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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베스트 멘붕은 종교
게시물ID : menbung_1293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라이포겐
추천 : 1
조회수 : 28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2/28 19:36:01
 멘붕게시판이 있으니까 제 인생에서 가장 큰 영향을 준 멘붕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네요. 제목에서처럼 종교에 관한 것인데요..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을 쓰고자 하는 것이라서 신념에 따라 읽기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네요.. 이 주제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 그렇죠?
 
 어떤 사람은 신앙을 가지고 살아가고 어떤 사람은 특별한 신앙 없이 자신만의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죠..
저는 나중에 알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신념들을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접해왔고,
그것을 자신의 신념으로 적절히 해석하고 대응하는 데에 익숙하더군요.
근데 저는 좀 달랐습니다. 저와는 다른 신념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를 아예 모르고 한참을 살았어요.
그러다가 나중에야 그 실체를 한꺼번에 알게 되어 큰 충격에 빠졌죠. 그야말로 멘탈이 붕괴됐습니다.
오랫동안 절대적이라 생각했던 개념이 깨져버린 탓인지 그 이후로도 저는 적절한 해석과 대응이라는 것이 아직도 어렵습니다.
지금까지 저와 비슷한 과정을 겪은 사람은 본적이 없는데 혹시 가능하면 이 부분에 대한 공감을 느껴보고 싶네요.
 생각을 정리하다보니 독백형식이 되었고, 제 경험에 의해 기독교가 대표적 사례가 되었습니다.
 
 난 중딩 때까지 세상의 모든 종교가 산타클로스같은 것이라 생각했다.
산타클로스.. 혹은 그리스 로마나 단군신화 같은 것,
사회적으로 활용되어지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의 상식수준에서 계속 전해지고 있지만, 실제로는 모두가 순 뻥이라는 걸 아는 이야기..
난 종교도 그런 것인 줄 알았다. 크리스마스를 행복하게 보내기 위해 산타클로스를 이야기 하듯,
사람들이 마음을 정화시키고 중심을 지키는 힘을 얻기 위해 종교를 이야기 한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산타클로스가 그렇듯 어느 정도 사실을 바탕으로 해서 살을 붙여 꾸며낸 이야기이며 그 과정에서 사람들이 교훈과 희망을 담은 이야기,
그래서 차라리 믿고 싶은 아름다운 이야기이지만 철 든 후엔 차마 그럴 수 없는 이야기,
그래서 아이들에게만큼은 사실처럼 말해주는 그런 이야기라 생각했다.
중딩 때까지 친구를 따라서 여러 번 교회를 나가 본 적도 있지만 그 때도 꾸준히 그렇게 생각했다.
단지 그 것은 우리 삶을 꾸며주는 여러 가지 이야기 들 중 커다란 연대를 만들어낸 몇 가지의 메이저이야기 같은 거라 생각했다.
 지금도 여전히 그렇게 생각하면 편하다. 자신을 위해 본인이 선택한 특정 신화가 제시하는 삶의 양식에 맞춰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것,
이것을 신앙이라 생각하면 편하다. 실제로는 모두가 그것이 순 뻥이라고 생각한다고 하더라도 크게 어색할 것이 없다.
내가 중딩 때 까지 그랬던 것처럼, 사람들이 주말에 교회에 가서 기도를 하는 것을 명절에 고향에 가서 차례를 지내는 것과 같은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차례도 하나의 커다란 연대적 의식이고 이것을 거르면 나름 가책을 느끼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때 차린 음식들을 실제로
돌아가신 조상님께 대접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이 의식은 어찌 보면 음식을 준비하는 우리들 스스로를 위한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편하고 자연스러웠던 인식이 깨지고 멘붕을 맞은 건 중학교 2학년 때 반에서 친구와 이야기하면서였다.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진화론에 관한 이야기로 흘렀는데 그 때 그 친구가 내 귀를 의심하게 하는 이야기를 했다.
자기는 진화론을 믿지 않으며 인간은 하나님이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것이었다. 난 처음엔 그 얘기를 장난으로 받아들였지만 그 친구는 심각했고
나는 곧 충격에 빠졌다. 잘 모르는 사람이 하는 이야기 같았으면 와 세상에는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 하긴 별의 별 인간들이 다 있지..’
