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버지랑 어머니는 정확히 10살차이십니다.
할아버진 마을에서 초상이 날때 돈관리 같은것도 해주시는 직책을 맡으시는 '말마디 꽤나 하는 어르신' 포지션인 집안이셨습니다.
어머닌 아버지 윗동네에서 사셨구요
아버지께선 군대에서 다리를 다치셔서(지뢰제거 작업중 다끝나고 상급자가 악수하자고 해서 걸어가다 발목지뢰를 밟으심...) 절단을 하셔야 했습니다. 그뒤로 한동안 힘들어 하시다 앉아서도 하실수 있는 도장파는 일을 배우시러 시내로 버스를 타고 다니시면서 꼬꼬마 였던 어머니를 만나셨고,
어머니가 "아저씨 붕어빵 하나만 사주세여"라고 하기도 하는등 두분은 그냥 옆동네 아저씨& 여자애 포지션에서 연애관계로 발전하셨습니다.
어머니께선 고등학생때 부터 아버지랑 연애를 하셨지만 흔히말하는 '스킨십'은 없으셨고
(어머니께서 아버지께 '본인은 괜찮지만 나이차가 있어 만약 지금 이런저런일을 하는게 알려진다면 아버지가 좋지 않은 이미지가 될것이니 성인이 될때 까진 기다려줬으면 한다.'라고 하셨대요)
그렇게 어머니가 성인이 되자마자 아버지와 어머니는 결혼을 하셨습니다.
근데 문제는 어머니 또래의 동창이나 동네 사람들에게 '장애인에 나이도 많은 사람에게 저렇게 어린여자가 시집을 갔다는건 분명 '당해서' 어쩔수없이 결혼을 한것이다'라는 식의 소문이 돌아 굉장히
힘들어 하셨다고 합니다.
심지어는 동네 오빠나 남자인 친구들이 어머니를 불러내서 '너 정말 괜찮은 거냐'라던지 '강제로 결혼 한거라면 도와줄수 있다'같은 말을 하기도 했답니다.
다행히 어머니께서 제대로 설명을 하셨고, 그런 시선들 때문에 아버지와 어머니께서는 일부러 반년정도 텀을 두신뒤 저를 가지셨고, 그런 소문들은 사라졌습니다만...
할아버지께서 마을에서 굉장히 좋은 이미지였고, 아버지께서도 좋은 이미지였음에도 배우자나 애인과 나이차가 많이 난다는 이유로 주변에서 근거없이 안좋게 보거나 소문이 도는등 두사람의나이차이가 주는 편견은 생각보다 굉장히 많습니다.
물론 나이가 많은 남자가 '더러운'비유를 들어가면서 어린 여자들에게 추파를 던지는 경우도 많지만,
제 아버지와 어머니처럼 서로 사랑하고 배려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저 모양새가 좋지않다라는 이유로 불합리하게 던져지는 말들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다시 생각을 해봐야 할 문제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