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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은 충북 최북단에 위치한 제천임..(지금이야 제천이지..내가 태어날땐 제원군이었음)
암튼 그 깡촌에서 태어나 국민학교때 도시로 이사를 오긴 했지만..아직도 30년째 촌티를 못벗은건 비밀..
이 최악의 멘붕사건은 30년전임..그러니까 국민학교 저학년때쯤.??
우리집은 큰 대문을 들어서면 오른쪽으로는 소외양간이 있고..좌측으로는 뒷간이 있고 뒷간옆에 돼지우리가 있고
몇발짝 더 가서 왼쪽엔 광이 있고 오른쪽에 봉당(사투리인지 모르지만.. 아실랑가.몰르겄지만..마루 올라가기 전에 큰 계단 같은)이
있고 그 봉당 위로 마루가 있고.. 마루를 가운데 두고 안방 건넛방 부엌이 있는 이런 구조 였음, 마루 가운데는 60촉짜리 백열전구가
하나 달려 있는 그런 구조 임..
사건의 발달은 형, 누나는 다 어디로 나가 놀고...할아버지는 어디가신지 모르겟고.. 부모님은 농사일 하러 갔을때임..
나도 동네 느티나무에서 동네 아이들과 신나게 놀고 어둑어둑해질때쯤 집으로 돌아 왔는데.. 아무도 없는거임..
점점 어두워지고.. 너무 뛰어 놀아서 배는 정말 고픈데.. 집에 아무도 없고.. 밥을 찾아 먹어야 하나..아니면 기다려야 하나..
고민을 하면서 그냥 마루에 누워 있었음..
한참을 누워 있는데..너무 배가 고파서 밥을 먹으려고 마루에 있던 상보를 열어보니..몇가지 반찬하고.. 옆에 보니..덮어놓은
큰 그릇에 찬밥이 남아 있었음..우선 배고프니 저거라도 먹자 하는 심정으로 불을 켰는데..
오잉..왠걸..불이 안들어오네... 점점 어두워져서 이제 거의 형체만 보일정돈데..불이 안들어오네...망할..
우선 뭐가 있는지는 다 알고 있으니..남은 찬밥에 김치를 얹어서 막 먹었음..
어릴땐 밥을 잘 먹는 어린이는 아니었지만..허기가져서 그런지 몰라도 그날따라 밥이 너무 맛있는거임..
밥이 살짝 달짝찌근 한게..너무 맛있어서.. 큰 그릇의 2/3를 다 먹으니 기분도 좋구..배도 부르고 해서 벌러덩 마루에 누워서
고양이랑 놀고 있었음..그렇게 잠시 잇으니..가족들이 돌아오기 시작하고..아부지가 두꺼비집 몇번 만지니 전기가 들어오기
시작햇음..그리고 엄마가 한마디 하시는데..여기 찬밥 니가 먹었냐 물으심..제가 먹엇다고 답하면서.. 그릇을 봤는데
사상 최악의 멘붕이 시작 되었음..
낮부터 두었던 찬밥이 살짝 쉬기 시작하면서..거기에 개미가 ;;;; 바글바글하게 꼬여 있던거임.. 큰 개미가 아니고 불개미처럼
작은 개미들이 시커멓게 덮여 있었음...난 그것도 모르고 어두운데다 배는 고프니..그냥 마구 퍼먹었던거임..밥과 개미를.
달짝찌근 햇던게 개미때문인가 라고 생각이 지금도 들기는 함..
암튼 그 밥그릇을 보고 너무 쇼크 받아서..울고 불고..토하고 난리 난리 쳣음.. 가족들은 .. 그걸 보며 배꼽을 잡고 웃고 있고
개미 먹어도 안죽는다고 말도 안되는 위로를 하고 계시고 난 마당을 뛰어 다니며 몸에 개미 붙었을까봐 털다가
헛구역질 하고 토해내고..암튼..한바탕 생쑈를 했음.. 그리고 엄마가 다시 밥을 하시고 밥 먹으라고 하시는데...
아까 밥도 먹은것도 있고..밥위에 개미를 본 이후라..아무리 따뜻한 밥이 나왔다고 한들..그게 목으로 넘어가겠음..
새로지은밥도 안먹고 곧 죽을놈처럼 방에서 이불 뒤집어 쓰고.. 누워 잇었음..플라시보 효과인지 몰라도..왠지 열이 나는거 같기도 하고
속이 울렁 거리는거 같기도 하고..지금 생각하면 참 웃긴 사건이었음..
가끔..개미 보면 그 밥 생각이 지금도 나기는 함.. 30년 지났는데.. 대충 따져보면 최소 300마리 이상은 내 뱃속으로 들어가지 않았나 싶은
국민학교 시절 최악의 멘붕이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