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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사에 초특급 멘붕을 남기고 간 어느 직원 이야기
게시물ID : menbung_3673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고요한숲
추천 : 14
조회수 : 1955회
댓글수 : 109개
등록시간 : 2016/08/28 22:19:20



 안녕하세요
 좀 지난 일인데 아직도 트라우마가 되어 남아있으므로 음슴체로 씁니다



 지금은 다들 웃으며 말할 수 있지만
 1년 전까지만 해도 다들 그 직원 얘기만 하면 손사래를 칠 정도로 단체 멘붕을 준 직원이 있었음.
 이러쿵저러쿵 다 얘기하면 너무 글이 길어질 것 같으므로 최대한 짧게 써 보겠음.
 
 
 --- 그가 회사에 재직 중이던 1년 동안 행한 일들 ---
 
 1. 입사 첫날, 사수인 내가 업무 교육 및 연수를 하는데 계속 '왜 이건 이렇게 하죠?' '이해할 수가 없군요 일을 왜 이렇게 하는거죠?'라고 반문함.
 그러면서 자꾸 자기 전직장이나 책에서 읽은 내용을 가지고 '그게 맞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하는건 매우 바보같은 짓입니다'라고 함.

 여기서 알려드릴 것은 이게 엑셀이나 워드 같은 정형화된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 그래서 책에 나온 것이 맞을 수도 있는 상황이 아니라
 우리 회사 보고 체계를 알려준 것이고, 그 보고체계란 그냥 당연하게 사원-팀장-부장-이사-대표 이런 순으로 올라간다는 얘기인데
 이 사람은 이렇게 했다간 일처리가 너무 느릴 것이라며 중간에 어차피 부장에게 보고할 것이므로 팀장에게 보고할 필요가 없다고 함.
 그리고 이사님도 사외이사이므로 허락받을 필요 없다고 함. 내가 사외이사라 해도 우리 직속 상사이므로 해야한다고 해도 말이 안 통함.

 그리고 그의 독특한 말버릇인
 '이건 틀립니다. 이렇게 하는 게 아닙니다.'
 '그렇게 한다는 건 몹시 바보같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틀린겁니다. 제가 말하는 게 무조건 옳습니다.'
 
 이 말투를 처음으로 접하게 됨. 도저히 말이 통하지 않아 연수를 중도 포기하고 멘붕이 온 나는 밖에 나가 머리를 쥐어싸게 됨.

 
 2. 여기서 이 사람이 어쩌다 우리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는가를 설명하자면-
 요컨대 대표님의 인맥으로 통해 들어온 낙하산으로서,
 형식적인 면접을 보러 오던 날, 장발에 청바지와 반팔티셔츠 그리고 워커에 백팩을 메고 회사에 나타났음.
 그는 남성이며, 경력은 여기저기 찔끔찔끔 6개월 이상을 넘긴 이력이 없고 그마저도 모두 합쳐봐야 1년 반 남짓이었음.
 이 글을 쓰는 나는 여성이며, 경력은 전체 10년에 이 회사만 6년 차, 직급은 과장이자 저 직원의 직속상사가 될 예정이었음.
 그리고 나이는 그가 나보다 1살 많았음.

 난 반대했음. 그의 면접 태도도 불량했고 행색은 말할 것도 없었으므로.
 나 뿐만 아니라 모든 직원들이 반대했지만 대표는 그의 경력을 2년으로 뻥튀기 시켜줘 가며 그를 입사시켰던 것임.
 근데 이렇게 들어온 사람이 입사 첫날부터 저랬으니... 앞으로 어쩌면 좋을지 눈앞이 캄캄했음.


 3. 그의 성격은 평소엔 말없이 조용했고 세상 돌아가는 모든 것엔 관심이 일절 없음.
 오직 자신이 일하는 전공 분야에만 몰두했고 집중했음.
 그리고 자신이 아는 것만이 진리이고 옳은 것이며 나머지는 다 쓰레기고 틀린 것이고 구린 것이었음.
 그게 무엇이든 상관 없음. 사회에서 인정받는 유명한 사람이라해도 자기가 아니면 그 사람은 자기랑 동급으로도 인정하지 않았음.
 
