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척 긴 이야기가 될듯합니다.
어제 직장서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우연찮게 미래에 대한 얘기가 나왔어요.
저는 제가 하고 싶은 것들이랑 내가 꿈꾸는 미래에 대해 간략하게 말을 했는데,
옆에서 밥을 드시던 분이 저를 보고 기가 차다는 눈빛으로
"너무 비상식적인거 아녜요?"
이러시더라구요. 저는 이렇게 직설적으로는 처음 들어봐서 "네?"하고 당황했고,
그분은 너무 비상식적인것 같다고 다시한번 말하고는 묵묵히 식사를 하시더군요.
순간적으로 이전에 오유서 본 '키몽' (닉언죄송합니다 ㅠㅠ)님의 만화가 떠오르더라구요.
이 만화가 제게 엄청 충격적이었어서 ...
(문제시 만화는 삭제토록 하겠습니다 ㅠㅠ)
제가 꿈에 대해 말하면 다들 저 학처럼 멋있다고 응원해줬거든요. 부럽다고 말도 하구요.
근데 속으로는 다 저런 생각들이었던 걸까요. 하긴, 매번 멋있다고 어떻게 그렇게 살 생각을 하냐 대단하다 하면서도
어느 누구도 깊게 관심있어하거나 저처럼 해보고 싶단 말은 들어본적도 없네요 ㅋ.ㅋ...
이렇게까지 말하면 대체 뭔꿈이길래그런댜;; 하시겠지만 사실 그렇게 거창하거나 크지도 않아요.
그냥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추구하는 방향과는 다른것 같아요.
저는 사실 꿈=직업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그리고 내 평생을 함께해야겠다라고 생각하는 직업도 없어요.
일단 향후 2~3년정도 돈을 5,000만원 정도 모아서 떠날 생각이에요.
어디로 가야겠다 하는 목적은 없고, 그냥 몇개월 어딘가를 홀가분히 돌아다니다가
돈이 떨어질 즈음 또 1~2년 정착할 국가를 찾아가 직업을 구하고,
또 돈을 벌어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다가 괜찮은 곳에 또 1~2년 한시적으로 일하고..
그러다 마음에 드는곳이 있으면 터를 잡아보기도 하고 ... 이렇게 살고 싶어요. 이게 제 꿈이에요.
방랑자처럼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면서 사는거요.
이렇게 제 꿈을 얘기하면 처음엔 대부분 의문을 가져요.
-그렇게 불안정하게 어떻게 살아?
저는 여행을 할 때 내 마음이 가장 안정되고 가장 나다운 자신을 발견하곤 해요. 불안정하다는게 경제적으로 불안정하다는거라면
저는 그건 그것대로 재미있는 나날이 될 거라 생각해요. 힘들겠지만, 즐겁겠죠.
-가서 구체적으로 뭐할건데?
딱히 무엇을 하겠다는 생각은 없는데, 저는 가르치는 게 좋으니까 아프리카나 동남아에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지어보고 싶기도 하고, 그게 안되면 학교로 들어가 아이들을 가르쳐보고 싶어요. 여유가 된다면 정말 좋은 게스트 하우스 같은것도 한켠에 지어보고 싶지만, 무리면 말구요.
-돈을 잘 못벌거 아냐?
돈은 들어오면 쉬이 나가더라구요. 돈은 제 인생을 크게 좌우하진 않는 것 같아요. 없으면 아쉽지만, 그렇다고 여기에 목매진 않아요.
며칠은 굶고, 또 동냥도 구해보고, 정 안되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 수도 있잖아요.
-집도 없이 산다고?
물론 여유가 돼서 자그마한 집이라도 얻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제게 집은 재충전의 공간이란 의미가 강해서 굳이 내 소유일 필욘 없을것 같아요.
-직업을 못 구하면? 결국 실패해서 한국 돌아오는거 아냐?
못 구하면 못 구한대로 여러 나라를 전전해보고, 아니면 한국으로 돌아오죠. 근데 한국으로 돌아오는게 실패라고는 생각되지 않아요.
인생에 영원한 실패라는게 있나요? 내 미래에 대한 계획이 실패라 하기엔 나는 또 그 때 내 나름의 미래를 찾아 내 인생을 꾸려나가고 있겠죠. 그럼 한국으로 돌아오는게 실패라 해도, 과정일뿐이니 크게 염려치 않아요.
