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A.C 2.1, 2014Y. P.M. 십시반경 한 사내가 친척누나께 받은 5만원을 주머니에 넣고 피시방을 향하였다. 게임을 좋아했던 사내는 호기롭게 피시방을 향했지만 다 떨어진 담배가 그의 바짓가랑이를 붙들었다. 사내의 발걸음은 한 편의점 앞에서 멈췄고 친척누나의 마음이 담긴 5만원으로 담배를 계산했다. 남은 4만 7천 3백원을 '깊숙하지 않은' 바짓주머니에 넣고 다시금 사내는 웅장하게 피시방을 향해 나아갔다. 2분여 쯤 흘렀을까. 도착한 피시방엔 시끄러운 아이들도, 욕을 입에 달고 게임에 임하는 청소년도 없어서인가 사내는 신성함을 느끼며 좌석으로 향했고, 거룩하게 컴퓨터 스위치를 눌렀다. 그 순간, '깊숙하지 않은' 주머니에서 아까 남았던 동전 300원이 2차함수의 그래프의 포물선을 그리며 의자에 떨어졌다. 사내는 투덜거리며 300원을 주워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곤 다시 모니터로 눈을 돌렸는데... 주머니에 300원을 넣는 찰나의 순간, 그는 알 수 없는(이라기 보단, 알고싶지않은) 공허함을 느꼈다. 혈압측정때 최소 90, 최대 110의 심박수를 측정받은 그였지만, 체감 심박수 140이상을 느끼며 주머니속을 다시 확인했다. 알수 없었던 아니, 알고싶지 않았던 공허함의 정체를 사내는 깨달았다. 언제나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주위 사람을 챙기는 친척누나가 주신 사랑과 온정의 5만원에서 담배를 사고 남은 4만 7천 300원 중 다시 주운 300원을 제외한 4만 7천원의 촉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럴 수 없어..' 그의 뇌 구조는 이 5글자로 가득 메꿔졌다. 그는 미친듯이 왓던길을 되돌아갔다. 미친듯이 바닥을 보며 달리고편의점 점원과 행인들을 붙잡고 단서를 캐내려고 했지만 전부 부질없는 짓이었다. 돈의 행방은 묘연해젔다. 그는 만감이 교차하였다. 처음에는 허탈감과 허무함의 쓰나미가 허파를 덮었지만, 점점 사람들이 원망스러웠다. 처음엔 칠칠맞은 자신을 원망했다. 그러다가 나가면서 인사드렸을때 주머니가 포근하고 안락하고 따뜻하고 '깊숙하기까지 해서 안전한' 잠바를 입고 가라고 말해주지 않으신 어머니가 원망스러웠다. 더 나아가서 친척누나가 나의 행동 패턴과 심리를 완벽히 분석하고 나서 실행에 옮긴 친척동생에게 큰 엿가락을 음미하게 하려는 계획일 수도 있다는 스릴러& 블록버스터급 의심으로 발전해 나갔다. 사내는 터덜터덜 집을 향해 발을 옮겼다. 5만원짜리, 아니 4만 7천원짜리 담배를 입에물고... 그는 인생사 공수레 공수거를 새삼 느끼며 성인다운 성인으로 한걸음 다가갔다... . 실화는 아니고 작자 미상의 단편소설 '그 많던 47000원을 누가 다 먹(고 튀)었을까'에서 발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