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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중 쿼드검사에서 다운증후군 고위험군 나왔었어요.
게시물ID : menbung_3923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은근슬적
추천 : 13
조회수 : 6597회
댓글수 : 64개
등록시간 : 2016/10/15 16:4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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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오베 글 보고 예전 생각나서 적어요.

첫째 임신때 입덧도 어느정도 가라앉고 몸 상태도 안정화되어서 신랑과 교외로 여행을 갔었어요.

그런데 전화가 와서 받아보니 산부인과 담당 의사선생님.
기형아 검사 결과때문에 전화하셨다는데 느낌이 쌔-합니다.

왜 선생님이 전화까지 주시지?

검사결과 다운증후군 고위험군으로 나왔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머리속이 하얘져서 사실 선생님 말씀이 중간중간 기억에 없지만,
  
더 정확한 검사가 해보고싶다면 양수검사를 해보라는 말과 
종교적인 신념이나 개인적인 신념이 있으신 분들은 양수검사 따로 안하고 출산까지 가시기도 한다는

그 두말에 기억에 남아요.

그렇구나.

맞네.

정말 아기를 사랑하는 진정한 부모라면 양수검사 하고싶다는 생각 말고 그냥 낳아서 길러야 하는게 아닐까.

태교중에 '나는 니가 어떤 삶을 살더라도 늘 너를 사랑할께~'읇던 내가 가식적인 인간이었던가.

정말 많은 생각을 했어요.

이게 "100% 다운증후군이다"라는 통보가 아니라
"다운증후군일 확률이 높다"(그 높다라는게 1%의확률) 이라는 소식만으로 일어난 고민이었습니다.

그리고 신랑과 다운증후군에 대해 검색을 해봤어요.

검색창에 단어 입력하면서 손이 부들부들 떨리던게 기억납니다.
 
 근데 정말 자신이 없더라구요...
한사람은 생업을 포기하고 전적으로 아이를 케어해야 하니 아무래도 벌이도 줄겠고,
나경원 의원정도의 능력이 되어야 우리나라에서 양질의 교육을 받으며 잘 자랄수 있을것 같은데 우리는 그런 능력도 없고,
그리고 평균 수명이 스무살정도라는데에서 눈물이 터졌습니다.

나보다 먼저 죽을수도 있는 자식이다 라는걸 염두해두고 평생 키우며 산다는게.... 그게 정말 충격적이고 자신이 없었어요.

그래서 양수검사를 했고, 결과는 정상이었고, 지금 아이는 건강히 잘 큽니다.

하지만 그때 내가 한 선택이 '양수검사'였다는 것만으로도 늘 약간의 죄책감을 느껴요.

어떤 아이이던 100% 품어줄 엄마는 아니었다는.. 그런 생각때문에요.

  
실제로 검사결과가 안좋게 나오고 고민끝에 중절수술을 선택하셨을 분들은.... 얼마나 그 한스러움을 오래 품고 살아가실지.. 저와는 비할바가 아니겠죠.

그런데 그런 죄책감을 뛰어넘을 만큼 정말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생명존중'-'낙태금지' 라고 심플하게 연결시키며 법 만들어내는 사람들보다
훨씬훨씬 깊은 고민끝에 내리는 결정일껍니다.

임신중 검사는 가지가지로 늘어나고, 트리플검사는 국가지원도 해주면서,
그 검사 결과로 중절수술을 결정하는것이 불법이 되는 아이러니.

그럼 각종 임신검사의 목적은 무엇인가요.

마음의 준비? 
그것만으로 극복되는 문제이던가요.

 임신검사 후 중절수술은 불법이지만 검사 후 비정상 판정시 그 결과를 통해 국가에서 출산시부터 완벽한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시킬 예산을 미리 확보하고 지원하는데에 쓰이는 것도 아니잖아요.

합법이라 쉽게 결정하고
불법이면 신중해지는

절대 그런문제가 아닌것을 겪어보니 알겠는데요...

눈물을 머금고 중절을 결정하고 불법시술받으실 분들이
혹여 그게 불법이라는 이유로 기본적인 의료기준도 못갖춘 곳에서 수술받게 되실까봐도 걱정입니다...

허울좋은 생명존중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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