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전 모르는 전화번호로 전화가 왔습니다.
받으니까 대뜸 자기 노트북이 자꾸 이유없이 꺼진답니다.
처음에는 잘못 온 전화인줄 알고 전화 잘못 거신 것 같다고 하고 끊었습니다.
그런데 다시 또 전화오더니
"XX씨 맞죠? 일전에 엄마 통해서 노트북 받은 사람이예요"
그제서야 8년 전 일이 기억났습니다.
8년 전 2016년에 이직 결정하고 자취방 알아보던 무렵 한달정도 부모님 집에 머물렀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노트북을 새로 구매했었고 택배로 받았었습니다.
새 노트북 받던 날 어머니 교회 지인분이 집에 오셨었습니다.
제가 새 노트북 셋업하고 있는데 옆에 오시더니
"아이고, 컴퓨터 새로 샀나보네"
"혹시 그러면 예전 쓰던거는 어떻게 할거예요?"
"아휴, 우리 딸이 이번에 대학 들어가는데 등록금도 비싸고..."
"노트북 하나 사줄려고 했는데 노트북도 비싸네..."
"혹시 안쓸거면 그거 나 주면 안될까?"
옆에서 어머니도
"그래, 집사님 딸 쓴다는데 그거 쓰던거니까 그냥 주면 좋겠네"
사실 저도 6년정도 쓴 모델이었고 중고로 팔아봤자 얼마 받지도 못할 거였고 해서
흔쾌히 윈도우만 초기화해서 드렸었습니다.
그리고 그 뒤로 까맣게 있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갑자기 전화오더니 노트북 자꾸 꺼지니까 책임지랍니다.
아래는 전화내용이었습니다.
"노트북이 자꾸 이유없이 꺼져요"
"이거 어떻게 해야되요?"
처음에는 어머니 지인분 딸이고 해서 최대한 정중하게 이야기했습니다.
"느낌에 배터리나 전원부쪽 문제같은데, 제가 그거 2010년에 산 거였거든요"
"고장날 때 되긴 했어요"
"일단 삼성꺼니까 동네 삼성 AS센터 가져가보세요"
"근데 워낙 옛날꺼라서 이참에 새로 하나 사시는게 좋을 것 같네요"
"아니, 그렇게 무책임하게 이야기하심 안되죠"
"그쪽이 주신건데 책임지셔야죠"
"주소 불러주세요, 택배로 보낼테니까 고쳐주든지 다른걸로 바꿔주세요"
"아니 아가씨, 제가 그거 판 것도 아니고 당시 그냥 좋은 마음으로 어머니 통해서 드린거였고"
"설사 새걸 사셨어도 8년이면 이미 보증기한 끝난거예요"
"고장나거나 문제생기면 사용자가 수리를 하던지 알아서 하셔야죠"
"왜 제가 그걸 책임져야하는지 잘 이해가 안되네요"
"지금 장난하세요?"
"사람이 책임감이 있어야죠"
"그리고 친구한테 물어보니까 이렇게 꺼지는거는 애초에 제품 결함이라고 하더라구요"
"그런걸 줘놓고서 나몰라라하면 저는 뭐가되요?"
"아니, 아가씨, 8년동안 공짜로 드린거 잘 쓰셨잖아요"
"제가 그거 그쪽 어머니한테 드리면서 이 제품에 대해서 제가 끝까지 책임지겠다라고 말 한 적도 없구요"
"정말 그냥 좋은 마음으로 드린거였고"
"그리고 이제와서 고쳐달라거나 바꿔달라면 제가 어떻게 해야되요?"
"아무리 공짜라도 그렇지, 주셨으면 거기에 대해서 책임을 지셔야되는거 아니예요?"
"사람이 왜 이렇게 책임감이 없으세요?"
"주소 불러주세요, 택배로 보낼게요, 대신에 보내는 택배비는 제가 부담할게요"
"그럼 되잖아요"
일요일 오후에 뜬금없이 왜 이런 통화를 해야하나 싶기도 하고 어이가 없어서
알아서 하시라고 하고 전화 끊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또 다시 전화오더니
"저 지금까지 살면서 제가 쓰는 제품에 문제생기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다 교환받거나 환불한 사람이예요"
"피해보상금도 다 받아낸 사람이구요"
"저도 그쪽이 엄마 아는 분이고 해서 최대한 좋게 해결하려고 했는데 이런식으로 나오시면 저 가만 안있어요"
"그 쪽 고소할거니까 나중에 후회하지 마세요"
그러고 끊더군요.
여지껏 40년 살면서 처음 경험해보는 신박한 ㅁㅊㄴ이었네요.
하도 어이가 없어서 현실이 아닌 꿈인가 싶어서 몇 번 볼도 꼬집어봤습니다.
진짜 이런 인간도 다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