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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신 자살자와 마지막 대화를 나누었어요.
게시물ID : menbung_4871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JAQ
추천 : 21
조회수 : 1455회
댓글수 : 54개
등록시간 : 2017/06/25 02:4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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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글을 쓰는 것 조차 약간은 망설여집니다.
내 섣부른 감정이나 생각이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을지 혹은 무엇인가 잘못되는 것은 아닐지 우려됩니다.
허나 그냥 생각을 정리하고 싶습니다. 글을 쓰면 마음이 조금은 정리가 되니까요.
딱히 말할 곳도 없어요.. 걱정하니까..
산전수전 다 겪고 지금의 나로서 살고 있는 저지만.. 이번 일을 통해 다시 한번 나의 인생이 기구한 걸 느낍니다. 
다른 의도는 없습니다. 그냥 감정의 정리가 필요합니다.

어제 새벽 4시경에 일을 끝나고 자전거를 타고 퇴근하다가 투신 자살을 목격 했습니다.
한강 다리 위를 지나가던 중, 난간에 걸터 앉아있는 사람을 발견하게 되는데요.
그냥 무시하고 가고 싶었으나 무엇인가 외면할 수가 없었어요.
오묘한 감정에 이끌려서 그분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위험하시니까 내려오시라고 사는게 다 그렇다고 무슨일인지나 들어보자고.. 한 3분 정도 이야기 한거 같네요.
저한테 어떠한 번호랑 전할 말만 남기시고 수식간에 한강으로 뛰어내리시더군요.
자세한 내용은 그분에 대한 예의이기에 말씀 못드릴거 같아요.
죽음을 각오한 사람의 초연함이라는 것을 처음 느껴본 듯 합니다.
너무 평화롭고 침착하게 이야기하셔서 정말 뛰어드실거라고 생각조차 못했네요.

딱히 몸을 날려 막을 생각도 못한 것은 저는 슈퍼맨이 아닙니다.
괜한 오지랖으로 제 인생까지 부서질 수는 없었어요.
네 저 쓰레기에요. 욕하실 분은 욕하세요. 허나 저한테는 걸려있는게 많네요.

저는 20대 중반에 평범한 대학생입니다. 
서울권 안에 적당한 4년제를 다니고 있고 지금은 휴학한 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데요...
어린 시절이 참으로 힘들었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술을 참 좋아하셨거든요.
맨날 술 먹고 깽판 술먹고 깽판.. 그러다 술병나서 앓아 눕고 난 뒤에는 병간호.
20대 중반 어린 나이에 응급실에서 사람 죽어나가는 것만 몇십번은 본 듯..
이등병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이제서야 저희 엄마랑 누나랑 같이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어요..

그런 저입니다. 저는 저희 가족 행복하게 해주기 전까지는 뭐든 잘못 되면 안되요.
그래서 섣불리 용기 낼 수 없었습니다.
요즘 의인들이 피해보는 안타까운 기사들이 너무 많이 보여서.. 전 그렇게 될 수 없거든요.
허나 그게 잘못된 판단이였나 봅니다.
투신 후 바로 신고. 수색 1시간 20분만에 사체로 발견. 아침에 진술하러 경찰서까지 갔다와서 조금 잔 다음.. 오늘 일하고 와서 이러고 있네요. 
지금와서 생각해보는 것이지만 내가 막았다한들 막을 수 있었을거라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그 초연함은 그냥 마지막 말을 전해줄 사람을 기다리신거라고 생각이 되거든요.
죄책감은 안가질게요..

그분이 좋은 곳 가셨길 바라요.
고인의 자세한 사연은 잘모르겠습니다만 그 짧은 시간동안 저랑 나누웠던 대화에서 이 세상의 온정을 조금이나 느끼시고 가셨길 바랍니다. 
삶의 마지막 대화를 저가 나누웠다는거 자체가 영광스럽다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조금 원망스럽네요.
한동안은 심란할 듯 하긴 해요..
허나 다른분이 아닌 저라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기도 하고..
인생에 별의 별 극한 상황을 뚫고 살아가다보니 그냥 저는 담담하니까요.. 미묘하네요

아아.. 하나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덕분에 저는 인생의 큰결정을 하나 했습니다.
항상 도망다니고 피하기만 했는데.. 역시 가는데 순서 없네요 그 젊은 분이.
그래서 남들처럼 평범하게 삶을 따라가는 것이 아닌 하고 싶은걸 하기로 마음 먹습니다.
그게 내가 행복하게 사는 길인 듯하고요.
하나 허락해주셨으면 하는건 지금의 이 감정이나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할 생각입니다.
저가 좋아하는 매체로 여러가지를 풀어낼테니 그 정도는 허락해주세요.
진심을 이야기 하겠습니다.

가끔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이 지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요.
신은 참 불공평하죠.
사람이길 포기하면 그 순간부터 높은 지위와 돈 명예를 허락하죠.
누구는 나라를 팔고 떵떵거리고 살아가고 국가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은 굶어 죽어가고..
다른 사람을 위해 용기를 내는 의인들은 뜻하지 않은 조롱과 불이익을 당하고..
옳은걸 옳다고 말하면 도태되버리는 그런 세상입니다.
이제는 뭐가 옳은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 거지같은 세상에서 옳게 살아가고자 하는 내가 싫어지는 새벽입니다.

그 사람의 막막함까지 짊어지고 살아가겠습니다.
지금보다 더 열심히 살아서 좋은일 많이 할게요.
역시 글은 생각을 정리시켜 주는 듯.. 열심히 살아갑시다. 여러분.. 힘들어도 죽지마요. 좋은날이 있을거에요.
다들 힘들어요. 허나 그래도 행복합시다.
그냥 그래요. 내일 교회 가야하니 이쯤에서 줄여야겠습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출처 어제 내 거지같던 하루.
내 생각.
왓더 시발 내 인생... 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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