하고 말았겠지만 당시 그 친구는 여러 상식수준을 파악하고 있을 만큼 나랑 친했기 때문이다. 나는 답답함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 친구와 한 동안
실랑이를 벌이다가 결국 다른 친구들을 불러 모아 그 상황을 폭로했다. 나는 내가 받은 충격을 아이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하지만 상황은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흘러갔다. 그 친구의 말에 나만큼 충격 받은 사람은 딱히 없었고 오히려 몇 명은 그 친구의 말에 동조하여
편이 갈려 논쟁이 시작되었다. 살면서 종교에 대한 의미 없는 논쟁을 여러 번 해봤지만 그 때가 처음이었다.
당시 나는 어떻게 성경에 나온 말로 교과서에 나온 말을 깔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 때 나는 종교가 과학이 이야기 하는 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 처음 접했던 것이고, 그래서 그동안의 인식이 깨어지는 계기가 됐던 것 같다.
 그 사건 이 후 나는 약 일주일정도 정보를 더 수집해서 완전히 알게 되었다.
기독교를 믿는다는 건 성경에 나오는 이야기들을 모두 실제로 믿는다는 것이며 나머지 종교도 그렇다는 것을,
그것은 나에겐 정말로 초특급 멘붕을 일으키는 사실이었다. 곰이 마늘이랑 쑥을 먹고 100일 만에 사람으로 변했다는 식의 이야기를
어떤 사람들은 실제로 믿고 있다는 그런 느낌이었다. ‘잘은 몰라도 거기 보면 대충 뭐 바다가 갈라지기도 하고 물이 포도주로 변하기도 하던데..
아니 죽은 사람이 살아나기도 하고 처녀가 임신하기도 하던데.. 죽으면 천당이나 지옥으로 가서 영원히 어떻게 된다던데..
다들 그걸 실제로 믿는다고? 정말? 진짜로?’ 사실을 알고도 믿을 수 없어서 혼자 계속 해서 반문했던 것 같다.
그 중에서도 가장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건 너무 많은 사람들이 종교인이라는 사실이었다.
우리 동네에만 해도 교회가 수십 개이며 친구나 친척들 중에서도 셀 수 없고, 나를 가르치는 선생님도 그렇고 정치인이나 연예인 과학자까지..
그렇게 열심히 교회를 다니던데.. 아 진짜 말도 안돼.. 그 사람들이 전부 다 그렇게 생각한다고? 미국 같은 나라는 대부분 그렇고?‘
당시 나로서는 한꺼번에 받아들이기는 정말 어려운 사실이었고 그래서 반사적으로 반문하는 질문들을 계속 쏟아내기 시작했었다?
아니 그럼 오스트랄로 피테쿠스는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창조주 얘기하면서 공룡얘기는 왜 없어? 그게 안 이상해?
아담과 이브에서 시작되었다며 인종은 왜 생겼어? 그럼 세상에 종교가 이렇게 많은데 다들 서로는 서로가 틀렸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럼 아직 종교를 접하지 못한 오지의 사람들은 나중에 어떻게 되는 건데? 세종대왕도 지금 지옥에 있는 거야?’ 등등 한 동안은
그렇게 쏟아진 질문들로 주변인들과 스스로를 피곤하게 하는 논쟁을 만들어 나갔고
그것이 결국 아무 의미 없는 것이라는 걸 깨달을 때까지 한참이 걸렸다  
 위에서 언급 했듯이 지금도 여전히 예전처럼 생각하면 모든 것이 편하다. 반문했던 질문들도 그렇게 하면 대부분 답이 된다.
아마도 평소엔 그냥 그렇게 생각하며 사는 것 같다. 하지만 가끔 지하철 같은데서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핏대 세우며 외쳐대는 사람들을 볼 때나
주위에서 진지하게 믿음을 권유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에는 도저히 그걸 어떻게 해석하고 대응해야 할지 난감해진다. 또 한편으론
그들도 아마 믿음을 갖지 못하는 내가 한심하고 불쌍하겠지..’ 이런 생각을 하면 정말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연애나 동업을 할 때에도 이것은 시작조차 금해야 하는 극복 불가의 문제가 된다. 세상에 종교가 하나밖에 없다면
차라리 그 신념을 따르는 것이 나을 것 같은데 그렇지도 않다. ‘하긴 그렇게 해보려고 이미 숱한 전쟁의 역사를 낳았지..’
하는 생각으로 귀결된다. 누구나 겪는 문제일 테지만 나에겐 어느 정도 깊은 트라우마가 되어있는 듯하다.
처음부터 자연스럽고 유연하게 받아들이지 못해서인지 조각난지 한참이 된 멘탈들이 아직도 잘 조립이 되질 않는다.
왜 인류는 여러 대륙처럼 갈라진 생각의 섬 위에 따로 살아야만 할까? 생각할수록 어렵고 거슬리는 문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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