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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혈모세포 기증자입니다.
게시물ID : menbung_4359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마마나나나
추천 : 12
조회수 : 819회
댓글수 : 32개
등록시간 : 2017/02/26 04:34:03
안녕하세요.
30대 중반을 향해 달리고 있는 IT 직종에 재직하는 흔한 독거 청년입니다.
얼마전 조혈모세포 기증을 마치고 왔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좋은 결과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퇴원하였습니다.
 
후기를 부탁한다는 코디네이터분에게 이야기를 들었습니다만 회사에 계속해서 출근하고 일을 하다보니 어렵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댓글을 보고 약간 충격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고 약간이라도 공감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여 후기도 쓰기전에 글을 올렸습니다.
 
 
 
1. 기증 의사 철회
 이야기를 듣기로는 종종 발생하는 일이라고 하더군요. 그 원인은 가족 / 그리고 일 이었습니다.
 가족 같은 경우에는 우리가 어릴 때 어른들로 하여금 배우기를 "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하고 ", " 올바른 일에는 앞장서야 하는 사람 " 이 되어야 한다고 다들 배우게 됩니다. 비슷한 건 많습니다. " 거짓말을 하지말고 " 같은 것들요. 하지만 가족의 입장이 되면 조금 다르게 생각될 수 있습니다.
 
1.1 가족의 반대
 저희 부모님은 처음에 제가 등록하셨을 때, 굉장히 화를 내셨습니다. 사실 저는 처음 등록할 때 당시에 모든 장기 기증과 조혈모 세포 기증을 비슷한 시기에 하고 늦게 부모님께 알려드렸으니 그 여파가 굉장히 컷을 것으로 상상됩니다. 그래도 충분히 설명드리고 설득을 드렸습니다. 그리고 거의 10년이 지난 시점에 기증 대상이 나타나게 되었고 그 결과를 알려드렸더니 굉장히 불안해 하셨습니다.
 
 0.001% 의 가능성, 그것에 대해서 생각해보셨을까요? 물론 그 전에 충분히 고민을 하고 상의를 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 기증 의사 철회를 한 사람에게 잘못이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살인자라고까지 불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위에서 이야기 했듯이 어릴 때 배우는 " 좋은 사람 ", " 올바른 사람 " 과 달리 가족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 당사자의 행복 " 입니다. 그러다 보니 0.001% 아니 0.000001 % 의 잘못될 가능성이 있더라도 배우자, 부모님, 형제자매들은 불안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 불안감이 다행이 기증자에게 전달이 안되면 다행이지만 불안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니까요.
 
 저도 어마무시한 걱정을 부모님으로부터 받았습니다. 아버지께서는 괜찮다. 부작용 거의 없단다. 라고 이야기는 하시지만 매일 소식을 듣기를 원하셨습니다. 불안하셨겠죠. 그래도 제 뜻을 이기지 못하셨을 것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어머니는 매일 아침에 문자로 어떠냐고 일어났냐고 전화를 주셨구요 ^^;; 
 
 제가 생각하기에, 그 " 잘못 " 은 당사자가 짊어지고 가야할 문제입니다. " 기증 대상자 " 가 건강을 되찾았는지, 되찾지 못한지도 모른체 평생을 죄책감 속에서 살아야 하는 것이지. 제 3자가 그냥 쉽게 " 살인자 " 라고 할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1.2 일에 따른 기증 의사 철회
 일에 따른 기증 의사 철회가 가장 웃기는 항목입니다. 이게... 하... 어쩌면 대한민국이라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아니 이건 좀 법적으로 좀 어떻게든 보장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번에 제 정식 휴가가 아닌 포상으로 나온 휴가를 이용하여 기증을 진행하였습니다만...
 
 일년에 10-20일 있는 휴가, 사실 다 쓰기도 어렵고 그 타이밍에 쓰기는 더욱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회사에서는 업무적 압박이 들어올것이고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내 인사평가 문제는 없을지, 앞으로 나의 진급에 영향이 있는건 아닌지 많은 고민을 해야 합니다. 쉬운 결정이 아닌거죠. 거기다가 급작스러운 일이 발생하여 갑자기 일정이 꼬이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구요.
 
