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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눈빛
게시물ID : menbung_3029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피아피아
추천 : 1
조회수 : 392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03/31 04: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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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어디에 올려야하나 했는데

일단 그래도 멘붕게에 올려봅니다...


지금막 겪은 일인데

이 느낌을 어케해야할지 몰라서 ... 일단 글을 씁니다



전 새벽에 우유를 배달하는데요

오늘 일찍 일어나서 돌릴 자신이 없어서

안자고 우유 돌리고 자려고

우유가 1시에 오니까 배달을 나가는 길이었는데요




골목에 로드킬을 당한 고양이 시체가 있었습니다.


머리를 차에 깔린 듯 머리가 깨져있었습니다.



보통때라면 그냥 

아이고 불쌍해라.. 하면서 돌아서 피해갔을건데요



전 멈춰서서 움직일수가 없었습니다.



그 로드킬 당한 검은 고양이 시체 앞에 


주황빛 고양이 한 마리가 서서 뚫어져라 그 시체를 바라보는 겁니다.



길고양이는 보통 사람이 오면 피하는데

제가 상당히 가까이 갔음에도


그 고양이는 

저를 전혀 신경쓰지 않고


무엇을 생각하는지 모르겠는 눈빛으로

검은 고양이 시체를 바라보고 서 있었습니다.



저는 2 미터정도 떨어져 서서

차마 더 다가가지 못하고

가만히 그 고양이를 보았습니다



무슨 사이였을지

무슨 일이었는지 저는 알길 없지만

그런 눈빛의 고양이는 처음 보았습니다


저는 전혀신경쓰지않는 

공허하면서 무언가 분명 말하는 듯한 눈빛으로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저는 혹시 자극 할까봐서

멀찍이 10미터정도 떨어져서 계속 주시했습니다



주황 고양이는 20분정도 움직이지 않고

발도 꼬리도 고개도 한번 움직이지 않은 채

석상처럼 서 있었습니다



중간 중간 4,5명 정도의 사람들이 지나갔지만

사람들은 고양이 시체를 멀찍이서 발견하고

시체랑 멀리 떨어져 돌아서 갔습니다.


30분쯤 되었을때

주황 고양이가 고개를 천천히 들었습니다


고개를 돌려 저를 한번 보더니


이게 농담이 아니라

저는 수만가지 복잡한 심경으로 그 고양이들을 보고 있었습니다

안타까움과 신기함과 의문과 두려움 들이 섞여있는 채로요


그 주황고양이가 저를 딱 바라보았습니다.

1분 쯤....

도데체 나에게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 눈빛인지...

뭔가 바라는지 뭔지 알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골목을 따라 걸어가더니

 차량 밑으로 숨어들어가고는 사라져 버렸습니다



저는 검은 고양이 시체를 가까이 가서 보고

머리가 깨져 즉사한 것을 확인했습니다.



30분이 넘도록 저에게 수만가지 생각을 하게 하고

삶 죽음 남겨짐 사고 등 

수많은 주제로 머리속이 엉키도록 해준 고양이 시체를

도저히 그냥 두고 갈 수 없어서

태어나 처음 길고양이 시체를 들어서

가까운 흙이있는 곳에 시체를 치워주었습니다.


우유 돌리는 내내 고양이들 생각밖에 안나고

지금도 그 눈빛이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검은 고양이는 제법 덩치가 있었습니다.

어떤 고양이였는지

어떤 관계인지

어쩌면 아무 관계 아닐수도 있겠죠...


사고와 죽음..

관계와 남은 자

죽인자와 멀리 피하며 무심한 외부와...

나를 바라보는 눈빛과...




 데체 오늘 제가 겪은 이 느낌은 뭘까요..


 
읽으신 분은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출처 오늘 밤 12시반 

골목에서 겪은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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