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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을 위해 이민한다..사실인가요
게시물ID : bestofbest_21548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내다리내놔
추천 : 360
조회수 : 44478회
댓글수 : 136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5/08/01 17:35:36
원본글 작성시간 : 2015/07/31 04:2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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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미국에서 올해로 이민 10년차 찍은- 종종 부모로부터 '검은머리양키'라고 불리는 학생입니다. 
엄마가 날 양키라고 불렀어!! ㅠㅠㅠㅠㅠㅠㅎ휴ㅠㅠ
미국에서 중학교 부터 시작해서 이민온 후부터는 한국에 돌아가 본적이 없고, 한국말을 쓰는 친구는 그다지 많지 않아서
글을 지금 쓰면서도 서툰 느낌이 많이 듭니다. 이해해주세요.

이민게/유학게가 열리면서 이제 제 오유 눈팅러 4년만에 저의 작은 경험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까싶어서 가입하고 쓰는 첫 글입니다.

신설게시판이지만 벌써 글이 세페이지가 넘어가네요. 저도 어릴적에 시험공부와 특목고에 치이면서 막연히 미국에서 살고 싶다... 하던 염원이
어찌어찌 이루어져서 이 게시판에서도 이민가고싶다는 글을 보면 감정이입이 됩니다.
싱글분들이 자신의 꿈이나 더 좋은 삶이 해외에 있을것이라 생각하고 
이것저것 준비하시는걸 보면 저도 미국을 떠나 다른 나라에서 살고 싶기때문에 동질감이 느껴집니다. 

그런데 의외로 (이민 게시판 생기기 전부터) 이민을 갈 나라의 언어를 모르시는, 자녀분이 있으신 분들이 덜컥 이민가고 싶다고 말하시는거 보면...

물론, 한국이 지금 살기 굉장히 팍팍한건 오유의 이런저런 자료를 통해서 알고 있습니다만... 극구 말리고 싶어요.
앙대.jpg

앙대여...!
제 부모님의 이민은 여기서 살고 있는 친구분의 권유로 인한 투자이민이였습니다. 미국 E2비자 E1비자겠네요. 
제가 이쯤말하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왠만하게 이민경력 쌓이신 분들은 눈치채셨겠지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 저희 가족도 어느정도 한인사기를 당한 케이스이겠네요. (궁금하시다면 나중에 또 이건 다른 썰로..)
슬프다.jpg

지금 다시 생각만해도 가슴이 막 먹먹하고 손발이 떨려 ㅠ퓨ㅠ푸ㅜㅠㅜ
돈도 없고, 타국멀리에서 말그대로 거지가 되어서 어찌어찌 남은 가게하나 붙잡겠다고 저희 부모님은 저희 형제중에 그나마 영어를 할 수 있는 
저를 붙잡고 immigration lawyer, realtor, home owner association, bank, grocery store, wholesale... 사실 학교 다녀오면 제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은 편지로 온
bill을 수표 적고 돈 내고, 은행가서 통장 마이너스 된거 없나 확인하고, 장보고, 변호사랑 얘기하고 자는게 일과였습니다.
이게 영어 배우는데는 참~~~~~ 좋아요. :) 
근데 이게 참 나쁘더라구요. 부모님은 정작 제가 대학갈때까지 물건 교환 환불도 할줄모르고, 변호사 전화번호만 떠도 저를 찾기 급급하시고, 
메일로 오는 편지가 편지인지 광고인지 돈내야할 영수증인지 분간을 못하셨습니다.
대학을 다른 주로 갔을때도 제 폰은 하루에 몇번이고 울립니다. 
이게 뭐라는거니, 변호사 전화해줄수 있니, 집주인이 뭐라는거니, 홀세일 전화해줄수 있니, 이메일에 이게 뭐라는거니....

지금 생각하면 먼 타국에서 앉아 숨 쉬어보기도 전에 뒤통수 피나게 ㅋㅋㅋㅋ 사기당하고 얼떨떨한 부모님 인생 저도 이해합니다.
막막하고 창피하고 답답하고 울고 싶어도 알아주는 사람없고, 아는 사람도 없고...
저는 그래도 부모님이 저한테 그래서는 안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중학교 고등학교, 사실 굉장히 중요한 시기죠. 여기도 좋은 대학 가는애들은 중/고등부터 준비합니다. 
스포츠 클럽, extracurricular activity, 친구들과의 교류... 
저희 부모님은 제가 학교에서 뭘 하는지도 모르셨을겁니다. 어떤 성적표를 받아오던, 어떤 평가를 받고 어떠한 활동을 하는지.
저도 10학년때까지 SAT 가 어떻게 되는지 대학을 갈건지 말건지 감도 안잡혔으니까요. 

이해해요. 부모님은 힘드셨을테니까요. 

