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약속이 있어 평촌역에서 범계 까지 걸어갔습니다. 평촌역과 범계역 사이에는 공원이 있는데, 앞에 걷고 있던 20대 중후반으로 보이던 남자가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임산부 다리를 거는걸 봤습니다. 다행히 그 여성분 남편이 팔을 잡고 제가 안아 일으키는 좀 이상한 모양새가 됐지만 다행히 별일은 없었습니다 그 놈은 미안하다 거듭 사과하길래 정말 실수인줄 알았어요. 근데 가는 방향이 같은지 제가 한 10미터 뒤에서 걷게 됐는데 이번엔 아기띠 멘 여성분 다리를 걸더군요. 일단 그 여성분이 떨어뜨린 가방이랑 휴대폰 주워드리고 그 놈을 불렀는데 갑자기 도망가는데, 아기도 울고 주어드릴 게 많아 쫓아가지 못했습니다. 뒤늦게 여기저기 살펴봤는데 더이상 보이지도 않더군요. 저도 100일 조금 넘은 아기 아빠로서, 저런 이상한 놈들 때문에 너무 불안합니다.
제 인생에서 만나본 유일한 임산부 헤이터 생각나네요. 오래전 동호회에 노총각 고등학교 윤리 선생이 있었는데, 자기는 임산부들이 혐오스럽다고 하더군요. 이유 자체가 유치하고 그 자체가 혐오스러워서 여기 쓰진 않겠습니다만. 독신주의인데 등단까지 한 시인이라선지 은근히 흠모하는 여성들이 많아 차도남이라 저 모양인가, 하고 관심 끊고 지내다가 우연히, 결혼해서 득남까지 하고 잘 먹고 잘 산다는 얘기 듣고 배신감을 느꼈었어요.
진짜 나쁜놈이네요.. 임신해보신 여성분들은 아시겠지만 배가 나오거나 아기띠를 매면 내 발 앞에 뭐가 있는지 안보여요!! 전혀 안보여요!!! 안그래도 뭐 잘못밟아서 넘어질까봐 항상 조심조심 다니는데 진짜 짜증나네요.. 혐오범죄 같은건가.. 장난으로 그러나? 이러나 저러나 미친X인듯..
아기띠를 메고 외출을하면 정말 최약체가 되는것만 같아요. 어린아이만큼이나요... 인터넷보면 나오는 피해사례를 저는 경험해본적이없는데요. 전 남편이 저랑외출을 잘해줘서 거의 남편이랑 외출하거든요.. 그걸 깨닫고나니 혼자 아기띠메고 외출하면 누가 와서 아기를 때리고 도망간다던지. 피던담배를 아기한테 후 불고 가버릴것만같고 그래요.
맘충이라는 단어가 만들어낸 일반화에 의한 현상이라고 생각되네요. 저는 삼십대 아제라 그런지 개저씨란 말.. 특히 몇몇쓰레기들로 인해 아재들에 대해 어린 여성분들이 갖는 편견만으로도 상당히 기분이 좋지 않은데.. 아기엄마란 이유로 저딴 테러당하고 혐오대상으로 여겨지면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