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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문득 생각나서 적는, 동성간 강간 이야기
게시물ID : menbung_3962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토마토씨
추천 : 14
조회수 : 1155회
댓글수 : 20개
등록시간 : 2016/10/24 03:22:39
적고보니 생각보다 잔혹하네요. 뭐 그냥 제 경험 가볍게 적은 거니까 너무 불편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지금보다 작고 어리고 약하고 멍청했던, 중학교 때의 이야기입니다. 그 즈음에, 제가 남자와 여자 모두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 겪는 감정에 혼란스럽고 당황스럽던 열다섯의 사춘기에, 우연히 인터넷으로 만나게 된 같은 동네에 산다는 이반(동성애자)형의 존재는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제 혼란, 가치관, 친구들 얘기까지 부담없이 터놓을 수 있는 편한 사람이였습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 인터넷으로 대화만 하다가 처음 실제로 만난 형은 착하고 멀끔한 인상이였습니다.
 형과 함께하는 시간은 즐거웠습니다. 형을 사랑했다던가 연애를 하고 싶었던 건 아니지만, 아는 게 없었던 여기저기 많이 데리고 다녀주고 맛있는 것도 사주는 게 항상 고맙고 좋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린 날의 저는 너무 약하고 멍청한 사람이라, 사소한 다툼으로 그 형과 연락을 끊어버렸습니다. 이것이 문제의 시작이였다고, 어느정도는 저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도요.

 연락을 끊고 형을 잊고 몇 달을 지내던 중에, 형에게 다시 연락이 왔습니다. 만나서 잠깐 얘기라도 하고싶다는 말이었습니다. 멍청한 저는 그 때까지도 형을 착한 사람이라고 믿고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친하게 지냈던 시절 자주 갔던 형의 자취방에 도착해 침대에 앉아 얘기를 나누자니, 형은 그렇게 연락을 끊은 저에 대해 꽤 화가 난 것 같았습니다. 저는 당당하게 대들었고, 말싸움은 점점 격해졌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형이 저를 눕혔습니다. 실은 그 앞은 자세히 기억이 안 납니다. 무슨 얘기였는지, 저는 왜 화가 났었는지, 형이 어쩌다 저를 눕힌건지. 힘들었던 제 인생에서도 나름 세 손가락 안에는 드는 끔찍한 경험이였는데도 말입니다. 아마 제가 기억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어찌됐든 저는 키도 작고, 몸도 약한 열다섯 꼬맹이이였고, 성인에 저보다 덩치도 훨씬 큰 형을 이길 힘 같은 건 없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반항조차 할 수 없었던 것은 그런 힘의 차이 때문이 아니였습니다. 형의 눈빛이 욕망에 가득 차 있었고, 그것을 보고 지금 이 순간 앞으로 저에게 일어날 일이 무엇인지 깨닫자 몸에 힘조차 들어가지 않았지 때문입니다. 형이 제 몸을 돌렸고, 저는 일어날 힘조차 없어 바닥을 기어 도망치려했었습니다. 형이 제 뒷목을 잡고 움직이지 말라고 말했습니다. 움직이면 죽여버린다고도 했습니다. 저는 그 때, 살고 싶었습니다. 나름 영리했던(실은 그렇다고 스스로 믿고 있었던) 저는 형이 이 일이 끝나고 나를 살려둘리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형의 이름도, 직장도, 사는 집도 알았습니다. 형은 아마 지금 충동적으로 나를 강간하는 거고, 그러니 이 이후에는 정신을 차리고 입을 막기 위해 나를 죽일거라 생각했습니다. 형의 직장이 꽤 번듯했던 것도 제 추측의 이유 중 하나 였을겁니다. 어쨌든 저는 살고 싶었고, 형 말대로 움직이지 않기로 했습니다. 일단은요.
 하지만 형이 제 살을 비집고 들어오자,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을 만큼 아팠습니다. 또래에 비해 체구도 작고 경험도 없었던 저에게, 무자비하게 밀고 들어오는 형은 마치 제 몸을 반토막 내버리려는 것 같았습니다. 절로 눈물이 나서, 형에게 애원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만두라는 말도 아니였습니다. 오늘은 내가 준비가 안 됐다고, 다음에 잘 준비해서, 내일 아침에라도 올 테니까, 그 때 이거 하고, 오늘은 그냥 내가 입으로 해주면 안 되냐고. 제가 열심히 해줄테니까 오늘은 참아달라고 애원했습니다. 끔찍하게 멍청한 생각이였습니다. 전혀 안 통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형에게 사랑한다고 말했습니다. 옛날 형과 잘 지냈던 때에 형이 바다에 가자고 했던 것이 기억나느냐고, 나도 실은 형과 바다에 가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방법은 먹혀들었습니다. 어찌됐든 형은 진정했고, 멈췄으니까요. 뭐 제 사랑에 감명받았다기보다는 그냥 진지하고 감성적인 얘기에 성욕이 죽어버린 게 이유였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저는 형의 이름을 휴대폰에 ♥로 저장하고 형네 집에서 나왔습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몸을 깨끗하게 씻었습니다. 몸에서 나는 형의 침냄새가 끔찍했습니다. 여기저기 씻고 침대에 누우니 눈물이 나왔습니다. 슬퍼서가 아니라 살아돌아왔다는 게 기뻐서였습니다. 물론 형은 아예 차단해버렸고, 신고는 할 생각도 못 했습니다. 이게 제 강간 피해 경험의 끝입니다. 뭐 그 뒤로도 몇 번이나 방 창문으로 형이 들어온다던가하는 종류의 악몽을 꿨었지만.. 지금은 잘 지냅니다.

 토끼같이 귀엽고 예쁜 여자친구도 있고요, 학교에서도 사랑받고 자란 것 같다느니하는 말도 많이 듣습니다. 부모님 덕이 크죠 ㅎㅎ. 물론 부모님이 이 일을 아시는 건 아니지만, 항상 저에게 따뜻하게 대해주시고 사랑해주셨으니까요. 고등학교 때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난 것도 이유겠네요. 어찌됐든 지금은 거의 잊고 지내는 옛날의 끔찍한 이야기입니다.

 여담이지만, 그래서 저는 성폭행 예방법이나, 대처법 교육을 우선시하는 정책에 대해 찬성합니다. 몇몇 페미니스트 분들이 말하는 "남자에게 강간 하지 마세요라고 가르쳐야한다!"하는 교육은 사실상 효과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새끼들(성범죄자)은 사람이 아니라 우리말을 안 들어쳐먹을 거거든요. 게다가 당하면 이미 늦습니다. 능동적으로 우리(정상인)가 대처하는 법을 배우는 쪽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저처럼 가해자에게 입으로 대신해주겠다느니 사랑한다느니 하는 말을 하고 그 때 자기 모습이 평생 기억에 남아 아무리 사랑받고 사랑해도 자존감이 채워지지 않는다던가 하는 일은 없을테니까요. 그러고보니 아웃팅 때문에 신고도 못 했지만, 만약 했다면 적극적인 거부 의사를 안 비쳤으니까 감형받았을까요? 문득 궁금하네요..

 어쨌든 기분나쁘고 찝찝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기억을 더듬어서 쓰려니 꽤 머리 아프네요. 다들 하시는 일 잘 이루시고, 행복하게 지내세요. 저는 오버워치 경쟁전 점수가 폭락하는 거 빼면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으니 너무 걱정마시고요 ㅎㅎ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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