 사람의 목숨보다 너의 안위가 중요하냐? 라고 하신다면 전 아니었습니다. 전 당연히 진급에 영향을 받더라도, 인사 평가 따위야 기대 안한지 오래고, 아무튼 저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고 믿기 때문에 진행하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반대 입장도 충분히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입니다만 이건 정부에서 어느 정도 보장을 해줘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1.3 기타 상황
 상해, 사고, 병으로 인한 기증 철회도 있다고 합니다. 이 부분은 정말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비난의 대상이 안될 것 같습니다.
 
 
2. 기증자를 찾을 수가 없다.
 이 사항 같은 경우에는 어쩔 수 없습니다. 위에서 말한 사람보다는 괜찮은 사항이죠. 그래도 완전히 면역세포를 죽이는 치료를 들어가지 않은 상태일테니까요. 어쩔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건 누구도 비난 할 수 없는 상황인거죠. 마음이 아프지만, 희망이 있다가 사라졌기에 더 슬픈 상황이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인겁니다. 그 기증 거부자들을 비난한다? 그렇다면 그 누구도 기증 등록을 할 수 없을 겁니다. 그럼 확률은 더 낮아지겠죠.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최종적인 판단은 그렇다치고 일단 확률이라도 높여야 한다고,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비난을 받을 대상이 되는데 그 누가 그렇게 쉽게 등록할 수 있을까요?
 이것 역시 기증 거부자 스스로가 짊어지고 가야할 짐이지 결코 3자가 이야기할 사항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3. 통증 문제
 이 역시도... 굉장히 애매한 문제입니다. 저는 촉진제를 3일간 집과 병원을 왔다갔다하면서 맞은 후에 헌혈과 유사한 방식으로 조혈모 세포를 기증했습니다. 일단 촉진제로 인한 통증과 헌혈시 느꼈던 통증 두 가지를 설명 드려야겠네요.
 
3.1 촉진제로 인한 통증
 일단 저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에이 사람마다 다르다는데 내가 그리 아프겠어?
 1일차, 주사를 맞은 후에 별 느낌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날의 주사 역시 간호사 분의 스킬 때문인지 그리 아프지 않았구요. 오른 어깨에 두대 맞았습니다. 이 후 괜찮다고 생각해서 운전을 해서 집에 돌아가는데 우 손가락과 우 손목에서 약간의 지끈지끈한 통증을 느꼈습니다. 그 후 잠시 괜찮다가 심한 두통과 약한 요통을 느꼈습니다. 사실 타이레놀을 먹으면 통증이야 가라앉으니 버틸 수 있었습니다.
 2일차, 음... 저 같은 경우에는 중첩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왼쪽 어깨에 맞았고 좌 손가락 좌 손목에서 약간 지끈 거리다가 온 몸이 약간 춥다고 느껴지는 오한이 왔고 오른쪽 무릎, 두통, 요통이 왔으며 타이레놀을 먹고 잠을 자는 방식으로 넘겼습니다.
 3일차, 는 좀 힘들었습니다. 일단 주사도 맞은 곳에 맞아서 그런지 더 아프고 열이 약간 나는 것 같았으며 기존의 통증도 지속적으로 나타났습니다. 저녁 쯤에는 잠이 잘 오지 않는 증상까지 약간 겹쳐서 조금 힘들었습니다.
 마지막 4일차에는 통증은 거의 없었으나 열이 좀 나는 느낌에 심장이 쿵쿵 거리고 뛰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체온을 측정해보니 정상이라곤 했지만 혈압이 많이 높게 나왔고 ( 이전 검사에서는 다 정상 범위였습니다. ) 결국 여러번 측정을 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잠을 자지 못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이 채취인데 3시간 정도 잤습니다.
 
