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다', '잦아지다', '잦아들다' 하면 어떤 느낌이신가요?
최근 감기가 심해져 병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의사선생님께서 "기침은 좀 어떠세요?"라고 물으시길래,
무심코 "좀 잦아졌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리곤 처방받아 약국에 왔는데, 불현듯 방금 제가 내뱉은 말이 이상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잦아지다?'
'기침이 잦다' 할 때 '잦다'는 '자주 반복되다'는 뜻이니까
'잦아졌다'고 하면 더 심해졌다는 말이 되는 거 아닌가?
아...잘못 말했구나 이 바보...'잦아들었다'고 했어야지 하면서 약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약사님께서 기존에 먹던 약에서 기침약은 빠졌다고 하시더군요.
아! 나는 개떡같이 말했는데, 역시 의느님은 찰떡같이 알아들으시는구나 하며 속으로 감탄했습니다.
집에 와서는, 다음부턴 안 틀리게 확실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사전을 찾아보았습니다.
그런데 웬걸?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의하면
잦다01[잗따]〔잦아, 잦으니, 잦는[잔-]〕
「동사」
[1]
「1」액체가 속으로 스며들거나 점점 졸아들어 없어지다.
「2」거친 기운이 잠잠해지거나 가라앉다.
[2]【…에】【…으로】
기운이 깊이 스며들거나 배어들다.
잦다03[잗따]〔잦아, 잦으니〕
「형용사」
「1」여러 차례로 거듭되는 간격이 매우 짧다.
「2」잇따라 자주 있다.
【<다<월석>】
잦아-지다01〔-지어[-어/-여](-져[저]), -지니〕
「동사」
[1]
「1」고여 있던 액체가 점점 말라 없어지게 되다.
「2」거칠거나 들뜬 기운이 가라앉아 잠잠하게 되다.
[2]【…에】【…으로】
느낌이나 기운 따위가 속으로 깊이 스며들거나 배어들게 되다.
잦아-지다02〔-지어[-어/-여](-져[저]), -지니〕
「동사」
어떤 일이나 행위 따위가 자주 있게 되다.
.
.
.
제가 의도했던 뜻이나, 바로잡았다고 생각했던 뜻 모두가 한 단어에 들어있었습니다.
가히 충격적이었습니다!
'기침이 잦아졌다'고 하면 더 심해졌다는 뜻을 표현할 수 있고 나아졌다는 뜻으로도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겁니다!
결국 이 둘은 앞뒤 상황이나 말하는 뉘앙스 차이로 구별해야하는 것이죠.
병원에서 '좀'이라는 수식어를 쓰지않았다면, 아픈듯한 표정으로 기침까지 하며
잦아졌다고 했다면, 필요없는 기침약을 더 주셨을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