 그래서 업무적으로 부딪히는 게 너무 많았음.
 그리고 자신이 아는 것을 과시하고 싶어하는 욕망이 너무 강해서
 타 부서의 업무에까지 자기 스타일을 전파(?)하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같이 일 못하겠다고 자기가 보이콧을 선언했음.
 웃긴 건, 타 부서에서 자기 업무에 관여하려는 듯 하면 아주 난리를 부리고 니가 뭔데 내 분야에 참견이냐 니가 나보다 전문가냐 이런 식이면서
 자신은 타 부서의 업무에 관여하는 것임. 자신만의 이유를 들어 보이콧까지 하는 것이었음.
 황당한 타 부서 쪽에선 내게 불만을 표시하며 대체 저 사람 뭐냐고 왜 저러냐고 항의를 해댔음.
 오죽하면 타 부서 부장님이 나를 불러, 직속 부하 직원 단속 좀 시켜줬음 좋겠다고 하셨을 정도였음... 젠장ㅜㅜ

 그래서 어떻게든 잘 해보려고 밥도 같이 먹어보고 술자리도 가져봤지만... 소용 없었음.
 일단 남의 말을 절대 안 듣는 타입인데다, 특히 나를 인정하지 않았으므로.
 나는 자신보다 나이도 1살 어리고, 업무 스타일은 정반대인데다 내가 일하는 방식은 자신이 인정하는 방식이 아니었으므로
 나를 상사로조차도 인정하지 않았기에, 내 충고와 부탁 따윈 안드로메다였고
 오히려 내가 일하는 방식을 꼬치꼬치 지적해대기까지 했음.
 나는 그게 몹시 무례한 행동이며, 왜 그렇게 고집을 굽히지 않는거냐고 항의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이게 맞는것이고 난 틀린 걸 틀리다고 말하는건데 왜 항의를 하느냐'였음.


 4. 그래서 나는 내가 정말 틀린 것인가 의문을 가지고 여기저기 조언을 구해봤음.
 그러나 다들 내가 일한 방식이 맞으며, 그 남직원이 참 특이하다, 사회성이 너무 부족한 것 같다고 함.
 하다못해 내 위 상사들마저도 내가 맞다며 격려를 하며, 동시에 그와 일하기 너무 힘들다는 하소연도 했음.
 실제로 자신이 보기에 어리거나 만만해보이는 직원들의 업무는 사사건건 간섭했고
 서류를 넘기면 자기 스타일이 아니라며 반려시키고 다시 해오라(?)고까지 했다고 함.
 그 즈음엔 나도 화가 폭발해서 큰 소리도 내보고 공개적으로 혼도 냈음. 그러나 소용없음.

 그에겐 아주 든든한 대표라는 빽이 있었고,
 그 와중에 대표 비위는 정말 잘 맞췄기 때문에
 대표는 오히려 기존 직원들이 텃세를 부려 새로 온 직원을 힘들게 한다고 생각했음.


 5. 보다 못한 나는, 그가 입사한지 6개월 만에 타 부서 부장님들과 회의를 했고,
 은밀히 다른 부하직원들의 의견을 물어 그의 오만한 태도에 대한 문제점과 업무 협조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점 등을 취합해
 대표와 회의를 하게 됨. 내 곁엔 타 부서 부장님 두 분과 우리 부서 대리가 함께였음.
 모든 이야기를 들은 대표는 그러나, '그가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지. 이 참에 우리도 스타일을 좀 바꿔보는게 어때'라고 말해
 6개월 간 시달린 직원들을 단체 멘붕에 빠뜨림.


 6. 나는 그후 심한 고민에 빠짐. 과장으로서 자격이 없는건가 하는 심각한 생각이 들기 시작함.
 부하직원의 오만한 콧대 하나 못 꺾고 이러고 있는 게 내가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 듬.
 다행히 주변에선 '사람 말귀를 못 알아 먹으니 별 수가 있나'라며 나를 위로해줬지만
 점차로 나는 자꾸만 부하직원들에게 죄책감이 들고.. 업무는 업무대로 꼬이고 너무 힘들었음.


