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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초등교사가 써보는 현 상황 정리글...
게시물ID : menbung_5137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띠따띠따
추천 : 12
조회수 : 856회
댓글수 : 79개
등록시간 : 2017/08/06 16:2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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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참으로 비참하고 참담한 마음을 감출 수 없습니다.

몇몇 교대생들의 철없는 행태를 보며 참담했고,
이어지는 격앙된 반응들과 공격적 답글들을 보며 참담했고,
뼈저린 비난 글을 보며 스스로를 돌아보니 참담했습니다.

다만 몇몇 글들의 경우 감정적인 흥분 때문인지 정치적인 의도 때문인지 몰라도
객관적인 사실을 호도하는 바가 있어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물론 절대적으로 객관적이란 건 존재하지 않겠습니다.
객관적으로 상황을 정리해보고자 하지만 저도 인간이고
현재 겁나게 욕을 얻어먹는 교직에 있는 이상, 아마 변명거리 그 이상이 안 될 수도 있지만

최대한 상대적으로나마 객관성을 유지하며 글을 써 보도록 하겠습니다.
사범대까지 포함한 중등교원 수급의 포괄적인 상황 말고,
현 초등교원 수급 사태에 관한 파문만을 놓고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1. 현 사태가 문재인 정권의 잘못이다?

말이 안되는 소리입니다. 이런 소리를 보수진영에서 지껄이든, 모 교대생들이 지껄이든
주장 자체가 거짓이고, 그만큼 근거로 댈 수 있는 것 또한 없습니다.
갖추어진 지 3달여 채 안 된 정부에게 지난 십수년 간 이어진
교원 수급 정책의 폐단과 실수를 묻는 건 어불성설입니다.




2. 현 사태가 전 정권의 잘못이다?

대체로 맞는 말입니다. 지난 몇년 간 초등교원 임용고시 TO를 보면서 느낀 점은
"어? 분명 지금 줄여야 할 시기일텐데 왜 이렇게 더 많이 뽑지?" 였습니다.

인구절벽, 신생아수 감소 등으로 입학인구가 현저히 줄 게 뻔한 상황이었습니다.
당연히 학생수가 주는 만큼 초등교원 수도 줄여나가야 합니다.
그런데 오히려 제가 임고를 봤던 MB 정권 때보다 더 많은 수의 초등 교원 TO를 내는 게
너무나 이상했습니다.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아무리 이유를 찾아보려 해도
더 많이 뽑을 이유가 없는데... 정책결정권자의 오판이 아닌 이상 나올 수 없는
TO수가 계속 나왔습니다. 그래도 무슨 의도가 있지 않을까?..

는 개뿔. 정말 시대 흐름을 읽지 못한 공수표 남발이었습니다. 
결국 이번 정권에서 잘못된 흐름을 막기 위해 올해부터 초등 교원수를 절감하기 위해 나섰습니다.



3. 그렇다면, 대체 왜 현재 교원수급정책이 잘못되었다는 소리가 나오냐?

당연히 학령아동, 신생아 수가 감소하는 만큼 초등교원 수도 줄여야 합니다.
고로 올해 초등교원 TO수가 급감한 것은... 안타깝지만 시대의 조류에 어쩔 수 없는 행보입니다.
전 정권에서 그걸 거슬렀고, 결국 그 폭탄을 현 정권과 불쌍한 올해 임고생들이 맞게 되었습니다.

제가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싶은 쪽은 '서울시 교육청'입니다.

아무리 교육부에서 쪼아대도 해당 지역의 올해 초등교원 TO를 결정하는 곳은 교육청입니다.
즉 교육부에서 초등교원 선발 수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 그 라인에 맞춰 
최종 결정하느 곳은 교육청이란 말씀입니다.

서울시 교육청은 나름 항변합니다. 

