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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한테 봉변당했어요....
게시물ID : menbung_3781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민트민트민트
추천 : 15
조회수 : 1665회
댓글수 : 239개
등록시간 : 2016/09/20 23:25:23
안녕하세요 저는 현직 어린이집 교사입니다. 오늘 너무너무너무 멘붕이 오는 일이 있어서 일지도 안쓰고 ㅋㅋ 멘붕게에 왔어요 ㅠㅠ
 
오늘 바깥놀이시간에 아이들이랑 공원에 왔다가  트랙이 있는 공터로 갔어요. 아이들이 그 공터에서 달리기시합도 하고 재미있게 잘 놀거든요.
 
그래서 같이 달리기 시합도 하고 응원도 하고 열심히 놀다가 슬슬 모여서 이동해야 될 것 같아서
 
"얘들아 우리 이제 가야되니까 한 바퀴만 돌고 모이자!" 하고 외쳤죠. 그 때 공터 산책로로 외국인 한 명이 들어오더라구요.
 
그 땐 뭐 별 생각도 안하고 주변에 벤치도 있고해서 쉬러 왔나보다 했죠.
 
그리고나서 아이들이 몇몇은 제 주변으로 모였는데 남자 친구들 몇몇이 저기 트랙 멀리서 장난을 치는지 올 생각을 안하는거에요.
 
그래서 저는 애들을 모을 작정으로 "얘들아 선생님간다~ 우리 얼른 가자!"하고 주변에 있는 열 명정도의 친구들이랑 달리는 시늉을 하며
 
산책로로 빠져나왔고 나머지 친구들은 다른 선생님에게 맡겼어요. 그렇게 공터를 빠져나와서 작은 언덕을 지나고 나자
 
아이들이 너무 힘들지 않게 잠깐 벤치에 앉아서 주먹으로 다리도 콩콩 두드리고 쉬는 시간을 가졌어요.
 
그렇게 2분? 정도 있었나, 너무 점심시간에 늦어질 것 같아 다시 아이들을 모아 가운데 운동장같은 광장을 가로질러 입구를 향했습니다.
 
그 때 키가 크고 수염이 잘 정돈되있는? 깔끔한 백인이 한 명 다가오더라구요 "익스큐즈미?"하면서요.
 
그리고는 자기 이름은 00이고 자기는 ㄱ대학교 교수라고 영어로 소개를 했어요. 그러면서 "왓츠유얼네임?" 하더라구요.
 
읭 당황해서 와이? 하고 묻자 다시 한 번 더 자신의 이름과 소속을 이야기하고는 이름을 물었습니다.
 
처음에는 '설문조사인가 나는 바쁜데, 애들이랑 얼른 가야되는데; ' 하며 그냥 갈까 했죠.
 
그런데 그 사람이 다시 제 이름을 묻는 겁니다. 그 때부터 겁이 좀 나더라구요. 그렇지만 요새 외국인들 범죄도 많고ㅠ 며칠 전에 중국인이 칼부림을
 
했다는 뉴스를 접해서 괜히 무서워지고 제 이름을 말했다가는 해코지를 당할 것 같고 해서 '내 이름을 말하고 싶지 않다 왜그러느냐 '하고 짧은
 
영어로 이야기했어요. 그러자 이름을 얘기하라고 말하지 않는다면 어린이집까지 따라오겠다네요?
 
너무 당황스러워서 당신을 믿을 수가 없다고 "아이캔트 트러스트 유" 라고 이야기하고 다시 지나가려고 하는데 교직원증까지 보이면서
 
이름을 말하라고 말하지 않으면 큰 프라블럼이 생긴다고, 또 언세이프티, 비해이비얼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당신의 행동이 아이들을 위험하게 할 수 도 있다고 한거네요? 완전 미쳤네)
 
당황해서 리스닝도 안되고 다른 선생님도 영어 잘 못한다고 하고 ㅠ  일단 원장님한테 전화를 걸었더니 원장님도 별일이 다 있다며
 
대꾸하지 말고 얼른 어린이집으로 돌아오라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부지런히 아이들을 데리고 어린이집으로 가는데 그 사람이 계속 따라오는 거에요.
 
라스트 찬스니, 911이니 막 얘기하면서 여러번 이름을 물었지만 저는 아이들을 챙기면서 그냥 대꾸하지 않았어요. 나 혼자였음 도망이라도 가고 싶은 심정 ㅠㅠ
 
그러다 어린이집이 있는 건물에 도착했더니 주임 선생님도 무슨 일이냐고 하시고 일단 아이들을 안전하게 기관으로 인도하는 동안 제가 밖에 남아
 
이야기를 좀 하려고 했더니 그 사람이 보스를 만나야겠다며 어린이집 문을 박차고 들어가려고 하더라구요? 진짜 머리 하얘짐..
 
원장님도 심각성을 아시고 일단 나오셨는데 그 사람이 왜인지 말하지는 않고 계속 이름만 물어보는 거에요!!
 
원장님이 영어로 물어봐도 절대 말 안하고 ㅠㅠ 그래서 원장님이 ㄱ 대학교에 전화하는 동안 저는 아이들 밥먹는거 챙기는 데 진짜 눈물이 핑 돌대요.
 