 7. 그러다 일이 기어이 터짐.
 회사가 그해 이사를 했음. 출근해서 각자 책상정리 짐정리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심각한 얼굴로 총괄부장님이 나를 호출함.
 그러더니 사내 게시판에 들어가봤냐길래 아직 컴터 연결을 못 해서 못 들어가봤다고 했더니 핸드폰으로 그걸 보여줌.

 ㅅㅂ...
 이 자식이 그 전날인 일요일 밤에 사내 게시판에 장문의 글을 올린 것임.

 내용인즉슨,
 타 부서의 차장님과 부장님을 저격하는 내용이었고
 도대체 그 분야의 전문성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그 정도 경력에 저렇게밖에 일을 못한다는 게 너무 이상하다,
 그러면서 심지어 그 차장님의 석사 논문까지 검색해 읽어봤으며, 그 논문의 일부까지 글에 인용해가며 그를 맹렬히 비난한 것임.
 글도 엄청 길었는데 하여간 그런 내용이었음.

 그런 글을 올려놓고 다음 날 태연히 회사에 출근해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짐 정리를 하고 있었던 것임.....

 순간 소름이 쫙.......


 8. 그 글은 삽시간에 전체 직원들이 모두 보게 되었고 모두 멘붕에 빠짐.
 짐정리고 뭐고 회사 분위기는 초토화됨.
 글의 주인공이 된 차장님과 부장님은 충격을 받아 손을 부들부들 떨었고 특히 논문의 주인공인 차장님은 얼굴이 벌개져서는
 따로 그 남직원을 불러내 강하게 항의했음.
 업무적인 불만이 있으면 직접 얼굴을 보고 얘기해야지, 비겁하게 주말 밤에 사내게시판에 모두가 보는 곳에 글을 쓰고
 게다가 업무와는 관련도 없는 자신의 논문은 왜 들먹거리느냐고, 강하게 항의했음.
 그런데 더 웃긴 건 막상 불러내서 항의하는데 그는 아무 대답을 하지 않음.
 뒷짐 지고 눈을 아래로 내리깔고 한 마디도 안 하는 것임.
 차장님은 답답해서 왜 그러는거냐 불만을 말해라 라고 해도 입을 닫고 한 마디도 하지 않음.

 다른 주인공인 부장님은 그 글을 프린트해 대표님과 독대를 했음.
 대표님도 이번 일은 과했다는 것을 인정함. 너무 증거가 확실해서 달리 감쌀 명분이 없었을 것임.


 9. 회사에선 녹취와 함께 징벌위원회가 열렸고, 그러자 그 자리에서 그는 처음으로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함.
 그런데 어디까지나 글을 올린 행동에 대해서지 내용에 대해선 지금도 자기는 잘못하지 않았다고 말함.
 그러면서 끝까지 자신의 방법이 맞다는 사실을 그 자리에서조차 계속 어필했음.
 그러다 징벌위원장이 '지금 여기가 뭐하는 자리인지 잊었나보네요'라고 해서 겨우 입을 닫음.

 
 10. 결국 그는 1개월 감봉 처리와 사과문을 사내 게시판에 게시하는 것으로 처분 받음.
 이젠 그도 좀 잠잠하지 않겠느냐 하는 기대를 다들 조금씩 가지게 됨.
 그러나 그는 '전혀' 변하지 않았음. 아니, 오히려 더 심해짐.


 11. 그 뒤부터 그는 회사 일에 점점 소홀해짐. 업무도 대충 처리했고 맡은 문서를 삭제해버리는 등 실수가 잦아짐.
 그리고 자꾸 휴가를 썼고 업무 공백을 둠. 우리는 모두 그가 이직을 준비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됨.
 아니나다를까, 그는 이직을 위해 여기저기 쌓아둔 인맥들을 만나러 다니는 중이었음.
 그 와중에 이직 사유를
 '회사 사람들이 너무 고지식해 텃세가 심하고 남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으며 심지어 날 징벌위원회에까지 올림.'
 이라고 말하고 다녀서, 그중 한명이 우리에게 슬쩍 묻기까지 함.
 근데 다행히 그 즈음엔 그가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많이들 파악한 상태였기 때문인지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없는 듯했음.