-너같은 외국인한테 무슨 좋은 직업을 주겠니? 뭐 청소부나 끽해야 웨이터 같은거밖에 더 하니? 그런거 할 바에야 지금이 더 나은데 왜 그걸 포기하고 가는거야?
청소부나 웨이터면 어떤가요? 저 편의점 알바할때, 어떤 분이 술에 취해서 '편의점 알바나 하는 실패자 인생' 이란 말을 했던 적이 있어요. 근데 솔직히 저는 늘 의문이 들어요. 의사나 뭐 서울대 나온 사람들의 인생은 실패하지 않은 인생이고 편의점 알바를 하는 사람들은 실패한 인생인건가요?
그 실패의 기준은 대체 무엇인가요? 벌이가 적어서? 편의점 알바든 판사든 의사든 사람은 다 같은데.
이 세상은 인력으로 돌아가고, 누군가는 어떤 일을 해야만 올바르게 사회가 돌아가겠죠. 모텔 청소부니 편의점 알바니 그분들도 다 사회의 일원이고 누군가는 해야할 일을 하고 계신건데. 아니라해도 직업에 귀천이 있다, 네 말은 궤변이다 하셔도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이러한 꿈을 갖게 된 계기는 복합적이에요.
어려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무척 자주봤어요. 그러면서 누군가를 가르치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했었구요.
자라면서는 해외에 나가고 싶단 생각이 간절했어요. 어느정도냐면, 저희 집은 유학은 커녕 제주도 여행도 가기 힘든 형편이었어요.
제가 사립 고등학교를 나왔는데, 재단 이사장님이 학교를 방문하실 때마다, 제게 2천만원만 지원해주신다면 교환학생으로 나가 이러이러한 일들을 하고, 반듯한 사람이 돼서 무슨 일이 있어도 돈을 다 갚겠다, 라는 허무맹랑한 말이 쓰인 편지를 매번 주머니에 꼭 쥐고서 이걸 졸업하기 전까지 반드시 드리겠다고 생각했었어요. 결국 근처도 못가보고, 연락을 시도했다가 무참하게 ㅠㅠ... 실패했지만요.
아무튼 성인이 되고부터는 쉴틈없이 아르바이트로.. 공장에, 편의점에, 과외에, 판매직, 서빙, 통역, 전단지.. 여러가지 일들을 하면서 돈을 모아 해외로 나갔어요. 가서 정말 많은걸 느끼고 ..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는데, 한번은 태국서 한 아일랜드 청년을 만났어요. 그 청년이 속한 그룹에 갑작스레 조인해서 며칠간 여행을 함께 다녔는데, 그 애가 딱 제가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었죠.
인도, 베트남, 싱가폴, 유럽 몇개국에서 일도 하고 여행도 하면서 이렇게 다니고 있다고 ... 정말 스토커처럼 그 애한테 갖은 질문을 다 해서, 나도 이런 삶을 살아야겠다고 결심했어요. 거기다가 제 적성에 맞는 교직쪽으로도 기회를 잡을 수 있겠다 생각했죠.
여담이지만... 짧게나마 어학연수도 해봤고, 미국서 인턴과 내니를 장기간 하면서 생각보다 직장을 구함에 있어 수월한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물론 저도 열심히 노력한 결과지만, 결국 어딘가엔 내가 해야할 일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라는 생각도 들었구요.
이런 제 생각을 얘기하면 제가 주로 관습에 도전하는 성격에 역마살이 꼈다, 라고 생각하는 대부분의 친구들은 멋있다고 응원하겠다 해요.
아니면 별 관심 없는 분들도 그냥 와, 색다르네요. 하는 반응이구요. 근데 어제 그 분의 반응은 내심 좀 충격이었어요.
저도 사람인지라 미래에 대해 늘 100% 확신을 갖고 하는건 아니다보니까, 이런 삶이 마냥 꿈과 같이 계획대로 잘 풀릴것이라곤 생각지 않아요.
그래도 도전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비 상식적이라는 얘기를 들으니 정말 그런가? 하는 의문이 퍼졌어요.
물론 이 분의 말 하나로 뿌리째 흔들리다든지 그런건 아니고, 전 여전히 제 미래에 대해 저렇게 그려나가고 있고, 진행중이에요.
다만 여러분이 들었을 때 어떤지 궁금해요. 그냥 어린날의 치기와 같이 들리시나요?
허무맹랑하고 말도 안되는... 그런 소리인지.
무슨 소리를 듣더라도 저는 제가 원하는 바대로 살겠지만, 혹시 저와 같이 꿈꾸시는 분은 없을지 궁금하기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