한전 본사직원들도 공무원이 아니라 공기업이니까 준공무원이라고

상대 - 자꾸 어려운말로 했갈리게 하지 말고! 당신 한전일 한다면서! 왜 거짓말해!
저 -  내가 무슨 거짓말을 했다고 그래? 전봇대에서 일하시는 분도 한전일하는거고, 계량기 측정 다니시는분도 한전일하는거고, 시공하는 나도 그렇다고? 
상대 - 아니 한전! 한전!! 자기 공무원도 아니잖아! 왜 속였어!
 
저 - (듣고 싶은것만 듣나ㅠㅠ)시공사라고 계속 얘기했잖아!  
상대 - 왜 거짓말했어!? 왜!! 자기가 무슨 한전이야! 부모님한테, 친구들한테 부끄럽고 창피해서 어떻게해! 천만다행으로 아직 말안해서 다행이네
저 - 시공사라고! 

여기서부터 "부끄럽고 창피한" 이라는 말에 눈물이 막 쏟아지더군요...
 졸업하고 나름 열심히 산다고 생각했는데
결혼까지 생각한 상대가 이렇게 말하니 뭐 어떻게 정신을 못차렸습니다
머리속엔 400만원, 공무원, 이런것만 맴돌고..

계속 취업못하고 낙심하고 있다가
어렵게 취업했고, 나름 큰공사 한다고 당당하게 여기고 살아온 제 과거가
'부끄럽고 창피해서' 말못할 일이란게
그 기분이 미치고 환장할 뭐라 더 표현못할 일이더라구요 

직장 선배님들도 한전에서 설계하시다가 시공쪽으로 옮기신분도 계시고,
현장다니시는 기술직분들도 한전차 끌고 다니시고
 명함에도 한전 변전소, 송전, 배전 시공 한다고 적어다니는데
이거 뭐 양반 쌍놈 계급 나누는 겁니까?


 
저희 어머니 e*ㅏ트에서 일하시는데 상대도 알고 있었습니다.
저 - 자기.. 우리어머니 e*ㅏ트 직원인거 알지?
상대 - 어, 왜? 그것도 거짓말이야?
저 - 당신말대로 하면 우리어머니도 신세*ㅖ 정직원이 아니니까 e*ㅏ트 직원이라 하면 안돼네? 공장이 시골에 있는 어디 무슨 OO회사의 직원이인거네? 
상대 - 뭐? 진짜....? 당신 만나는거 다시 생각해 봐야겠다. 정말 와...


 이말 듣고 하늘이 노래졌습니다.
  불과 몇분전까지 서로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사람이 맞나 싶더군요

계속 제가 거짓말했다며 거짓말거짓말 하길래 한번 물어봤습니다
저 - 내가 시공사라고 하지 않았어? 내가 철탑 공사한다고 하지 않았어? 뭘 속였다는 거야?
상대 - 한전이라며! 한전! 당신 회사 이름이 뭐야!
 저 - 우리 시공사 이름?? ㅇㅇ시공사야
상대 - 거봐 거짓말 한거 맞잖아! 한전 아니잖아! 자기 공무원 아니잖아! 그냥 하청이잖아! 왜 처음부터 말 안했어?

 말이 막 비수로 꼳히더군요
   평생 연애운 없던 제가 왠일로
처음 만났을때 부터 이렇게 잘풀리나 싶었더만
말도안돼는 '하청 주제에 공무원 행세' ?

저 - 시공업이리고, 공사한다고 말했는데? 그리고 지금 당신 하는거 보면, 아무 설명없이 ㅇㅇ시공사라고 끝냈으면, 잘도 이렇게 날 만나줬겠다? 
상대 - 그것봐 실토하네. 자기가 거짓말 한걸 인정하는거잖아
저 - 그게 무슨 소리야!
상대 - 내가 당신 안만나줄까봐 한전이라고 사칭한거잖아! 한전 시공업체가 아니라, 한전 하청업체라고 했어야지!

 저 - 그게 뭐야! 난 자기가 무슨 직업이던 상관없이 당신을 사랑했는데, 그럼 자기 직업은 뭐야? 
상대 - 전에 말했짆아?
저 - 보건복지?
상대 - 아니? 난 보건이라고 한적 없는데?
저 - 그럼 뭔데?
상대 - 당신이 나한테 거짓말을 했는데, 내가 솔직하게 말할 필요는 없잖아? 
저 - 뭐라고? 난 내 부모님 얘기도 다해줬고, 지금까지 내가 얘기한건 뭔데? 자기도 말 안하잖아

상대 - 복지쪽이라고. 더이상은 말 못해.

저 - 그래? 그럼 이제 끝이네?
상대 -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난 거짓말이 제일 싫어, 근데 당신이 거짓말 한거야.
저 - 난 거짓말 한적 없는데? 자기 혼자 오해했던거지.  

 처음부터 시공이라고 했는데, 시공업체가 뭔지 몰라서 
착각해준것 덕분에, 잠시나마 새로운 경험했다....

전엔 데이트 할때 엄청 못그린 그림도 이쁘다고 그렇게 기뻐 하더만, 다 연기였나봐요..
이번에 그린건 손도 안대네요

 
혼자 집오는데 엄마가 생각나서 전화했습니다
목소리가 왜 그러냐고 하시더라구요.
그냥 목감기 걸렸다고 하고 사랑한다고 해드렸습니다



 택시타고 오는데 기사분이 눈물자국 보고 묻길래
있었던일 말씀드렸더니
본인 이야기 해주시더라구요

"그냥 잊으시는게 좋을껍니다.
이게다 인터넷에 잘못된 정보 조금보고 와아 떠들어서  그래요
사람들 다들 현대 노조 욕하잖아요? 1억씩 받으면서 그런다고요..
근데 안그렇거든요? 일부 몇사람 받는걸 전부다 그렇다고 하면 안돼죠..
지금 신입들 들어오면 뗄꺼다떼고 시간당 계산하면 최저인금 보다 적게 받아요.
 편의점 알바보다 적게 받는다고요
그리고 '평생직장'하는데,  안그래요, 저도 이렇게 나와서 택시하잖아요
우리 아들놈은 더해요, K티 정직원인데 월급이 180도 안돼요
 뉴스에 대졸 대기업 초봉이 월300넘는다고 하는데 아니에요
우리애도 얼마전 소개팅갔다 와서 같은 소리 하더만..
 근데 딸 가진 부모도 이해가 가죠.
제 동료들 보면 이런다구요, '우리딸 선보고 왔는데, 아 글쎄 하청이래! 우리 라인에도 잘생긴놈 많은데 어디서 그런놈을 만나고 왔어!'
뭐, 내 동생도 얼마전 이혼하고 힘든데,
내가 결혼 전날까지 반대했었거든요!  
아! 내 말들었으면 좀 좋아?! 왜 지금 개고생을 하냐고!
손님도 더 좋은 생을 찾는것도 좋겠지만,
더 나쁜 생을 피하는것도 나쁘지 않아요.
천원 깍아드릴께요.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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