현관이랑 가장 가까운 쪽에 앉아 아이들 챙기면서 귀는 쫑긋하고 있었는데
 
한 10분 넘게 아는 교수님이랑 여기 저기 통화하시다가 ㄱ대학교 매니저?라는 사람이랑 통화가 됐나봐요. 그리고 그 사람을 바꿔줬는데 그제서야
 
이유를 얘기하는데, 제가 그 사람이 들어오는 걸 보고 애들을 챙겨 나오는 것 같아서 기분이 나빴대요. 그래서 자기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 이름이랑
 
소속을 얘기한 건데 제가 너무 경계하니까 더 기분이 나빴다고 하네요? 그러면서 뭐라뭐라 와...
 
그 얘기를 듣고나서 원장님이 절 데리고 그냥 일단 아이들의 안전이 우선이니 사과하고 내가 영어를 잘 못한다, 아깐 너무 긴장했다하고 이야기하라셔서
 
저도 너무 상황을 끝내고 싶기도 해서 다시 현관으로 나갔어요. 그리고 얘기를 하려는데 
 
"노 스피킹, 롸이트 레럴" 편지를 쓰라네요... 와 진짜 화도 나고 어이도 없고 제가 왜 그 사람한테 사과를 해야하는지도 모르고 지가 오해한거면서
 
한국와서 한국말도 제대로 못하면서 교수랍시고 저보고 반성문써오라는 건가 싶어서 눈물이 나더라구요.
 
제가 우니까 원장님이 일단 교사실로 데려가서 그 사람이 자신이 범죄자 취급을 받은 것 같아 인권침해를 느꼈다고 했다며 그냥 유감이라고 편지쓰고
 
보내자구 해서 그리고 누군가 영어로 보내준 문장을 베껴써서 편지를 썼어요 (당신을 피한게 아니라 시간이 되서 이동한거고 그 상황을 이해할 수 없어서 오해가 생긴거다, 나는 아이들을 챙길 의무가 있고 영어를 잘 하지 못한다. 일단 오늘 일어난 일에 대해 사과한다 이런 내용..)
 
해탈하고 그냥 이걸 베껴써써 명함이랑 같이 줬어요. 그러니까 아이디카드를 가져오라네요. 알아서 해라 하는 심정으로 운전면허증 가져와 내밀자
 
명함이랑 대조해보고는 편지에 제 친필, 사인까지 받아가고 끝난줄 알았더니 저보고 편지를 낭독하래요.
 
와 진짜 굴욕적.. 그렇지만 제 손길이 필요한 아이들이 있고 다른 선생님이 열심히 케어하지만 제가 할 역할이 있기에 얼른 끝내고자 읽었어요.
 
그러자 마음이 좀 풀렸는지 연설을 하기 시작하더라구요.
 
"(영어)자기는 두 번이나 그런 감정을 느꼈다. 두 번이나.(아마 제가 공터랑 벤치에서 두 번 이동하는 동안 자신을 두 번 피한다고 생각한듯)
 
 난 이름이랑 소속을 밝혔고 당신이 아임000이라고 말했으면 끝났을 거다. 그렇지만 넌 그렇지않아서 신뢰를 끊었다. 이건 말이 되지 않는다. 왜 그랬나"
 
해서 "난 긴장했고 영어를 잘 못해서 무서웠다"했더니 그건 적당한 이유가 되지 못한대요.
 
제 심리까지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짧은 영어가 원망스럽고 저 자식이 난감하고 그 사이에 또 연설을 이어하더라구요
 
"넌 낫 스마트 하다 원장한테 고마워해라x3 그녀가 널 많이 도와줬다. 그리고 이전에 있었던 일이 앞으로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난 그 공원에
 
종종 간다. 다음에 나를 보면 피하지말고 인사해라" 하는데 진짜 얼빠지더라구요. 기운이 없어서 반박도 못하고
 
한참을 좀 더 연설한 뒤에 나가는데 와... 더 웃긴건 조금 있다 다시 와서 음료수 선물 세트 주고 가요 뭐지 이자식은
 
조금 전에 집에 오면서 내가 만약 혼자였다면,
 
당신이 만약 먼저 왜 기분이 나빴는지 이야기했다면 충분히 사과하거나 이름을 이야기했을 거다. 그리고 이렇게 아이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는 건 옳지
 
못한 행동이고 여기는 내 직장이라 상황을 종료하고 싶어서 사과하는 거고 당신이 옳아서 그런 건 아니다. 당신이 오해를 한 것이고 오히려 사과를 받
 
아야 하는 건 나다 
 
하고 이야기해주고 싶다고 버스에서 내내 곱씹었어요.. 그리고는 이 험한 세상에 나도 못 지키면서 아이들을 지켜야 하는 제 능력부족이 너무 슬프더라구요.
 
이야기가 너무 길죠 ㅠㅠ 친구한테 카톡으로 짧게 이야기했더니 도대체 뭔 얘기냐고 자전거 엄마 만큼 말이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구요..
 
저도 정말 믿기지가 않는 하루였어요.. 그 후부터 외국인만 보면 흠칫흠칫 놀라요 정말 너무 싫어요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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