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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사는데 참 쓸모 없는 사람이 있습니다... (디게 길어요..)
게시물ID : menbung_3374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재♡케이
추천 : 11
조회수 : 922회
댓글수 : 57개
등록시간 : 2016/06/20 19:36:12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서 참 도움이 안되는 사람이 있나봅니다.

도움이 되고 안되고를 떠나서 그냥 제 인생에 방해가 되는 사람이 있네요..


초등학교 5학년때였나.. 아버지가 나름 임원급으로 일하시던 회사가 급격하게 어려워지면서

회사 살려보겠다고 이래저래 하다 집안의 돈좀 까먹고 결국 회사는 망해버린 일이 있었습니다.

이참에 아버지는 남은 돈으로 본인 사업을 하겠다고 하셨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집안에 돈이 한푼도 없었네요.. 아버지가 회사 살리시겠다고 같이 일하던 연봉 많이 받던 분들하고

각각 5천~1억씩 모을때 아버지가 8천정도 냈다고 들었는데 그걸 빼고서라도 아버지가

받던 월급이 좀 됐기에.. 그래도 2~3억은 족히 있을거라 생각하셨다는데.. 땡전 한 푼 없더래요..

더군다나 집을 담보로 대출도 있었다네요? 집에 빨간딱지 붇는거 당시 드라마 같은데서 봤었는데

진짜로 우리집에 딱지 붙으니까 초등학생의 나이에 인생 종쳤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구요..


범인은 엄마였습니다. 어따 돈을 썼는지 제대로 추궁도 하지 못한채 엄마는 아무도 찾지 못하게 갑자기 도망쳤습니다.

어린나이에 분노보다는 황당함이 넘쳐 흘렀습니다.

아버지가 돈을 못벌어다 준것도 아니고, 술먹고 들어와서 때리는 것도 아니고..

도박을 하는 것도 아니고 집에 있는 저와 동생이 어디가서 사고치고 말썽부리던 것도 아니고..

그 어떤 이유도 모른채 엄마를 잃어버렸습니다.


차라리 외가에 돈을 갔다 줬으면 이해라도 했을 겁니다. 외가에는 가끔 외할머니 선물 사드린거 빼고는

뭐 돈 빌려주고 그런것도 없었다네요.. 외삼촌이 운영하던 속셈학원이 있었는데

그거 망하기 전에 돈좀 빌려달라고 그렇게 사정했는데 매몰차게 거절해서 상처 받았었다고..

암튼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어처구니가 없었죠..


그렇게 시간이 꽤 지났습니다. 아버지가 인맥관리를 잘하셨는지.. 당시 망했던 회사 사장님이 사업 아이템을 주면서

해보라고 시작한 사업이 어느정도 궤도에 올라 적당히 잘먹고 잘 살 정도가 되고.. 저도 대학 졸업하고 취직하고..

그때까지 엄마란 사람은 조금도 생각하지 않고 지냈습니다.  


근데 저번달 쯤 아버지가 급하게 찾으시더라구요 간만에 고향 내려갔더니 아버지가 폐인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평소 드시지도 않던 술도 드셨고 저 고3때 공부하는데 방해될것 같다고 그 좋아하던 담배도 끊으셨던 분이

담배도 피우시네요.. 사업이 또 망했나 싶었지만 이젠 저도 벌고 동생도 자기 앞가림을 할 수 있을 정도니

괜찮다고 아버지 다독였는데.. 엄마란 사람이 나타났다고 하네요.


당시 바람이 났는데 그놈하고 지방 내려가서 아부지 돈으로 알콩달콩 잘 살았다고 합니다.

근데 늘 그렇듯이 결말이 좋을리가 있겠습니까.. 그놈이랑 혼인신고도 안하고 이태껏 살았다고 하네요

애도 둘이나 낳고.. 근데 그놈은 당시 그 돈 도박이랑 술로 다 까먹고 하루하루 근근히 살아가다가

반년 전 쯤?? 자살했다네요. 애는 둘있지.. 돈은 없지.. 우리는 물론이고 친정도 버리고 도망간터라

기댈데가 없었는데 진짜 염치 불구하고 찾아왔었대요. 먹고 살게만 도와달라고 했다는데 일단 돌려 보냈다고 하시네요..


그래도 십몇년 살 부대끼고 살았던 부부였다고.. 저랑 동생의 친모라고 차마 모질게 못대했다고 했는데

저한테는 이미 죽은여자니까 신경쓰지 말라고 아부지 하고 싶은대로 하라고 말씀 드렸네요..  

그 얘기한지가 2주 전이었는데... 이 엄마라는 사람이 오늘 회사로 찾아왔네요

그것도 타이밍 좋게 연차쓴 여자친구가 점심 같이 먹겠다고 온... 하필 오늘 회사로 찾아왔네요

회사 앞에서 딱 마주쳤습니다. 한 편의 막장드라마네요..

여자친구한테는 엄마 도망갔다고 말하기 뭐해서 그냥 죽었다고 했거든요..

죽었다는 사람이 눈 앞에 멀쩡하게 나타나서 엄마인척하면서 눈물을 흘리는데.. 여자친구 보기가 너무도 무서웠습니다.


회사 앞인지라 성질대로 소리도 못치고.. 조용히 보낼라고 했는데.. 아주 드러누울 기세라

일단 식당으로 데려갔습니다. 거기서 아주 엄마 노릇을 할라고 하네요..

제가 어릴때 유난히 많이 울었네~ 동네 또래 여자애들 꽁무니 졸졸 따라녔네~ 하면서.. 본인은 기억도 못하는 과거사 들먹이며..

그리고는 알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했고 보고 싶지도 않은 배다른 동생들 얘기 꺼내면서

그래도 동생인데 얘들이랑 같이 살게 용돈이라도 좀 달라고 하는데..

식당서 숟가락 집어 던지고 여자친구 끌고 나왔네요..


여자친고 밥도 제대로 못먹이고 회사로 돌아오고나서는.. 일이 손에 하나도 안잡히네요..

여자친구는 이따 우리집 찾아오겠다고 하는데.. 괜시리 미안하고...

앞으로 인생이 꼬일거 생각하니 막막하네요..

회사까지도 무턱대고 찾아오는 사람인데.. 앞으로 뭘 더 어떻게 인생을 가로막을지..

죽겠네요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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