 12.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점심시간이 한참 지나도록 자리에 복귀하지 않았음.
 전화나 문자를 할 수도 없던 우리는 대체 무슨 일이냐며 수군덕거림.
 아, 여기서 왜 못하나면, 그는 핸드폰이 없었음.
 그래서 연락을 하려면 집으로 하거나 여자친구의 핸드폰, 아니면 메일로 해야 했음.
 여친이 옆에 있음 바로 연결이 되지만 그게 아니라면 그가 연결될 때까지 한참 기다려야 했음.
 왜 폰을 만들지 않냐고 하니 감시의 대상이 될 수 있고 내 일상을 속박하기 때문 이라고 했음.
 
 덕분에 그가 재직할 때, 그리고 그가 퇴사한 후, 대체 관리하던 파일들을 어쨌는지 문의할 때마다
 나는 그의 집으로 전화해 그의 부모님을 통해 전화를 바꿔달라 부탁해야 했음.
 마치 제자에게 전화하는 선생님의 심정이 이런 걸까, 싶은 기분.
 그리고 그 와중에 전화를 받는 부모님의 태도 역시 너무 기분이 나빴음.
 나는 늘 '안녕하세요, ㅇㅇㅇ씨 회사에 과장으로 재직 중인 ㅇㅇㅇ입니다. 다름 아니라, 아드님과 업무 관계로 통화하고자 하는데 가능한지요?'라고 하면
 부모님은 인사는 커녕 대답도 하는둥마는둥 하고는 수화기 너머로 '야!!! 나와서 전화 받아!!!' 이러고는
 수화기를 던지는 건지 콰당,하는 소리가 나고 그러고 1분 가량이 지나 밍기적거리며 걸어오는 발자국 소리와 함께 그가 전화를 받곤 했음.
 핸드폰이 없는 건 개인 자유이니 그렇다 치지만, 매번 집으로 전화를 걸어야 하고, 그의 부모님과 맞딱뜨려야 하는 건 상당히 곤혹스러웠음.
 메일은 답신이 너무 오래 걸려 지장이 있고, 여자친구 역시 직장이 있어 매번 연결되는 것은 아니니, 방법이 없었음.

 아무튼 그가 핸드폰이 없었기에, 대체 어디 간거냐 찾았고
 그는 오후 3시가 되도록 돌아오지 않았음.
 그러다 3시 반 쯤, 그가 자리에 돌아왔고, 나는 메신저로 그에게 대체 어딜 다녀온거냐고 물었는데 그의 대답은
 
 '대표님과 있었습니다.'
 '그럼 왜 미리 말하지 않았죠?'
 '당신에게 굳이 보고해야 할 의무는 없습니다.'

 ...?????

 그니까, 회사 꼭대기층에 있는 대표님과 면담을 하는데
 직속상사인 내게 한 마디 말도 없었고
 하다못해 전화로 알리지도 않고, 그랬다는 사실에 나는 너무 분개했으나
 그는 오히려 태연했음.
 그리고 심지어... 당신???

 분노를 억누르고 나는 대답했음.

 '저는 ㅇㅇ씨 직속상사인데, 아무리 대표님이라 해도 말없이 자리를 2시간 이상 비운다는 게 납득되질 않는군요. 다음부턴 미리 말하고 가도록 하세요'
 'ㅇㅇ'


 'ㅇㅇ'
 이것이 그의 대답이었음.


 ㅅㅂ..... 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멘붕이 온 나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믿을만한 동료 한 명에게만 그것을 보여주었음.
 그녀 역시 멘붕이 왔던지 헐, 헐, 이라고만 답변함.
 그러면서 아무래도 대표에게 사표 쓰고 온 것 같다고 말했음.
 순간 그런가??? 하는 생각이 스쳤지만 단언할 순 없었음.

 그 메신저 내용은 그가 퇴사한 이후 사람들에게 보여줬고, 모두가 어이없어하고 지나갔음.