그래도 저한테 그러셨으면 안됬습니다. 
왜냐면, 부모님도 힘들지만 그 나라에 적응을 해야하는데.. 
항상 저를 앞에두고 자기는 한국말로 뭐라 하면서 제가 여기저기 데려갈수 있는 만능통역기라고 생각하셨거든요. 
은행에서 모기지 이자율 바뀌었다는 편지에 기겁하면서 갔다가 별거 아니라는 말에 돌아오면서 제 등 치시면서 잘했다, 수고했다 그러면 뭐합니까.
인터넷 AT&T 매달 이용료 5불 깎았다고 "자식새끼 미국와서 잘 길렀어" 하면 뭐하냐구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부담이에요. 부담... 부담! 하기 싫어요!! 엄마 저 하기 싫어요. 저도 제 삶이 있어요. 
안될꺼야_아마.jpg
그래도 전 그 전화를 받죠....ㅠㅠㅠㅠㅠ 으앙 우리 엄만 아마 계속 이러겠지...하아

제 푸념이 되고 있군요. 죄송합니다.

이민을 오실때, 자녀분이 있으시다면, 그 이민 가는 나라의 언어를 자유자재로 써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어쨌든 본인보다 더 잘 적응 할수 밖에 없습니다. 언어도 부모님보다 빨리 배울테구요.
하지만 그걸 이용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언어를 원어민 어른처럼 쓴다고 해도 아직 애는 애에요.
애가 생전처음 모기지가 뭔지, biometric fee가 뭔지, 신용카드 APR 이 뭔지 어떻게 알겠습니까?ㅋㅋㅋㅋㅋ
내가 가고 싶은 대학은 년간 3만불이 들텐데 부모 통장에 3000불이 있는걸 애가 보면 ㅠㅠㅠㅠ... 자신을 위한 꿈을 꾸기가 힘듭니다. 

"자식때문에 이민간다"라고 하지마세요. 그 애가 한국에서 더 잘될지, 타국에서 잘될지 어떻게 판단하고 그런 말씀 하십니까?
"내가 너때문에 이민 온거다" 라고 하지 마세요...ㅠㅠㅠㅠ 제가 만난 이민 1.5세대들은 대부분 부모가 저런 비슷한 말을 할때 
"내가 너 때문에 이 고생을 하고 있다. 그러므로 너는 나에게 다른 모든 요구를 해줄 의무가 있다" 라고 듣는경우가 많더군요.

기술이민, 직장이 정해져서 오시는 이민이라면 얘기가 다를지도 모르겠습니다. 
"여기보다는 저기가 낫지 않겠어?" 하는 가벼운 생각으로 이민 오신다면, 게다가 자녀분이 계신다면, 그러지 말아주세요.
미국에 한해서 본다면, 한인사기는 뭐 이미 유~명한 이야기죠. 가정 파탄나는 케이스 많이 봤습니다. 
저희 가족도 파탄...이 났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아이비리그같은 좋은 대학가는애들은 한국애들 뺨치게 노력합니다. 한국 수능, 한국 교육 못봐주겠다고 여기 오지마세요.
언어 장벽, 문화 장벽에 자녀분은 더 힘들수도 있어요.
특히 돈!!!! 돈!!!! 돈이 없는데 뭐 어떻게든 되겠지 하면서 오시는 분들 ㅠㅠㅠㅠㅠㅠㅠ
이민 = 돈 이에요. 변호사비, 집, 식비, 이런거... 이민 온 첫해는 그냥 버리는 돈이라고 생각하셔야할텐데...


저는 이제 잘 적응하고 그럭저럭 제 커리어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만,
아직도 어머니께서 전화와서 문제가 생겼다고 할때에는 한숨부터 나옵니다.
한심해서가 아닙니다. 어머니 아버지는 이제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는게 제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힘드실테니까요.
제가 그냥 어머니 아버지 이민 인생의 5분 대기조인데, 자신들이 시간이나 여유가 생길때에는 
"이민 잘왔어~ ㅇㅇ이도 이민와서 핀거야~ 자식때문에 왔는데 잘 풀렸어~" 하고 말씀하실때에는
정말 사람으로 그래서는 안되지만 부모님 얼굴에 플라스틱 고추장 던져버리고 싶어요. 막 눈 맵게.

전 너무 힘들었어요. 제 꿈이 작아지는게, 제 삶이 너무 불쌍하게 느껴지는게, 친구들이 파티할때 나는 집주인에게 렌트비 말기 일주일만 더 달라고 할때. 
그래서 저같은 이민자녀가 생기지 않길 바랍니다. (아마 이게 이 지루한 긴 푸념의 요약이겠군요! 와! 그래 이거야!)

이야기가 너무 길어졌어요. 죄송해요. 이런 긴 푸념, 써놓고 보니 부모님 욕해서 너무 미안하기도 하지만.. 쓰고 나니 뭔가 제 마음속에 정리된것같아요.

여러분의 이민 계획, 이민 생활 파이팅입니다.
혹시 지금 자녀분이 이민생활에 힘든끼가 보이면, 도와주고 싶어요.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 너무 감사합니다. 이거 근데 너무 좋아요.. 썰 더 풀고 싶다 ㅂㄷㅂㄷ

출처 내 머릿속과 방금 5분전 엄마와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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