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누가 벨을 눌러서 확인해보니 장판보수하러오신 분이더라고요. 그래서 문 열어드리고 장판 어디가 문제인지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짚어드렸어요.
칼같은 것들을 찢어진 틈새에 꽃고 투명한 실리콘을 부어서 고정시키시네요. 그 작업 하시는동안 물 갖다드릴까요, 미리 안해놓으면 우리가 나갈때 사비로 보수해야하는거냐고 물어봤었죠. 할아버지는 다른집이 물을 너무 많이주셔서 안주셔도된다, 중간에 또 요청하시면 또 온다. 이 정도대답만 하셨고요. 이 질문과 이 대답 외에 뭔 얘기를 나눈게 없어요. 애기는 뚱한 표정으로 낯선 할아버지랑 엄마를 쳐다보고 있었고요.
"다 됬습니다." "아 네, 안녕히가세요!"
현관까지나가서 지켜보고 있는데 남의 집 슬리퍼 밟고 올라서서 선채로 신발도 들고 다리를 들어서 발을 끼워넣으면서 나를 은근한 눈빛으로 바라보시네요.
"남편이랑 같이 살아요?" "...? 네. 같이 사는데요." "남편 늦게 들어오니까 외롭죠?" "꺼지세요. 병신아."
진짜 " 꺼지세요 병신아" 라고 하고 나머지 신발 현관문까지 찼거든요. 와 나 진짜 기분 더러웠는데.
제가 오버해서 생각한 거 아니죠? 할아버지는 갑자기 혼나는 강아지같은 모습으로 현관문에 있는 신발에 발 쑤욱 잘 넣고 나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