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그저께 즈음에 글을 쓰려다가 오지랖 부리지 말아야지 하고 삭제 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조금씩 커지는 것 같아서 몇 가지 서로가 오해하고 있는 부분들을 얘기해 보려 합니다.
지적질로 보일 수도 있지만, 그런 의도는 전혀 없으니 찬찬히 글을 읽어 주세요.
우선 가상의 상황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최초 글 올린 분과는 전혀 상관 없는 하나의 예시입니다.
편의점에서 오후 6시에서 12시까지 아르바이트를 하는 20대의 A양과 B군이 있다고 하죠.
서로 다른 편의점에서 일하는 이들은 퇴근한 직장인들을 가장 많이 상대합니다.
가끔 진상을 부리는 사람들도 있지만 A양과 B군은 항상 친절하게 대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나이가 40에서 50은 되어 보이는 외모의 이성 손님이 A양과 B군에게 자신과 사귀자고 합니다.
처음에는 상대방 감정이 상하지 않게 거절하지만, 상대는 오히려 목소리를 높입니다.
나에게 관심 있어서 잘 해준 거 아니었냐, 내가 너 때문에 맨날 여기 들른 거 알지 않느냐.
손놈 들은 되지도 않는 말로 A양과 B군을 괴롭히다가 한참 후에야 제풀에 지쳐 떠났습니다.
A양과 B군은 너무 자신을 쉽고 만만하게 보고 그런 짓을 한 것 같아 너무 화가 났습니다.
다시 현실로 돌아와서, A양과 B군은 누구에게 어떤 이유로 화내야 할까요?
물론 자신에게 막말을 한 손놈입니다. 그런데 지금 다른 분들이 화내는 지점은 손놈 개인이 아닌 것 같습니다.
손놈이 가지고 있는 속성 중 하나인 연령과 나이차를 더 중요시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세상에는 많은 개저씨 개줌마가 있습니다만, 모든 아저씨 아줌마가 개 같은 건 아니지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처음 글 올린 분의 이야기에 반발한 것 같습니다.
손놈 개인이 아닌, 아저씨 세대에 대한 분노가 마음에 걸렸던 것이지요.
그렇다고 처음 글 올린 분의 반응이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닙니다.
저도 많은 알바를 해봤는데, 가장 짜증나게 하는 건 개줌마 개저씨 였으니까요.
진상 손놈의 90%는 중년의 남녀 였습니다.
거기다 작성자분을 포함한 여러 피해자 분들은 감정이 격해진 상태였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저건 개인이 나쁜 거지, 모두가 나쁜 건 아니야.'같은 생각을 할 수 없습니다.
저도 당장 화 날 때는 '저 개저씨들 죄다 확 그냥!' 이런 말을 합니다.
하지만 진심으로 모든 중년 남녀를 미워하는 건 아닙니다.
말과 논리의 오류를 지적하기 전에 피해 당사자인 글쓴이의 마음을 먼저 헤아렸으면 좋았을 듯 합니다.
그리고 같은 상황에 처했던 많은 피해자 분들이 그렇게 화가 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단순히 거절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아서, 너무 쉽게 생각해서 가 아닙니다.
아무리 나이 차가 나더라도 영화처럼 서서히 감정을 쌓아가면서 매너 있게 다가간다면,
받아들이진 못하더라도 기분 나쁘진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몇 번 보지도 않고, 술김에 고백하는 것을 과연 제대로 된 사랑 고백이라고 봐야 할지 모르겠네요.
제대로 된 대화도 아니고 서비스멘트 몇 마디에 반했다는 것도 웃기지요.
정리하자면 피해 당사자 분들은 결코 매너있는 중년에게 고백 받은 게 아닙니다.
대화도 제대로 해보지 않은 진상들이 추근 댄 거지요.
이들이 느꼈을 불쾌함과 분노의 크기를 이해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그 후에 말과 논리의 오류를 바로잡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