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그대로 저희 엄마때문에 멘붕이네요... 얼마전에 저희 엄마 생신이라 집으로 초대했어요. 식사대접한다고 회도 주문하고 나름 인터넷 레시피 뒤져서 훈제오리볶음에 꽃빵도 찌고 미소된장국도 끓여서 한상 차렸습니다. 제가 한 요리라고 해봤자 훈제오리볶음이랑 된장국이 다인데 이거 두개다 워낙 레시피가 간단하고 맛이 보장된 요리라... 실패할일이 없어서 선택했어요. 같이온 저희 아빠와 동생은 잘 먹는데 저희 엄마는 진짜 한점먹고 고개를 절래절래 하시네요. 그러곤 회만 드십니다. 국도 두부하나 건져드시곤 입에도 안대고 오이지 무친걸 꺼내왔더니 그것도 하나먹고는 참기름 맛이 너무 많이난다고 안드시네요. 다른 가족들은 아무 불평불만없이 잘먹고 맛도 괜찮다고 하는데... 제가 먹어봐도 아무 문제없구요. 저희 친정엄마가 입맛이 까다롭냐 하면 그것도 아니예요. 결혼전에 부모님이랑 살때 대충 김치에 김가루에 반찬 몇가지 없어도 잘 드셨었어요. 매일 같은반찬 먹어도 질려하지도 않고. 크게 입맛 까다로운 사람이 아닌데 누가봐도 티나게 앞에 '제가 만든' 요리라는걸 알면 세상 까탈스러운 사람으로 변하네요. 회는 사왔다고 하니까 잘만 드시네요. 맛있다구요. 그러더니 저희 남편한테 부인이 음식솜씨가 없어서 밥도 잘 못얻어먹겠네 하시는겁니다. 그래서 얼마전에 백숙해서 먹은 이야기를 해줬어요. 잘해먹고 산다구요. 정말 잘해먹고 살고 있거든요... 남편이나 저나 결혼전보다 잘챙겨먹어서 살이찌고 있어요ㅜ 그랬더니 뭐뭐 넣어서 해먹었냐? 해서 간단레시피로 닭에 부추넣고 끓였다니까 갑자기 본인이 얼마전에 해먹은 백숙 재료를 자랑하시네요. 어휴 겨우 그거넣었냐. 얼마전에 나는 전복도 넣고 해먹었는데 하시면서요. 맞벌이하고 요즘 일많아서 야근도 많은데 이정도면 정말 잘해먹고 사는데... 그냥 제가 하는거는 다 트집잡고 싶은가봐요. 남들은 시어머니가 속긁어 놓는다는데 저는 완전 반대네요. 한달전 시어머니 생신때도 똑같은 메뉴로 대접했는데 바닥보이게 싹싹 다 드시고 잘먹었다고 맛있었다 칭찬도 해주시고 장보는데 보태라며 상품권도 주고가시고ㅜ 정말 감사하지요ㅠ 친구들도 이야기 들으면 니가 부모복은 없어도 시댁복은 있나보다 해요... 대체 왜 그러는 걸까요ㅜ 다들 돌아가고 난 다음에 남편이 위로해주네요. 음식 맛만 좋았다구요. 남편덕에 섭섭한 마음이 조금 사그러드네요... 저희 엄마라 어디가서 얘기하면 부모 욕하는것같아 여기서라도 털어놓네요ㅜ 봐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