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한잔 마시고 그냥 쿨하게 음슴체 씀.
두서너달 전 영어 공부 좀 하라는 오너의 강요에 어쩔 수 없이 롤을 끊고
인터넷에서 Language exchange를 할 수 있는 사이트에 방문함.
예전에는 일부 나라에서만 한국어 배웠지만, 최근 한류 영향으로 한글과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이 많음.
남미 : 콜롬비아, 브라질, 에콰도르, ...
유럽 : 터키, 프랑스, ...
동남아는 정말 많음. (특히, 처자들이 많이 배우려고 함;;;)
친구를 맺고, 영어를 할 수 있으면 한글을 가르쳐 주겠다고 제안함.
당연히 그 쪽에서는 좋아하고, 시간 약속을 하고 한글과 한국어를 가르치기 시작함.
1. 한글
- 얼마전 인터넷에서 "외국인들에게 가장 배우기 어려운 언어"로 한국말이 두번째로
뽑힌 것에 대해, '엥? 한국말 쉽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함
- 한글부터 가르치기 시작함
- 한글, 하루에 1~2시간씩 가르침
- 빨리 배우는 사람은 이틀, 늦게 배우는 사람은 일주일이면 한글을 읽을 수 있음
- '거봐, 한국어 쉽잖아' 라고 생각함
2. 한국어(한국말)
- ㅋㅋㅋㅋㅋ 아...
- 초반엔 한국어 교재로 그럭저럭 가르치는데, 한달이 넘은 후 슬슬 질문을 하기 시작함
Case 1. 동사/형용사의 불규칙 변형
. 듣다 -> 듣습니다 -> 들어요 -> 들을 수 -> 듣지 ...
. 왜 'ㄷ'과 'ㄹ'로 수시로 바뀌는지 물어 봄
. 음?;;; 그냥 외우라고 했음 ㅡㅡ;;;
Case 2. 조사
. 제일 설명하기 힘든 부분 중에 하나가 "~은/~는"과 "~이/~가"의 사용법
. 어떨 땐 "~은/~는"을 사용하고, 어떨 땐 "~이/~가"를 사용하는지 물어 봄
('~에, ~에서'도 많이 물어 봄)
. 국어교육원, 인터넷 카페 등 여러 곳에서 자료를 찾아 꾸역꾸역 설명을 함
. 1차 멘붕 오기 시작함
Case 3. 너무 다양한 표현
. '~이다, ~이에요/예요, ~입니다. ~을 거에요, ~수 있어요, ...' 등
어느 정도 한국어를 가르친 후 다른 예제를 찾아 최신 뮤비를 봄
. 시스타의 "Give it to me"를 보고 가사에 대해 설명함
. 첫 문장 "서른이 되기 전에 결혼을 할런지"...
. 예... 당연히 '할런지'에 대한 질문이 쏟아짐
. "추측이나 예상'을 나타내는 것 중에 하나라고 설명을 함
. 2차 멘붕 오기 시작함
. 얼마나 많은 표현이 있는지 물어 봄.
예를 들어, 내가 집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표현들을
(과거형, 현재형, 질문형, 추측, 가능 등 포함) 설명해 달라고 함
. 생각나는 것들을 설명해 줌
- 나는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나는 너를 기다리고 있다, 저는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등 포함...)
- 나는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요. (저는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요, 등 포함...)
- 나는 당신을 기다릴 거에요. (저는 당신을 기다릴 거에요, 등 포함...)
당신을 기다릴게요.
- 나는 당신을 기다릴 수 있어요.
- 나는 당신을 기다리고 싶어요.
- 나는 당신을 기다렸어요.
- 나는 당신을 기다리지 못 했어요. (나는 당신을 기다리지 않았어요, 등 포함)
. 여기까지는 그나마 일반적임
- 집에서 나를 기다리세요.
- 기다려
- 기다려 줘
- 기다렸어? (기다렸어요?, 기다렸습니까?, 기다린 거 였어?, 등 포함)
- 기다렸니? ;;;
- 기다렸구나? (기다렸습니까?, 기다렸었구나?, 기다리는구나?, 등 포함)
- 기다리지 말지 (기다리지 말아요, 기다리지 마세요, 등 포함)
- 기다릴 것 같아요 (기다릴 것 같아, 등 포함)
- 기다려도 돼
- 기다리면 안 돼
- 기다리지 않아요. (기다리지는 않아요, 등 포함)
- ...
얼라들 3차 멘붕 시작. (나도 슬슬 멘붕 시작)
이렇게 표현할 수 있는 게 많았나?;;;
영어로는 비슷한 의미인 거 같은데 한국말로는 미묘하게 다른 것들...
"당신을 잊을 거에요", "당신을 잊을게요", "당신을 잊을래요", ...
정말...
한국에 태어나지 않아서 한국어를 배워야 할 상황이 발생하지 않은 것에 대해
다행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게, 한국에서 태어나지 않았으면 한국어를
배워야하는 상황이 없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