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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멘붕.
게시물ID : menbung_3667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Dr.Kimble
추천 : 13
조회수 : 1325회
댓글수 : 66개
등록시간 : 2016/08/27 09:26:06
원래 여름은 신경외과의 휴가철이다. 

날씨가 더우면 혈관도 말랑말랑해지는지 내인성 뇌출혈도 그닥 많지 않고 

외상성 출혈도 근육이 말랑말랑해서인지 생각보다 크게 안다쳐서 온다. 몸이 풀려있다는건 언제나 중요한 일이니. 

그래도

바쁜날은 바쁜시간은 언제나 있기 마련이다. 

60대 여자환자가 지주막하 뇌출혈로 왔고 

50대 남자환자가 외상성 경막하출혈로 왔다. 

지주막하 뇌출혈환자는 의식이 아슬아슬해서 응급으로 혈관내 코일색전술을 시행하기로 결정이 났고 

외상성 경막하출혈환자는 개두술 및 혈종제거술로 결정이 났다. 

한명씩 순서대로 와주면 얼마나 좋겠나.. 근데 자비는 없었다. 

마취과에 정신없이 연락을 하며, 어느 환자를 먼저 마취를 시작할지 논의를 하고 

보호자를 불러서 수술동의서를 받고 수술방 출발 시키려는 찰나. 

젠장. 

남자환자가 보호자 없었다. 

이런경우는 "응급 입원 확인서"라는것을 작성해서 입원시키게 된다. 

말 그대로 

의학적으로 응급상황이나 돈문제는 나중에 보건복지부나 기타등등의 경로로 어떻게든 해결하기로 하고 

나와 담당교수님 명의로 이환자 존나 급해서 지금 입원해서 수술안하면 죽으니 돈문젠 두째 치고 나중에 시말서 적어줄테니 입원시켜주세요. 이런서류다. 

수술동의서는 지장으로 갈음한다. 

의식도 없는환자이니깐 설명은 제대로 해줄수도 없다. 으으으.. 이러고 있는데 너님 죽을수 있지만 놔두면 죽으니 수술합니다. 이런건데 

사실 크게 법적효력도 없으니 나중에 잘못될 환자가 잘못되도 이건 머 독박쓸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하는짓이다. 

와중에 다른 보호자가 자꾸 와서 한마디씩 한다. 

-엠알 찍었는데 설명해줘요.. 설명해줘요 

힐끗보니 우리과 환자는 아니다. 무시한다. 

-사람이 말을 걸었는데 대답도 안해? 야 너 머야? 

저게 지금 나한테 하는 소리인가? 

-지금 바빠서 설명 못해드려요 

자 이제 머라고 써야 응급입원의 당위성이 있을것인가.. 

-야 보호자가 설명해주라면 설명 해줘야지 머하는짓이야! 

이건 머하는 놈이지? 

-지금 죽어가는 환자 보고 있잖아요! 

-머가 바뻐 진단서 적고 있구만 아주 못쓰겠네! 

아오 빡쳐.. 

-이거 진단서 아니라 응급입원 요청서거든요!  

-그거 적는다고 설명을 안해! 아주 못쓰겠네 내가 대학교수야 이새끼야! 

폭팔한다. 아 이 개**가

-어쩌라고! 어쩌라고! 나 신경외과 @@@라고 하고 이의 있으면 민원신청 하시던가! 죽어가는 환자앞에서 머하는 짓이야! 

-너 내가 가만 안둔다 너이새끼 못쓰겠네 아주 쓰레기야! 

..................................................................................

그리고 나는 장렬히 민원폭탄을 맞았다. 

주임교수님한테 그냥 꾹 참고 고개돌리고 욕하라는 위로의 말도 들었다. 

..................................................................................

닥터스는 어짜피 못봤다. 드라마 볼시간 있으면 자야지 .

근데 

진짜 화장하고 깔끔한 레지던트가 나온다고 하더라. 

우아하고 고상한말 쓰는 레지던트가 나온다고 하더라. 

나는 그렇게 어떻게 해도 이런상황에선 화낼거 같은데 

참.. 우울한 토요일이다. 

또 수술하러 가야지..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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