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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서 멘붕과 김 빠진 사이다..ㅠㅠ
게시물ID : menbung_4386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정근
추천 : 12
조회수 : 691회
댓글수 : 34개
등록시간 : 2017/03/05 09:33:01


어제 일이 있어서 버스 타고 꽤 멀리 나갔다 왔어요

처음에는 자리가 많아서 중간쯤까지 앉아서 왔는데 시내를 경유하면서 버스가 만원이 됐어요

저는 평소에 버스에 타면 이어폰을 끼고 핸드폰을 해서 애가 탔는지 노인이 탔는지 모를 때가 많아요

안 좋은 습관이라 고쳐야겠다는 생각은 하는데 그런 잠깐의 틈 아니면 노래 들을 여유도 없어서 잘 안 고쳐지더라구요ㅠㅠ

아무튼 어제도 역시 그러고 있어서 버스 안의 상황을 몰랐아요

근데 뒤에서 어떤 아주머니 한 분이 제 어깨를 툭툭 치길래 돌아봤더니 아주 버스가 떠나가라 큰 소리로

젊은 아가씨가 옆에 할머니 앉으시게 비켜드려야지 그렇게 모른 척하고 있으면 되냐고 저를 질책하시더라구요

본인도 아니고 제 3자가 그러는 게 너무 황당했지만 내가 안 일어나면 계속 소리지르겠다 싶어서 일어나려는데

한 정거장이면 내리신다고 한사코 거절을 하셨어요

그래서 본인이 거절했는데 뭐 별 수 없으니 다시 앉았는데 아주머니가 계속해서 뒤에서 궁시렁대면서

요새 젊은 것들은 예의가 없다는 둥 스마트폰에 미쳐 산다는 둥 저 들으라고 욕을 대놓고 하시더라구요

버스 안에 사람들은 다 이쪽을 쳐다보고ㅠㅠ 민망해 죽는 줄 알았어요

가뜩이나 몇주 전에 다리를 다쳐서 깁스에다 목발 짚고 다니다가 며칠 전에야 반깁스로 바꿨는데

앉아 있으니까 의자에 가려서 아무도 제가 다리가 아픈 걸 모르는 상황이라 저는 얼굴도 빨개져가지고 당황해서 어버버 하고 있었거든요

그 와중에 뒤에 아주머니는 계속 욕을 하고ㅠㅠ

근데 한 정거장이니 괜찮다던 할머니께서 그 아주머니한테 그렇게 내가 앉아가는 거 보고 싶으면 아줌마가 나오라고 하시면서

이 학생은 다리도 성치 않은데 왜 아줌마가 나서서 일어나라 마라 성화냐

그리고 나도 아직 무릎 짱짱하다 서서 갈 수 있는데 동정하는 거냐 뭐냐 하시면서 일침을 해주시더라구요

저는 멘붕 와서 거의 울기 직전이었는데 그 순간 그 할머니 뒤에서 후광이 비치는 것 같았어요ㅠㅠ

근데 그랬는데도 그 아주머니는 제 다리를 슥 보더니 저게 뭐 벼슬이냐고 하면서 끝까지 본인 자리에 엉덩이 딱 붙이고 앉아서 가더라구요

서계시던 할머니는 정말로 한 정거장 후에 내리셔서 저는 그 아주머니가 내릴 때까지 계속 욕 먹으면서 왔어요ㅠㅠ

제가 그 아주머니보다 멀리 가서ㅠㅠㅠ

전에 하도 이런 일을 많이 당해서 평소에는 빈자리가 있어도 절대 안 앉고 서서 가는데

하필 다리 때문에 앉아서 간 날에 이런 일이 생기네요

제가 완전 유리멘탈이라 이런 스트레스에 진짜 엄청 너무 약해서 아직도 심장이 쿵쾅쿵쾅 뛰어요ㅠㅠ

이제 버스를 타지 말아야 하는 생각까지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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