'전 정부가 비상식적으로 인원수를 많이 뽑으라 해서 어쩔 수 없이 뽑았다. 그렇다 보니 적체인원이
쌓이고 쌓여도 어쩔 수 없이 계속 많이 뽑을 수 밖에 없었다. 결국 더 이상 쌓인 인원을
해소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고, 올해 선발인원이 급감할 수 밖에 없었다.'

나름 맞는 소리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전 정권의 압박이 있었다 하여도, 실제 필요 인원수를
예상해서 유도리있게 인원수를 조절해야 했던 곳은 서울시 교육청입니다.

올해 다른 지역들 또한 대부분 작년에 비해 인원수를 크게 감축했지만
서울 처럼 인원이 반의 반도 안되게 격감한 지역은 거의 없습니다.

다른 지역 교육청에선 전 정권 교육부의 압력이 다 빗겨갔을까요?
아닙니다. 다른 지역 교육청에선 전 정권의 멍청한 압박과 실제 현장에 필요한 인원수,
이 두 축 사이의 괴리에서 심각히 골머리를 앓았을 겁니다.

정권의 멍청한 압박을 빗겨가면서도, 최대한 인원 적체가 발생하지 않는 쪽으로
인원수를 선발하기 위해 '운영의 묘'를 나름 발휘했고,
이번 정부 들어 초등 교원 TO 격감이란 폭탄을 맞았어도
나름 안정적인 연착륙을 하며 그나마 갈등의 요소를 줄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서울은... 물론 법적으로 도의적으로 잘못한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다른 지역 교육청에서 보여주었던 것처럼 연착륙을 위한 '운영의 묘'를 보여줄 수 없었는지 안타깝습니다.
국정교과서든, 누리과정 예산 문제 등 전 정권의 멍청한 짓거리에 나름 항변하고 잘 싸웠던 진보교육감, 진보교육청이
교육부의 압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많이 뽑았다? 죄송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대목입니다.
오히려 전 정부의 그릇된 압박으로 인식했다면, 더욱 대항하여 싸웠어야 합니다. 
괜히 교육감 직선제를 하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다시 말해 전년도 대비 TO가 인구 감소로 인하여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수순이지만...
서울의 경우 8분의 1로 급감한 상황에 대해서는 서울시 교육청의 잘못도 피해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4. 그렇다고 모 교대생들의 항의 구호가 옳은 소리냐?

전혀 아닙니다. 정말 저도 그 피켓을 보고 망연자실 했습니다. 아무리 졸업도 못한 대학생들이지만
시대와 여론을 읽는 눈을 갖추어야 했지 않았나 싶습니다...

물론 자기가 희망했던 지역이 TO가 급감한 것은, 그것도 사상 유래가 없는 일이라 충격이 클 것은 이해하지만...
같은 말이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른 것처럼... 사회적으로 여론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구호나 주장으로... 많은 분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었을텐데...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물론 모 교대생들의 정신적 데미지도 이해가 갑니다.
아무리 지역에 귀천은 없다지만, 자신이 희망했던 지역의 TO가
반토막도 아닌 반의 반의 반토막 나버린 상황에서... 정신적 충격도 이해는 가고,
당연히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도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그 방향이 조금 안타깝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모든 교대생들과 초등교원들이 영문도 모른 채
함께 뭇매를 맞게 한 행동들을 생각하면...
안타깝지만 이상의 동정은 가지 않네요... 솔직히 이야기 해서 굉장히 화납니다.
이번 사태로 촉발된 여론의 분노와 비난 글들을 읽노라면,
며칠 째 밥도 제대로 못 먹을 정도로 교직에 회의까지 들 정도입니다.


그 이외의 현 사태와 직접적으로 연관 없는 
서울 VS 지역 문제... 지역 교직문화 문제... 사범대 (중등 임용고시)와의 비교... 
등은 이 글에선 다루지 않겠습니다.

긴 글 지루하지만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여 잘못된 내용이나 반박하실 내용이 있으시면 댓글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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