 너무 케이스 바이 케이스인 통증의 범위였습니다. 사실 특정지여 아프다! 가 아니라 " 우리하게 "  전반적으로 피곤함을 동반하는 짜증나는 통증이 동시 다발적으로, 때로는 사라지기도 하는 짜증이 가득한 통증이었습니다. 물론 제가 아픈걸 못 참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건 아니겠지요 ^^;;;; 사람마다 다 다르니 그렇게 쉽게 결정을 내릴 사항도 아닌것 같습니다. 나름의 각오는 있어야 합니다.
 
3.2 헌혈시 통증
 음.... 이것도 좀 할 말이 있습니다. 통증이 없는 사람이 있고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 우측 팔에서 피를 뽑아서 좌측 팔로 다시 집어 넣는 방식이었습니다만... 중간에 우측 팔이 떨어져 나가는 고통을 느꼈습니다. 주사기 통증이 아니라 안쪽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통증이었습니다. 그리고 말이 5시간이 5시간 동안 누워 있으면서 시계만 보는데 정말 시간이 안갔습니다. 정확한 원인은 모르겠으나 혈관에 가해지는 압력으로 인한 통증이라고 이해했습니다.
 그나마 자세를 비틀었더니 통증이 경감되기는 했습니다만... 저는 자세를 유지해야하는 고통 ( 허리를 비틀고 한쪽 어깨를 든 상태로 발생하는 요통 ) 으로 인한 힘든으로 인한 땀과 중간 중간 나타나는 팔이 떨어져 나가는 고통에 식은땀을 흘려 침대 시트를 완전히 다 적셨고 마쳤을 때는 저는 온 몸이 결리는 상태였습니다.
 
 
사실 통증은.... 이게 참... 기증 받으시는 분에 비하면 너무나 적은 고통이지만 아무 각오 없이 들어갔다면 후회가 나옵니다. 저 같은 경우 후회를 하면서 헌혈을 했으니까요.
 
 
 
글을 쓰다보니.. 뭔가 말이 좀 꼬이기도 하고 앞뒤가 없는데 새벽이라 그러니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사실 내일도 출근이라 ㅠㅠㅠ
 
 
요약하면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1. 기증 등록은 많은 사람이 했으면 좋겠다. ( 비록 나중에 취소하더라도 )
    : 그래야 많은 사람들이 해택을 받을 수 있을테니까요.
    ( 등록하고 취소하는 사람처럼 별로 생각에 없다가 다시 꼭 하고 싶은 사람 역시 있다고 생각합니다. )
2. 신중하게 몇번을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 기증 하는 방향이든 취소하는 방향이든 )
3. 제 3자가 비난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결정에 대한 책임은 본인이 짊어져야지, 3자가 비난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마지막으로 드리고자 하는 이야기는...
" 저는 대단하거나 착하거나 좋은 사람이 아닙니다. "
기증 후 회사 / 친구 / 가족들로부터 좋은 사람이다. 대단하다. 착하다. 이야기를 듣는데...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그저 세상을 바꾸는 엄청난 일은 못하더라도 내 흔적, 내 이름에 좋은 행동하나는 남기고 싶다는 이기적인 마음에 기증을 신청하고 진행한 사람입니다.
( 아, 사회 봉사 시간이 필요하다거나 이력서에 좋은 기록이 되어서 한 건 아닙니다. 자기 만족이라고 생각합니다. )
사실 어떤 이유건 상관 없다고 생각합니다. 가능하신 분들은 조혈모 세포 기증 등록에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많은 분들의 참여가 있을 수록 해택을 받으시는 분들은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조혈모 세포 기증 등록을 부탁드리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ps, 베오베에 갔던 유언비어를 옹호하자는 글이 아닙니다. 그 유언비어는 정말 꼴보기 싫었습니다. 하지만 댓글도 그리 편하게 읽혀지진 않아서 이렇게 글을 남겨봅니다.
출처 비난보다 참여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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