 13. 그러고 그 다음날, 그가 대표에게 사직을 표명했다는 것이 사실로 밝혀짐.
 그리고 대표가 무려 2시간 반 동안 그의 사직을 만류했다는 것도.
 그런 대표에게 그는 '자신이 사직하는 이유는 자신에게 협조하지 않는 동료 직원들 때문이며 그들은 남의 이야기를 전혀 들으려 하지 않음'
 '나는 도저히 답답해서 이런 집단에선 일할 수 없어 다른 곳을 알아보았으니 여길 그만두겠음' 이라고 했다고 함.

 대표는 그런 그의 말만 듣고 우리가 그를 왕따라도 해 몰아냈다는 듯 나중에 회식 자리에서 살살 비꼬았음.
 그래서 나도 웃으며 받아쳤음. '남의 얘길 안 듣는 건 대표님도 마찬가진데 누굴 비꼬세요'

 (그땐 ㅅㅂ 그래 내가 여기 아니면 갈 데 없겠냐 싶은 심정으로 확 던진 거였지만
 어찌어찌 잘 버티고 있음... -_-;;;)

 
 14. 그는 한 달 뒤 사직했음. 보통 누가 그만두면 송별회를 하고 모두가 작별을 하는데 그가 그만둘 때는 아무도 송별회 얘길 꺼내지 않음.
 그래도 이렇게까지 하는 건 너무하다며 전직원들과 마지막 점심식사를 함께 했지만 그와는 다들 한 마디도 하지 않음.
 나 역시 그에 대한 분노가 꺼지지 않았으므로 그와는 눈도 마주치지 않았음... 그땐 그냥 후련했음 솔직히.
 지난 1년 동안 그 때문에 겪은 마음의 고통이 너무 심해서였는지, 차라리 다른 회사로 간다니 반갑기까지 했음.

 그렇게 끝났으면 좋았을텐데..... 일은 근무 마지막날 터졌음.

 퇴사하던 날, 그는 파일을 모두 백업한 후 하드를 정리했다 했고, 나는 그의 자리로 가 마지막으로 백업 파일들을 확인했음.
 그가 퇴근하고 나는 자리에 남아 그가 남기고 간 파일들을 열어보았는데...

 ..파일이 빈 파일임.
 파일명만 살아있고... 내용이 모두 삭제된 것임.

 백업한 모든 파일을 열어봄. 사소한 것들은 그대로 두었고 큰 파일들만 몽땅 날림... 파일명은 그대로인데 열면 내용이 없는 상태였음.
 멘붕이 옴... 바로 그와 연결될 수 있는 모든 연락처로 전화를 검.
 여친은 그와 오늘 만나지 않는다고 함. 집에선 아직 오지 않았다고 함.
 갑자기 속이 타기 시작함. 기어이 끝까지 날 엿먹이는구나 싶어 분함에 눈물이 날 지경이었음.
 회사에 가능한 모든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다들 그의 행동에 어이없어하며 분노했음.

 다음날에도 그의 집에 전화했으나 이번엔 전화를 받지 않았고
 그의 여자친구도 전화를 받지 않음.
 메일을 보냈으나 읽지 않음.

 그렇게 일주일 후.. 그의 여친은 번호를 바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집에선 계속 자신의 아들과 연결해주지 않음. 집에 없다면서.. 여행 갔다면서... 등등등.


 15. 그러나 세상은 좁고 업계는 더더욱 좁아서, 그가 이직한 회사가 다행히(?) 내가 아는 분이 팀장으로 있는 회사였음.
 그 팀장님은 그러나, 자신의 팀원은 아니며 그는 자기 회사 대표와의 인연으로 입사했고
 어이없게도 그 회사에서도 우리에게 했던 짓들을 똑같이 하고 있다고 했음.
 그리고 그 회사 대표님도 열이 받아 그와 싸웠지만 그는 끝까지 자기 뜻을 굽히지 않는다고 함.
 그래서 결국 자신이 하고 싶어하던 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의 부서로 강제 옮겨졌다는 말을 들음.


 하여간 사회생활 10년 하면서
 이런 직원은 본 적도 없어 그 후로도 한동안 트라우마에 시달려야 했음...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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