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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 이야기가 많아서... 제 작은 생각은 이렇습니다.
게시물ID : menbung_5707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812
추천 : 4
조회수 : 433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7/12/16 12:2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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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이제 갓 3년쯤 된 현직 교사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공간에, 읽기 힘든 이야기들이 많이 올라와 짧은 소견으로나마 글을 적어보려고 합니다. 

사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잘 정리가 안 돼서, 교사 대표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마시고
사회생활 한지 몇 년 안된 젊은이의 생각이라고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는 91년생입니다. 90년대 후반~2000년대 후반까지 초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여러분도 한 번 이상 겪으셨을 소위 ‘이상한’ 혹은 ‘나쁜’  선생님을 물론 겪은 일이 있습니다.
친구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30분, 1시간은 금방 갑니다. 무척 많았으니까요.

당연하게 촌지 받아가고 당연하게 대놓고 차별하던 선생님, 14살의 키 150도 안되는 마른 여자아이를 온힘을 다해 때리던 운동선수 출신 선생님, 차별해 놓고 억울하면 너네 부모님도 학교와서 일좀 하라고 하시던 선생님, 트집 잡아서 때려놓고 돈 주던 선생님 등등 제가 본 일만도 무척 많네요. 
어떻게 보면 교권의 추락은 당연한 일일 수도 있습니다. 사실 예전엔 저런 선생님들이 ‘일부’가 아니라 대부분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은, 그렇다고 해서 현재의 땅에 떨어진 교권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학생인권 및 학부모 민원들이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 사람인데 그들 모두의 인권이 함께 올라가야 하지 않을까요?

옛날 나쁜 교사들이 나쁜 행동을 한 게 잘못이니 지금 모든 교사들이 싸잡혀도 할 말이 없다, 인과응보다 라는 의견이나
예전에 그렇게 하더니 고소하다, 잘 됐다 라는 의견이나
옛날이 비정상이었고 지금이 정상이다 라는 의견은
저에게는 조금 가슴 아프게 들립니다...
조금 억울하다고 말하면 너무 어린 생각일까요.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3년차 교사이고 91년생 27살입니다.
3년이라는 시간동안 초등학교에서 제가 보고 느낀 것은 제가 교대 4년동안 꿈꿨던 교육이나 자아실현의 현장이 아닌, 그저 서비스업을 제공하는 노동현장이었습니다.

물론 순간순간 뿌듯하기도 하고 학생들과 즐겁게 지내기도 했습니다만, 
한 가지 사안에 대해 완전히 반대되는 두 가지 방향의 민원이 들어올 때나
학교에서 교사들의 생각보다 1개의 민원을 중요하게 생각할 때나
하루에 100번씩 말해도 저 모르게 학교폭력 사안, 부주의로 인한 안전사고가 발생하고 그것이 온전히 제 책임이 될 때나
학교 밖에서 일어난 학생들끼리의 일도 교사의 책임이 될 때나
인간적으로 모욕을 당할 때도 죄송하다고밖에 할 수 없을 때나
학생들이 어떤 수업 방해 행위나, 교사의 인권 침해 행위를 했을 때에도 교사가 말로 그만하라고 하는 것 이외에는 할 수 없을 때는
조금씩 조금씩 좋은 선생님이 되고자 하는 저의 생각이 깎이곤 합니다.
많은 직장인분들이 생각하시듯이, 월급 받은 만큼만 하자... 하고 생각할 때도 많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학교에서는 원칙적으로 체벌이 금지되어있습니다.
(중등은 잘 모르겠습니다. 이 글에서 학교는 제가 있는 초등을 기준으로 말씀드립니다.)
때리는 것이나 욕설은 당연히 금지되어 있고, 소리치며 혼내는 것, 다른 친구들 앞에서 혼내는 것, 빽빽이(깜지)를 쓰게 하는 것, 신체적인 벌을 주는 것 등 ‘학생을 힘들게 하는 것’ 은 아동학대에 해당할 수 있어 금지됩니다.
학생이 교사의 주의사항을 지키지 않고 친구들과 다투거나, 싸우거나, 욕을 하거나, 교사에게 욕을 하거나 교사를 때려도
그 순간에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그만 하라고 말하는 것뿐입니다.

학부모님들은 (당연히 모두다 그러시진 않지만) 공부는 학원에서 하는 거고 학교는 놀러 가는 곳이니 신경쓰지 말라고 하시기도 하고,
선생님은 결혼을 안 하고 애가 없어서 모른다고 하시기도 하고,
다쳤지만 등교중인 학생인데도 애가 다쳤는데 집에 왜 매일매일 안부전화를 안 하냐고 하시기도 하고,
학교폭력 가해 학생의 어머니께서 다들 그랬는데 같이한게 잘못이냐고 하시기도 하십니다.
또 뉴스를 보면 정당한 사안으로 학생을 혼냈는데 온가족이 찾아와 교사를 폭행하는 일도 자꾸만 일어납니다. 

저는 다행히 초등이고 아주 힘든 학교는 아니어서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일은 아직 없었지만, 중등이었다면 어땠을지 상상만으로도 버거워집니다.

글이 너무 길어졌는데, 그래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하소연을 하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일베가 잘못됐다고 남자를 싸잡아 욕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메갈/페미가 잘못됐다고 여자를 싸잡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제가 좋아하는 공간에서
같이 ‘나쁜’ 선생님을 겪은 사람들까지 ‘교사들’로 묶어 교권 추락 당연한 것이라고 하셔서 제가 조금 슬펐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촌지 받고 차별하고 성범죄 저지르는 나쁜 교사들 실제로 있습니다. 신고당해 처벌받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처벌의 폭이 크지 않은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처벌이 좀 부족한 듯 합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더욱 분노를 느끼시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은 퇴임했거나 관리자이거나 원로교사 대접을 받으실 옛날의 교사 포함 모든 교직원에게 있어 범죄를 저질렀을 때 처벌이 강화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학생, 학부모, 교사 등 모든 사람들의 인권이 함께 올라갔으면 좋겠습니다. 학생의 건강, 안전, 정신건강, 교우관계, 생활태도, 학습 등 모든 면을 교사가 책임져야 하는 구조가 정상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부분을 함께 생각해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리고,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는 완전 햇병아리 교사이기 때문에 제 생각에 틀린 부분도 무척 많을 것 같습니다. 교사 대표가 아니라 한 개인의 의견으로 받아들여 주세요.
또 나처럼 생각해라! 하는 글로는 읽지 마시고, 틀린 부분에 대해서는 많은 가르침을 들려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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