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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간 간호사가 말하는 응급실 풍경에 덧붙입니다.
게시물ID : menbung_3629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사랑둥게둥
추천 : 11
조회수 : 813회
댓글수 : 25개
등록시간 : 2016/08/19 19:45:16
저는 간호사입니다.

지난 주말 알레르기로 인해 경한 아나필락시스 쇼크가 왔었습니다. 제가 기도가 부어오르기 전 응급실에 가서 망정이지 기도가 부었다면 저는 지금 글을 쓰지 못했을 겁니다. 

간호사다 보니 제 상태에 대해 누구보다 잘 파악할 수 있고 대충은 응급한 상황과 아닌 상황을 구분할 수 있죠. 

응급실에는 오신 순서대로 진료하지 않고 상태의 중함에 따라 진료합니다. 라고 잘 보이게 떡하니 붙여놓죠. 
응급실에 오기까지 안 아픈 사람이 어딨을까요. 
사람들은 본인이 가장 중환자이고 자기 가족이 제일 우선입니다. 제 남편도 제 몰골을 보더니 자지러지며 응급실에서 어쩔줄을 모르더군요. 저와 저를 진료해주시는 의사 선생님만 웃고 있고 남편은 울기 직전이었습니다. 

저처럼 의학적인 지식이 있어 그 상황을 웃어 넘길 수 있는 환자, 보호자분들은 많지 않을겁니다. 
응급실에 오는 환자분들 중에는 골든타임이 목숨을 좌지우지 하는 경우도 있고 즉각적인 처치(ex. 심장마사지 등)가 필요하신 경우도 있죠. 그 분들은 생사를 놓고 의료진과 함께 싸우고 계신겁니다. 의료진도 무척 힘들지만 환자분들도 힘들죠. 

그럴 때 '왜 나는 열이 나는데 진료를 안봐주냐' 하시면 상태가 중하고 경하고를 떠나서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습니다. 앞에 죽어가는 사람이 있는데 쌍욕할 힘까지 있는 산사람에 눈길이 가진 않죠. 그분들은 에스텍이나 캡스같은 무장경비원분들께서 상대해주실겁니다. 

물론 다 아프고 힘든 와중에 양해를 바랄수는 없겠지만 정말 죽어가는 환자를 살리는 과정은 얼마나 참혹하고 마음이 찢어지는지 아마 눈 뜨고 지켜보시는 것도 힘드실겁니다. 

그나마 나는 살아있구나. 이 곳 응급실에서 내 진료가 늦어지는 건 내가 덜 응급하다는 뜻이구나. 나는 다시 내 생활로 건강하게 돌아갈 수 있구나. 잠시잠깐 생각하시면 아마 의사, 간호사 선생님께서 진료해주시러 오실겁니다.( 윗 댓글에 미숙한 의료진 만나 운명을 달리하신 분은 정말 마음이 아픕니다. 허나 분명한 판단미스이고 의료진의 잘못입니다. 의사도 로봇이 아니니 그런 경우는 최소화하려고 노력하고 또 일어나서는 안됩니다.)  

그 날 저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 몸에 반점과 두드러기가 안 솟아난 곳이 없었고 코는 정말로 코주부 가면마냥 부어올랐으며 눈탱이가 밤탱이에 온 구멍에서 물이란 물은 다 나왔습니다. 목도 부어오르기 시작해 꺽꺽대며 몸을 벅벅 긁었지만 제가 죽기 전에 저를 살려주셨습니다. 저도 믿음이 있었구요. 
덕분에 제 남편을 제가 오히려 진정시키고 있었고 제 자신이 누군가의 생명을 구하는데 일조했다는 기쁨에 치료받는 내내 행복했습니다.

제 글이 화제되거나 많은 분들이 보시진 않더라도 스쳐가며 읽는 분들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라면 그걸로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에서 밤낮없이 환자 생명을 위해 수고하시는 모든 의료진분들 존경합니다.(너무 진지하게 끝맺음을 하네요..ㅎㅎ)
출처 응급실 정말 힘듭니다ㅠㅠ 정말 의사, 간호사 앉을 시간도 없이 뛰어다닙니다ㅠㅠ 그치만 그만큼 보람도 가장 큰 파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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