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원문 : http://tntnews.co.kr/news/view.html?section=1&category=7&no=3957
이른바 ‘공해병 환자 1호’는 지난 2000년 4월 29일 사망한 박길래 씨다. 사망 당시 향년 58세. 연탄공장이 쌓아놓은 석탄가루 때문에 진폐증에 걸렸던 박 씨는, 진폐증 판정 이후 90년대 공해추방운동의 선구자 역할을 했다. 사람들은 그녀를 ‘검은 민들레’라고 불렀다.
1943년에 태어난 박 씨는 1979년 서울시 중랑구 상봉동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박 씨는 상봉동으로 이사한 그해 겨울부터 떨어지지 않는 감기 증세에 시달렸다. 3년 뒤부터 호흡기 질환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고 이듬해인 1984년 기관지염 진단을 받았다.
기관지염 치료를 꾸준히 받아도 차도가 없던 박 씨는 1986년 폐결핵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치료를 거쳐도 나아지지 않자 결국 국립의료원을 찾았고, 국립의료원에서는 그녀에게 진폐증 판정을 내렸다. 박 씨는 1988년부터 상봉동 거주지 인근에 있던 삼표연탄공장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했고, 1989년 1월과 5월 법원은 1·2심 모두에서 박 씨의 손을 들어주었다.
박 씨의 사례를 계기로 1988년 2~5월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회원 의사들이 상봉동 삼표연탄 인근 주민 2천여 명을 상대로 검진을 벌여 박 씨와 비슷한 환경성 진폐증 환자 3명을 찾아냈다. 가수 안혜경 씨는 자신의 곡 ‘검은 민들레’에서 “피우지 못한 노오란 꿈 안고 다시 태어나거들랑 상봉동에 피지 말고 저 들녘에 피워 보렴”이란 노랫말을 썼다.
‘검은 민들레’ 사건 이후에도 공해병은 꾸준히 발병됐다. 2009년 강원도 영월군 시멘트공장 주변 주민들이 집단 진폐증 증상을 보였고, 충북 제천·단양 지역 시멘트 공장 주변에서도 비슷한 증상이 나타났다.
그리고 8월 29일 대구시 동구 율암동 대구연료산업단지 인근 주민에게서 무더기 폐질환 발병 사실이 확인됐다.
대구시는 “지난 7월 25일 동구 안심 주민 중 폐질환 의심 진단자 35명에 대한 정밀검진 결과 진폐증 2명을 비롯해 18명이 폐질환자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연탄공장 인근 주민이 진폐증 환자로 확인된 것은 1979년 서울 중랑구 상봉동 ‘검은 민들레’ 사건 이후로 두 번째다.
대구시는 지난 1월과 3월 안심 주민 중 검진을 희망하는 187명에 대해 1차 정밀검진을 실시, 의심자 35명에 대해 7월 25일부터 8월 3일까지 경북대병원에서 컴퓨터단층촬영(CT)을 실시했다. 검진 결과 진폐증 2명과 폐암 1명, 활동성 폐결핵 의증 2명, 폐결절 등 임상적 진찰 및 정기적 관찰 필요 대상자가 13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시는 안심 지역 연탄생산 공장인 태영과 대영, 한성 등 연탄 3사 대표에게 명확한 원인규명과 함께 더 이상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근원적인 해결책을 마련토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구경북녹색연합은 “대구안심연료산업단지에는 3곳의 연탄공장 말고도 1곳의 아스콘공장, 2곳의 시멘트 공장이 위치해 있고 대형 고철하치장도 있다”며 “대구시는 다른 공장에 대해선 아무 언급 없이 주민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삼아 혐오시설인 연탄공장만 이전시킬 속셈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안심연료산업단지내 모 연탄공장 외벽에 적힌 '지역주민에게 공해를 주지 말자'는 표어. |
또한 대구시는 안심2동 주민자치위가 지난 22일 구성한 ‘안심지역 비산먼지 대책위원회’의 활동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안심지역 비산먼지 대책위원회 은희진 위원장은 “안심연료산업단지 인근 주민들이 미세먼지로 인해 커다란 고통을 겪고 있다”며 전격적인 역학조사 등 정부 및 대구시의 발 빠른 대처를 촉구하고 연탄공장 3곳의 이전을 주장하고 있다.
은 위원장은 “오늘(29일) 2차 검사를 통해 진폐증 환자 2명 등 18명의 폐질환자가 확인된 만큼, 대구시와 환경부가 이른 시일 내 역학조사를 실시해 폐질환의 원인을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은 위원장은 "대구시는 미세먼지 측정장치를 연료단지와 거리가 있는 동구 율하동 안일초등학교에 설치했지만, 안심연료산업단지 내에 미세먼지 측정장치를 설치해달라는 우리 요구는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료산업단지 근처만 가도 목이 막히고 연탄공장과 시멘트·콘크리트 공장에서 나온 분진들이 바닥에 두껍게 쌓여있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며 “비라도 오는 날이면 그 먼지들이 떡처럼 뭉쳐지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은 위원장은 “이곳에 잠깐만 있어도 ‘과연 이곳에서 사람이 살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드는데, 40년 이상을 사신 분들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 것인가”라고 덧붙였다.
▲안심지역 비산먼지 대책위원회 은희진 위원장. |
비산먼지 대책위는 대구시와 환경부가 역학조사를 통해 안심 지역 주민들의 진폐증 유발 원인이 연료산업단지에서 나오는 미세먼지임이 확인될 경우 안심지역 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벌이고, 그간 겪었던 고통에 대해 보상도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비산먼지 대책위는 1979년 ‘검은 민들레’ 사건처럼 안심연료산업단지의 비산먼지에 따른 진폐증 유발 의혹을 전국적으로 공론화시키고, 연탄공장을 대구 외곽으로 이전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은 위원장은 “80년대만 해도 대구시 전체 가구의 85%가 연탄을 연료로 사용했지만, 지금은 연탄을 사용하는 가구는 2~3%에 그치고 있다”며 “연탄공장을 대구 외곽으로 이전시킨 뒤 연탄을 반입하더라도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문제를 전국적으로 공론화시켜 정부의 역학조사를 촉구하고 연탄공장을 대구시 바깥으로 이전해 안심지역 주민들의 건강권을 지켜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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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폐증은 소리없이 점점 커지다가 발병되면 정말 끝이라던데..
1979년에야 연탄도 많이 쓰고 대기오염에도 크게 관심이 없었다손 치더라도
아직까지 대도시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게 황당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