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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방 사는 벌 쫓아낸 이야기
게시물ID : menbung_1882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힘내짜샤
추천 : 2
조회수 : 76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3/06 19:01:29
제가 직접 겪은, 벌이 정말 무서운 놈들이라는 것을 깨달은 사건입니다.

15년 전 초 여름. 남성의 생산성이 가장 최고조에 달하는 복장은 역시 빤스바람. 창가 컴퓨터를 하고 있는데 자꾸 어께랑 등이 가려운 겁니다. 물론 방금 샤워를 한 뽀송뽀송한 남정네의 몸이었으므로 모기가 의심되었으나 모기는 아니었고 뭔가 천장에서 떨어지는데 제 몸을 툭 치고 가는 느낌이었습니다. 천장에서 뭔가 소리가 나는 것 같은 느낌인데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벌레는 없고… 아직도 미스테리임. 하지만 게임은 멈출 수 없었다는 거.. ㅋㅋㅋ

몇일 뒤 낮에 교회 갔다가 오다보니 우리집 빨간 벽돌 사이로 웬 벌이 한마리 슝 들어가는게 보입니다. 창문 위쪽 벽돌 사이에 아주 작은 틈이 있는데 그 사이에 벌들이 들어가고 나가는 겁니다. 이놈들이 내 게임 플레이의 방해꾼들이렸다 싶었어요. 역시 남자의 감이란…
얼른 집안에 있는 스프링같이 생긴 모기향을 손가락 길이 정도 잘라서 가스렌이 불을 붙인 다음 벽돌 사이에 쑥 집어 넣었습니다. 너희들은 이제 화생방 훈련을 겪게 될거야. 가스~가스~가스~

다시 빤스바람에 게임 한판을 마치고나니 뭔가 집안이 어두컴컴 한겁니다. 아직 낮인데 말에요. 뭐지 하고 창문을 보니 창문 방충망 상단을 기준으로 ⅓ 가량에 뭔가 붙어있습니다. 알고보니 이게 다 벌!!! 벌!!!! 벌!!!!!

엄마~ 엄마~~~ 갑자기 방으로 온 엄마도 멘붕. 밖에는 온갖 잡벌들이 막 윙윙 거리면서 다 죽여버리겠다고 우리집에 불지른게 너냐 이x끼 나와  넌 뒤졌어 아오 x발 누구든 잡히기만 해봐 라는 기세로… 윙윙이 아니라 우아!아!앙!x1000 정말 아.. 이래서 성묘가서 벌에 쏘여 죽는 뉴스가 있구나.. 싶고 이대로 밖에 못나가나 싶고… 오 주여… 나도 뉴스에 나가나… 싶고.. 빤스바람에 뉴스 나가면 안되니 의복을 정제하고 얼른 119에 전화를 했습니다.

정말 빛의 속도로 오신 소방관 선생님들. 창문 밖에서 저희를 보시더니 나오지 말고 기다리시라고 하시더군요. 이런거 많이 겪어보셨다는 자신감과 능수능란한 동작에 아… 우리 형님들 멋지다 하고 사건 전개를 숨죽여가며 지켜봤습니다. 음료수도 홀짝.

근데 갑자기 우리집 벌을 잡다 마시고 옆집으로 넘어가시더니 옆집 벽에다가도 뭔가를 하시는 거에요. 읭? 이게 뭥미? 아무튼 소방관 형님들이 성공적인 진압을 하시는 동안 긴장감에 손에 땀이 흥건. 역시 음료수로 수분 보충. 그렇게 한 시간 정도가 흘렀습니다.

사건 종료. 소방관 형님들께 음료수라도 드리고 싶었으나 앞으로 한두시간은 문 꼭 닫고 나오지 마시라고 신신 당부를 하시고 다시 자신감 넘치는 동작으로 장비 챙겨서 돌아가시더군요. 노을이 있었더라면 만화 같았을 듯 ㅋㅋ

알고보니 우리집 천장에 공간이 있었는데 여기에 벌들이 무단으로 세들어 살면서 멀티로 옆집까지 진출해서 제국을 세웠더군요. 제가 꽂은 모기향에 우리집 벌들이 난리나니 옆집 벌들까지 밖으로 나와서 온갖 잡벌이 난리치는 광경이 벌어진 거였네요.
셋방 사는 벌 쫓아낸 이야기네요.

세줄요약
집 천장 속 벌집에 CS탄을 삽입함
벌들이 죽여버리겠다고 광란의 복수극을 벌임
소방관 형님들이 제압 해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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